의대생을 대표한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나라 의대협의 현 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및 학사 특혜 논란 사태에 대해 많은 의대생이 ‘의학과, 의예과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등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분노를 표출하였고, 전국 40개의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에 조속히 학생들의 견해를 대변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 25일 의대협에서 전체 학생대표자 여름 정기총회를 개최하였으나, 개의 정족수를 만족하지 못하여 총회가 무산되어 논란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지 못했다. 40개의 의과대학 중 13개 의과대학 학생회장들만이 회의에 참석한 것에 대해 대의원들의 낮은 참여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대협에서는 비록 총회가 무산되었지만, 임시 요구안을 도출하였으며, 대회원 의견 수렴 시행 계획 등 여름 정기총회의 결과를 공지하였다.

의대협, 대표성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아
정기총회의 결과가 의대협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지되기 전까지, 많은 의대생은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수렴하고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대협에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더불어, 언론 인터뷰에서 의대협 회장이 한 말들이 본래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와 다르게 해석되고 확산이 되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전에도 소아 심장병 수술용 인공 혈관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해 태도를 밝힌 성명서가 회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대협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의대협 인권국에서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사실에 대해 의대생 중에서 동성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대생을 대표하여 퀴어퍼레이드의 부스를 운영한 것에 대한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의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의원이나 의대협 집행부원이 아닌 일반 의대생들의 의견이나 건의사항들을 의대협에 전달하기 어렵고, 적절한 답변 및 피드백을 얻기 힘들어 과연 의대협이 학생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최근 대의원들의 저조한 총회 참석률로 인해 각 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표하지 못한 학생회장들에 대해 직책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거나, 의대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을 가지거나 충분한 이해도를 가진 의대생들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의 의대협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 의대협이 있듯이, 외국에도 각 나라의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변하는 학생협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각 나라의 의대협의 연합인 세계 의대생 협회 연합(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ical Students’ Association, 이하 IFMSA)은 전 세계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변하여 각종 국제기구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고, 국제기구들과 협업하여 의료 사회 발전과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FMSA는 1년에 2번 개최되는 총회를 통해 개정되는 회칙들을 기반으로 집행위원회, 대륙별 위원회, 6개의 상임위원회 등으로 정교하게 짜인 구조 아래 운영된다.

많은 외국 국가들은 IFMSA 구조와 상응하는 의과대학 학생협회 구조를 가지고 공중보건, 의학 교육, 인권, 연구 교환학생, 임상 실습 교환학생, 모성 보건을 각각 다루는 6가지 상임위원회에 대해 나라별 담당자, 학교별 담당자들이 존재하며 정부, 기업, 대학 등과 협업하여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대의원 혹은 각 상임위원회 담당자가 아닌 의대생들도 참가하는 국내 의대생 총회를 1년에 1번 혹은 2번 개최한다. 국내 의대생 총회를 통해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IFMSA 정기총회에서 자국 의대생들의 생각을 대변하거나 IFMSA에서 결정된 사안들 혹은 타 국가 의료사회 및 교육체계에 대한 정보들을 자국 의대생들에게 공유한다.

우리나라 의대협 구조의 체계성 제고 필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대협은 IFMSA 구조와 매우 다른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타 국가의 국내 의대생 총회의 성격을 띠는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IFMSA의 존재나 역할에 대해서도 대다수 의대생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IFMSA의 정기총회에 한국 파견단을 파송하지만, 우리나라 의대협과 IFMSA의 실질적인 연결고리로서 파견단이 역할을 하기 어렵다. IFMSA 정기총회에서 논의한 사항들을 우리나라 의료 사회와 의과대학 내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내 의대생 총회를 개최하거나, 의대협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IFMSA의 구조와 유사하게 의대협이 조직될 수 있게 점진적으로 구성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별로 IFMSA의 6가지 상임위원회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의대생들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과 대표단체 내부 및 사이의 원활한 소통 필요해
더불어, 집행부원이 아닌 의대생들 중 의대협이 의대생들을 대표하고 권익을 증진하는 유의미한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하는 학생들이 많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의대협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도 한다. 의대협 집행부 내에서도, 국 간에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 다른 국의 조직 및 주요 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집행부원들도 많다.

현재 의대생들 사이에서 대표성과 중요성이 크게 인식되지 않는 의대협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대의원 혹은 의대협 집행부원이 아닌 의대생들의 목소리가 직접 의대협에 전달될 수 있어야 하고, 의대협의 입장 역시 학생들이 즉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대협 차원뿐만 아니라 각 학교에서도 학생회와 학생회에 속하지 않은 학생들의 의견 교환 및 수렴이 이루어지고, 대의원들이 각 학교 학생들의 생각, 입장, 고충들을 학생대표 정기총회 등에서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집행부 내에서도 서로 다른 국 간의 교류, 집행부원들의 의견 수렴을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은별 기자 / 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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