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유예된 수은 함유 의료기기 사용 금지 조치, 국제 협약에서 국내법으로의 여정

‘수은 제품 사용 금지’ 국내법의 시행일이 2020년 2월에서 1년 뒤(2021년 4월 예정)로 유예되었다. 국내법을 시행하기에는 아직 수은 함유 의료기기 처리 및 폐기 과정과 시설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위 국내법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3년에 채택한 국제 협약인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을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수은 관련 협약은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으며, 국내에서는 어떤 진전을 보이고 있을까?

수은의 수∙출입 등을 규제하는 첫 (국제)협약은 2013년 유엔환경계획 정부 협상에서 만들어진 ‘미나마타 협약’이다. ‘미나마타 협약’은 같은 해에 일본 미나마타에서 공식적으로 체결되었다. 미나마타 협약은 수은의 배출량을 줄이고자 수은 함유 제품의 생산과 수출입을 규제한다. 수은 함유 제품인 치과용 아말감, 수은 전지와 램프의 사용 저감 외에도, 수은을 사용한 생산공정이 금지된다. 이 협약은 2020년부터 위 사항을 시행하기로 했다.

국제 협약이 맺어질 만큼 수은 중독의 위험성을 나타낸 사건이 있다. 협약 이름의 근거가 되는 ‘미나마타 사건’이다. 1956년 일본의 미나마타시(市)에서 원인 모를 병이 집단적으로 발병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에서도 발작 등의 비슷한 신경학적 문제가 나타났다. 메틸수은으로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신일본질소비료 미나마타공장이 아세트알데하이드 제조를 위해 수은을 촉매로 사용했는데, 이때 생성된 독성 물질 메틸수은을 바다에 흘려 보낸 것이다.

‘미나마타병’에 걸린 2265명 중 1784이 사망한 만큼 수은 중독의 위험성은 매우 컸다. 수은 중독에는 만성 중독과 급성 중독이 있다. 만성 중독은 신경(손발 저림, 보행 이상, 감각 상실 등), 신장(단백뇨, 신부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급성 중독은 폐 손상, 경련 등을 일으킨다.

‘미나마타 협약’은 국제적으로 맺어진 협약으로, 국내 상황에 맞게 수은 관련 법규를 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2014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수은 협약에 서명했다. 그 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보건의료에서 수은 체온계 및 혈압계의 대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2020년을 시행 연도로 정했다. 보건의료 환경에서 수은 규제가 중요한 이유는, 수은 함유 기기의 파손 및 폐기물 소각이 수은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15년에 ‘수은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2017년에 ‘잔류성 오염물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협약 체결부터 시행까지 약 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보건의료에서 수은 체온계 및 혈압계의 대체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무수은 체온계 및 혈압계로의 대체를 위한 단계별 지침, 대체 가능한 무수은 기기, 기기의 정확도, 유용성, 안전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수은 체온계에는 액정 이마∙디지털 구강∙고막 체온계가 있다. 논문들마다 정확도 및 적합성 결론이 상이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수은 체온계와 무수은 체온계의 정확도는 큰 차이가 없다. 무수은 혈압계로는 아네로이드 기기와 오실로메트릭 기기가 있다. 아네로이드 기기는 수은 대신, 혈압을 게이지에 전달하는 기계를 사용하는 수동식 혈압계다. 오실로메트릭 기기는 청진기를 사용하지 않고, 압력파로 혈압을 계산한다. 대체품으로의 전환에는 정확도 외에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시설은 각자 상황에 맞게 대체품을 선정하면 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은 함유 기기와 무수은 기기의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설령 어떤 기기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환경에서 대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전자 의료기기가 잘 손상이 되지 않고, 인력 자원도 덜 요구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서 대체 단계별 지침과 대체 기기를 마련했고, 2020년을 수은 관련 협약 발효 시기로 정하였지만, 수거 및 폐기의 불명확함으로 ‘수은 제품 사용 금지’ 조약은 2021년 4월로 유예되었다. 수은폐기물 처리업체는 적절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수은 함유 체온계 및 혈압계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의료계는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며 유예를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의료진들이 수은 금지 협약을 그 누구보다 이해하고 지지한다며 유예기간 동안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관계부처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식약처는 유예 조치를 발표하며, 의료기관이 유예기간 동안 보건환경을 위해 무수은 체온계∙혈압계로 교체하고 수은 함유 기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기를 부탁했다.

김현 기자 / 연세 원주
lisa0512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