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발암물질 검출 논란

발사르탄, 라니티딘에 이어 메트포르민까지… 또다시 나타난 NDMA, 엄습하는 불안감

지난 4일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현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메트포르민 (Metformin)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중 Glucient XR Tablet, Meijumet Prolonged Release Tablet 등 3개의 제품에서 허용 범위 이상의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검출되어 회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NDMA는 이미 고혈압 치료제인 발사르탄과 위장관 제산제인 라니티딘, 니자티딘에서 검출된 바 있는 발암물질로, 이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의약품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판매·제조 중지 및 회수 처분을 받았다. 환자들과 의사들을 괴롭혔던 ‘발사르탄 사태’와 ‘라니티딘 사태’의 원흉이 이번에는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에서 검출된 것이다.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제로, 전국의 약 240만 명에 달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사 약물이 시중에 존재하는 발사르탄, 라니티딘 등과는 달리 대체할 수 있는 약제가 없기 때문에 위해성이 의심된다고 해서 신속하게 약품을 회수하고 다른 약제로 교체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혈당 조절을 지속하기 위해 메트포르민을 중단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고, 환자들은 불안감을 뒤로 한 채 메트포르민을 계속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은 이 문제가 싱가포르에 국한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유통된 메트포르민의 NDMA 검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사르탄 사태와 라니티딘
사태, 그리고 제네릭 의약품

작년 여름, 중국의 원료의약품 공급업체인 제지앙 화하이 (Zhejiang Huahai) 사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식약처는 사태를 인지하고 해당 원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 치료제의 국내 판매·유통을 중단하였다. 이후 현장조사를 거쳐 해당 원료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115개의 품목들은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사건의 기억이 채 희미해지기도 전인 지난 9월, 잔탁(Zantac)을 비롯한 위장관 약제에 포함되는 라니티딘 성분에서도 NDMA가 검출되었다. 오리지널 약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은 발사르탄과는 달리, 라니티딘은 오리지널 약제와 제네릭 약제 (복제약) 모두에서 NDMA가 검출되어 파장이 일었다. 오래지 않아 또 다른 위장관 약제 성분인 니자티딘마저 NDMA가 검출되었다.
이렇게 의약품에 발암물질이 불순물로 들어가는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들이 문제 해결의 방해요소로 지목되었다.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지나치게 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유통되고 있고, 이로 인해 전수조사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사르탄 사태 당시 미국은 10개의 품목을, 영국은 5개의 품목을 회수한 반면 우리나라는 115개의 품목을 회수 조치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의 양산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에 논란이 된 메트포르민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 제네릭 의약품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될 경우 제네릭 의약품 규제 문제가 다시 한번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조사에 착수한 FDA와
EMA, 제약사 자율점검을
지시한 식약처

NDMA가 메트포르민에서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메트포르민 포함 의약품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FDA의 경우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메트포르민에 NDMA가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1일 최대 허용치인 96나노그램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높은 수준의 NDMA가 발견될 경우 적절한 회수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발표하였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국가 차원의 조치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현재 문제가 된 제품 중 국내로 유입된 것은 없고, 원료 의약품의 유입 여부는 아직 확인 중이며, 관련된 해외 발표를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여러 차례의 NDMA 관련 사태를 거치며 식약처에서 마련한 원료의약품 불순물 관리대책에 따라, 의약품에 비의도적으로 불순물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내년 5월까지 제약사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해서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 기관이 나서 선제적으로 메트포르민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에 착수한 반면, 아직까지는 국내 조사는 제약사의 자체 점검에 맡기고 해외 발표 추이만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정부(식약처)는 명확한 설명과 조치를 해야 한다’며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관계 기관이 직접 조사를 한다. 미국 FDA는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 리스트를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해 왔다. 식약처에서 직접 조사를 통해 국민의 우려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뿐만 아니라 인보사 사태, 앨러간 유방보형물 사태 등 최근 여러 사건을 거치며 점점 신뢰도가 추락해온 식약처가 이번에는 적절한 대응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태희 기자/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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