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건강보험료 3.2% 인상 결정

올해 8월 정부는 내년(2020년)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를 3.2%가량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의 건보료 인상률은 2.04%, 올해는 8년간 최대 상승폭인 3.49%, 내년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치인 3.2%로 결정되었다. 내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본인 부담 월평균 보험료는 11만 2365원에서 11만 6018원으로 3653원 상승, 지역 가입자의 가구당 월평균 보험료는 8만 7067원에서 8만 9867원으로 2800원 상승하게 된다.

건보료는 어떻게 책정되나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1963년도에 관련 법이 제정된 이래 1989년 전 국민 의무 가입으로 확대되었으며, 2000년에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이름하에 의료보험 조합들이 통합된다.
건보료는 크게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나뉘어 책정된다. 그중, 지역가입자는 보험료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소득에 따라 책정되며, 소득이 없거나 적어도 집이나 차 등의 재산이 있으면 그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되는 구조이다. 반면, 직장가입자는 보험료가 재산이 아닌 소득으로만 책정되며, 이마저도 회사가 보험료의 50%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직장가입자로 등록될 시 지역가입자에서 배제되며, 가족 구성원의 소득이 미미하다면 부양가족으로 분류되어 가족이 모두 직장가입자 취급을 받고, 순수 소득으로만 보험료를 책정 받는 혜택이 있다.

건보료 재정 운영의 괴리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정부는 해당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중 14%는 일반 국고에서, 나머지 6%는 담배세를 관리하는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한다. 여기서 ‘예상 수입액’이라는 표현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부가 당해 지원했어야 하는 금액과 실제로 그해에 지급한 금액에 차이가 생긴다. 매년 기획 재정부에서 건보료 예상 수입액을 낮게 책정하여 실제로는 건보료 수입액의 20%가 아닌, 13~15% 정도가 지원되고 있다. (18년 13.2%, 19년 13.6%) 이러한 차이 때문에 2007~2019년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하지 않은 금액은 총 20조원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에 따른 대책으로 건보료 상승률을 2020~2022년 3.49%, 2023년 3.2% 인상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으나, 각종 노동단체들이 국고 지원을 확고하게 하지 않는 한 건보료 인상폭을 받아들일 수 없다 반발하여 기존 3.49%보다 낮은 3.2%로 책정되었다. 또한, 복지부는 2020년도 건강보험 국고 지원율을 14% 이상으로 국회에서 확보하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법적으로 정부가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14% 지급을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현재 재정 운영의 괴리를 보여준다.
또한 현재 건보료 재정 운영 체제의 문제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누적 적립금의 소비이다. 실제 문케어 확대 이후 지난해 700억 원 적자가 발생했으며, 올해는 3조 3천억 원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약 20조 원 가량의 누적 적립금으로 매년 모든 적자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 적립금이 2026년에 고갈될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도 있다. 이러한 재정적 대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의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전립선, 자궁 초음파 검사가, 내년 11월에는 복부 MRI가 급여항목에 포함된다.
이러한 재정적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수가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마저도 많은 딜레마가 생겨난다.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 분류의 모호함, 그에 따른 과잉/과소 진료의 문제, 그리고 가장 큰 문제로 원가 보전의 문제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의 원가 보전율은 80%가 채 되지 않는다.

문케어는 실행되기 이전부터 재정 불안정의 측면에서 끊임없이 질타를 받아왔다. 문케어는 누구나 의료비 걱정 없이 의료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이 체제는 불안정한 구석이 많다. 건보료의 과도한 인상 혹은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 아닌,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취지를 살려나가길 바라는 바이다.

이재환 /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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