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 의료기기, 닥터 앤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부터 국내 인공지능 의료기기인 ‘닥터 앤서’ 사업을 추진했다. 닥터 앤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의료 솔루션을 제공한다. 진단정보, 의료영상, 유전체 정보, 생활방식 등의 의료 데이터를 통해 환자 개인에게 특화된 진단과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지 않고 환자의 특성에 맞게 진단을 내리고 치료법을 제시한다는 것이 닥터 앤서가 왓슨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을 가지는 지점이다.
2018년부터 26개의 의료기관과 22개의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ㆍ소프트웨어 기업이 닥터 앤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벤처기업에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구축하고, 의료기관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하며 임상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닥터 앤서는 정밀의료 병원정보 시스템(P-HIS)을 통해 의료 데이터를 축적한다. P-HIS는 국내의 의료 데이터를 한 곳으로 모으는 최초의 클라우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P-HIS 사업은 2017년부터 약 5년간 병원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병원정보 시스템으로는 모바일 전자의무기록(EMR)과 생활습관데이터 연동ㆍ관리 시스템이 있다. 전자는 환자의 정보를 의료기관에서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후자는 환자의 생활습관을 통한 개별 맞춤형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 닥터 앤서를 위한 임상데이터들은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병원에서 P-HIS에 제공하고 있다. 임상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무슨 질병에 대해 어떤 치료를 했을 때 결과가 어떠했는지 아는 것이 실제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왓슨 포 온콜로지가 종양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라면, 닥터 앤서는 8개의 질환에 대한 21개의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1년간 3개의 질환(소아 희귀유전질환, 심뇌혈관, 치매)에 대한 8개의 소프트웨어가 구축되어 11개의 지정 병원에서 임상에 이용했다. 나머지 5개의 질환(심장질환,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뇌전증)에 대한 13개의 소프트웨어는 2020년도까지 개발을 마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소아 희귀유전질환의 경우, 사람의 유전정보를 분석함으로써 진단한다. 닥터 앤서는 유전정보를 분석하는데 AI의 딥러닝을 통해 오류와 분석시간을 줄였다. 치매 진단의 경우, MRI 영상을 이용하는데, 이때 닥터 앤서를 사용하면 분석에 걸리는 시간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닥터 앤서를 통해 진단 정확도가 증가하면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 분석시간이 줄어든다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닥터 앤서 사업에서 우려되는 점은,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많아, 총연구비보다 각 기관에 배정된 연구비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연구에 제한이 생긴다면, 인공지능 개발도 지체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기관에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구의 방향성을 위해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닥터 앤서가 지속해서 이용되려면 닥터 앤서의 실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금전적인 관점에서는 닥터 앤서의 사용이 수가에 포함되어야 닥터 앤서가 널리 사용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닥터 앤서가 꼭 수가에 포함되지 않아도, 그 필요성과 유용성을 인정받아 병원에서 사용된다면, 닥터 앤서의 전망은 밝을 수 있다. 필요성과 유용성을 인정받으려면 닥터 앤서의 진단과 치료법이 타당함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이 지속되어 소프트웨어 개발이 멈추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닥터 앤서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성취해야 할 것은 의료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벤처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장기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정밀의료 솔루션 플랫폼이 구축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 데이터가 병원별로 분산되어 있다. 닥터 앤서와 더불어 P-HIS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국의 의료 데이터가 한 곳으로 집중된다면 더 정밀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닥터 앤서, P-HIS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장기적으로 이어져 한국의 인공지능 기반 의료 서비스의 기초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김현 기자 / 연세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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