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회를 통과한 첨단재생바이오법, 기대와 우려 사이

첨단재생바이오법을 둘러싼 논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세포치료나 유전자치료와 같은 첨단재생의료 연구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개발된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신속하게 심사·허가하고자 제정된 법안이다. 지난 2016년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후 3개의 첨단재생의료 관련 법안이 추가로 발의되었고, 총 4개의 법안이 함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었다. 그러나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새로 제정되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계류시켰다. 그리하여 지난 2018년 12월 공청회를 진행하였고, 첨단재생의료 전문가와 보건의료단체 등에서는 이 법안을 두고 첨예하게 찬반 논쟁을 벌였다.

논란의 중심에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신속 처리’ 조항이 있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감염병, 희귀질환, 암 등 중요한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바이오의약품이 신속 처리 대상으로 지정된 경우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 등 3가지 방식을 통해 신속하게 심사·허가받을 수 있다. 이 중 ‘조건부 허가’ 항목에 의해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 2상 임상시험까지 통과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이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조건 하에 일단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신약을 허가받으려면 1상부터 3상까지 총 세 차례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이 중 가장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하기 전에 신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이 된 첨단재생바이오법 일부

 

제36조(신속처리 대상 지정) ①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개발 중인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허가·심사의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②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신청된 첨단바이오의약품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1. 대체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2.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른 희귀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3.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생물테러감염병 및 그 밖의 감염병의 대유행에 대한 예방 또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제37조(신속처리) 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제36조제2항에 따라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된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하여 다음 각 호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처리하여야 한다.

  1. 개발자가 품목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개발 과정별로 품목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나누어 제출하고, 이를 미리 심사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 협의한 심사계획에 따라 심사할 것
  2. 개발자가 품목허가를 신청한 경우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되지 아니한 의약품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보다 우선하여 심사할 것
  3. 개발자가 다음 각 목의 자료를 근거로 품목허가를 신청한 경우 시판 후 안전관리를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할 것

 

제약업계와 일부 환자들은 수 년이 소요되는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신약이 시판되면 새로운 치료제를 더 빨리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바이오 산업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첨단재생바이오법에 큰 기대를 내보였다. 반면 보건의료단체와 일부 의료인들은 이 법이 제정되면 효과와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치료제가 유통되어 오히려 환자들에게 금전적 부담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 위험만 안길 수 있다며 경고하였다.

공청회를 진행한 후 첨단재생바이오법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정되었다. 그러나 3월 31일, 첨단재생바이오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의 우려처럼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결국 첨단재생바이오법은 큰 고비를 맞게 되었다.

 

인보사 사태,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제정에 브레이크를 걸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에서 개발한 유전자 세포치료제로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완화 목적으로 사용된다. 비록 미국이나 유럽에서 허가를 받지는 않았으나,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2017년 세계 최초로 판매를 허가한 유전자 치료제로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미국 시판을 위해 임상시험을 준비하던 중 인보사의 성분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보사는 연골유래세포와 세포성장인자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연골유래세포가 들어갔어야 할 인보사에 연골유래세포 대신 종양을 유발할 위험성을 가진 신장유래세포(GP2-293)가 들어간 것이다. 이 사태로 인해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었으며,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내지 못한 식약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었다.

이렇게 인보사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신약 검증 체계의 부실함이 드러나자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직격타를 맞았다. 인보사가 3상 임상시험까지 끝마치고 식약처에서 시판 허가까지 받은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자, 3상 임상시험 요건을 더욱 완화하는 항목이 포함된 첨단재생바이오법의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오남용되면 오히려 생명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4월 법안을 한 차례 계류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재차 국회에서 논의를 진행하였고, 결국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최종적으로 통과하였다.

 

통과된 첨단재생바이오법, 앞으로의 미래는?

 

현대 의학의 핵심 담론은 EBM(Evidence-based medicine, 근거기반의학)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엄정하게 검증하지 못한 치료법은 임상진료지침에 오를 수 없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충분한 근거를 갖춰 임상 현장에 적용되려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재생의료의 불완전성과 불확실성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 우선이다. 실제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통과된 이후로 법안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이 법안이 갖고 있는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우려를 해소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첨단재생바이오법 제4조제2항에는 ‘국가는 첨단재생의료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명의료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재생의료와 바이오의약품은 혁신적인 치료법이기는 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치료법보다 더욱 엄격한 심사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보사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엄격하게 검증하기 위한 제도적·행정적 체계가 미흡한 상태이다. 국가가 앞장서서 충분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여 더 이상 인보사 사태와 같은 사건으로 의료계에 혼란을 빚고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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