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외상 환자의 희망 ‘권역외상센터’

권역외상센터가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주대 이국종 교수가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 덕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권역외상센터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권역외상센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권역외상센터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외상환자의 진료, 외상의료에 관한 연구 및 외상의료 표준의 개발, 외상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의 교육훈련, 대형 재해 등 발생 시 응급의료 지원, 그밖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외상의료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앙응급의료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중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할 수 있다. 2012년5개 기관을 시작으로2020년2월 기준 전국에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됐으며14개 기관이 운영 중에 있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현황(2020년2월)

 

중증 외상이란?

그렇다면 중증 외상이 무엇이기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여 외상의료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일까?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다발성 외상(다발성 중증 외상)의 정의는 한 부위 이상의 신체 부위 및 장기에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외상이 발생한 경우로 일반적으로 손상정도 점수(Injury severity score, ISS) 가16~18점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다발성 외상 환자는 전체 외상 환자의 약15~20% 정도를 차지하며, 주로 젊은 연령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손상이 가장 흔하다. 초기 수상 당시의ISS 가 높을수록 사망률은 증가하게 되어 있어24점 이상인 경우 약30% 이상의 사망률이 보고되고 있다.

외상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적정 수준의 치료가 빠른 시간 안에 제공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젊은 연령의 다발성 외상 환자가 적절한 외상 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약20% 이상의 사망률 감소가 보고되고 있어 외상 체계가 효과적으로 구축되어 중증 외상 환자가 가장 적절한 수준의 의료 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되고 필요한 응급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신속하게 제공되는 것이 환자의 예후 호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중증 외상의 경우 환자가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권역외상센터는365일24시간 외상전문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어 언제든 환자 도착 즉시 수술 및 필요한 치료를 즉각 시행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를 통해 예방가능한 외상 사망률 감소

권역외상센터의 효과를 쉽게 볼 수 있는 지표로는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있다. 예상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 가운데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돼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자의 비율을 말한다. 선진국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2015년20.5%에서2017년19.9%로 크게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큰 원인은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특화된 권역외상센터 운영이다. 전국5개 권역으로 구분했을 때 모든 권역에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감소했다.서울을 제외한4개의 권역에서는 최소10.7%에서 최대15% 낮아졌다. 반면 서울은0.6%(30.8%>30.2%) 개선에 그쳤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의료 자원이 많고 의료접근성도 높은 서울의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개선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 연구팀은“서울시에 중증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적정규모의 외상센터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서울에 지정된 권역외상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으로2023년 개소 예정이다. 이와 같이 권역외상센터의 설립을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여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중증 외상환자를 위한 닥터헬기 도입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신속한 이동을 통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응급 환자의 생과 사를 결정짓는 시간을‘골든 타임’이라고 부르는데 중증 환자의 경우1시간에 불과하다. 상급종합병원과 거리가 멀어 이송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자의 경우 골든 타임을 지키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를 위해서 닥터헬기의 필요성이 논의되었다. 닥터헬기는 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전문 의료진이 동승한다.따라서 현장 처치와 이송 중 전문 처치가 가능해 골든 타임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권역외상센터에 닥터헬기 배치에 관해서 논의가 진행되었고 현재7개의 기관에서 닥터헬기를 운용하고 있고7개 기관 모두 권역외상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닥터헬기를 운용 중인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에 따르면”닥터헬기는 강원·충북·경북 및 경기 동부와 같이 의료 기관 수가 부족하고 이송거리가 먼 지역에서 중증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을 지키는데 꼭 필요한 존재”라며”앞으로도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처치로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2013년7월 첫 운항을 시작으로2019년9월에1500회 운항을 수행했고 그 중에 중증외상이417건(28%)로 가장 많았다.

 

앞으로의 권역외상센터

권역외상센터의 설립을 통해서 중증외상 환자들의 치료에 있어서 개선이 이뤄졌지만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다. 우선 서울과 경남, 제주 지역의 권역외상센터가 아직 개소하지 못해서 해당 권역의 중증외상 환자들을 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높은 인구밀도에 비례해서 많은 환자들이 발생하는 서울 권역에서 많은 의료시설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권역외상센터의 개소를 앞당겨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설립되어 있는 권역외상센터들도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2016년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에서 일어난 치료 거부로 유아가 사망하게 된 사건과 같이 권역외상센터 자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난 만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 간의 갈등을 통해서 권역외상센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병원 내에서 권역외상센터가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으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복지부가 세운 외상센터 정책들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2017년 이국종 교수가 강연에서‘우리나라는 필수의료이자 공공의료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권역외상센터는 필요한 장비와 인력이 많아 항상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적자를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으로 메우는 수준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의료진에 대한 대우도 높지 않다.업무강도가 매우 높지만 의료진에 대한 대우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이국종 교수는 이전에도‘다시는 외과의사를 하고 싶지 않다.’라고 강연에서 언급한 적 있으며 외상센터장 사퇴 의사를 전달하면서‘앞으로 외상외과 관련 일도 하고 싶지 않다.’라며 외상외과에 대해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국종 교수는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았으며 우리나라 외상외과에 대해서 사회에 알린 대표적인 인물인데 결국 외상외과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보아 외상외과의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 볼 수 있다.

이러한 외상외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을 충분히 늘리고 그들을 계속 키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복지부와 병원, 의사들이 외상센터 정책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권역외상센터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황석호 기자/연세대(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