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發) 의학교육, 어떻게 바뀌었나?

2020년, 새해를 맞으며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대) 학생들은 각자 예정된 ‘평소의’ 학사일정에 맞추어 신년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의사가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신입생들은 새로 만난 동기들과 함께 봄날의 캠퍼스를 거닐며 벚꽃의 낭만을 즐기려 했을 것이다. 예과 과정을 마치고, 해부학 실습을 시작하게 되는 예과 2학년 혹은 본과 1학년 학생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실제 인체 조직과 구조를 살펴보거나 제한된 시간 내에 지정된 조직이나 기관의 특징에 대해 빠르게 답해야 하는 ‘땡시‘를 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긴장하였을 것이다. 흰 가운을 입고 학생 의사로 병원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본과 3학년 학생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을 고대하며, 방학 기간 중 외국 병원에서의 임상 실습과 함께 여행 계획까지 세웠던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변수가 올해 상반기를 강타했다. 바로 코로나19이다. 올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2월 17일 전까지는,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듯했다. 3월 16일로 개강일을 2주 연장한 타 학과와 달리, 밀도 높은 이론 강의와 기초의학 실습, 필수 이수 시간이 정해져 있는 병원 실습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본과 교육과정의 특성상, 모든 의대는 기존 학사일정에 예정된 개강 날짜를 변경하지 않았고, 일부 의대의 경우 정상적으로 개강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31번 환자를 필두로 대구·경북 지역에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증가하며 우리나라에 드리워진 코로나19의 그늘은 짙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유례없이 의대의 모든 수업은 중지되었고, 전 학년 개강을 3월 16일로 미루었다. 연기된 개강일이 다가왔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대륙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세계적 대유행(pandemic)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의 종식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의대 역시 비대면 온라인 강의 체제에 돌입했다.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교양, 기초·임상의학 이론 강의 및 토의·토론 학습
본격적으로 많은 학업량을 소화하기 전, 교양 과목 위주로 수강하는 예과 과정 학생들이나, 기초·임상의학 이론을 공부하는 본과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녹화 혹은 실시간 화상 강의의 두 가지 형태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었다. 의대에 따라, 그리고 같은 의대 내에서도 학년과 과목에 따라, 같은 과목 내에서도 교수에 따라, 녹화 혹은 실시간 화상 강의 둘 중 한 가지 형태의 강의에 치중된 방식이나, 녹화 강의와 실시간 화상 강의를 비슷한 비율로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론 수업을 진행한다.

녹화 방식의 비대면 온라인 강의는 가장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정보전달식 강의 방법이다. 교수들이 전자 포인터 등을 활용하여 ppt 슬라이드에 판서하고 음성이 녹음된 영상 강의를 각 학교에서 지정한 온라인 강의 서버에 올리는 형태다. 출결은 지정된 시간 내에 영상을 시청했는지, 혹은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오지선다형 퀴즈를 풀거나, 주관식 서술형 문제에 대한 답을 적어 제출하는 등의 과제 제출로 확인한다.

녹화 강의는 현장 강의와는 다르게 1교시로 배정된 수업이라고 해도 그 시간에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짧으면 배정된 날 당일 이내, 길면 일주일 내에 들을 수 있는 방식이다. 즉, 현장 대면 강의와 비교하였을 때 학생에게 학습의 자율권이 보장된다. 학습 장소나, 시간에 대한 제약이 없는 특성은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같은 학교의 학생들이 같은 교수의 수업을 듣더라도, A 학생은 “원하는 시간대, 혹은 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 강의를 들으며 개인에 최적화된 일정에 맞추어 학습할 수 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B 학생은 “오히려 강의를 들어야 하는 특정 시간대가 정해지지 않아 녹화 강의 듣는 것을 미루게 된다”는 평가를 했다.

두 학생 모두 해당 수업의 과목 특성상, “외워야 하는 이름과 작용 기전이 복잡한 면역학 과목이라 현장 강의에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개념을 다루시기 때문에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내용이 많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A 학생은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표정과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간단하게 언급하시는 내용 중에는 학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라고 덧붙이며 “녹화 강의에서는 모든 개념에 대해 교수님께서 자세히 설명하셔서 대면 강의가 시작되어 한정된 시간 내에 시험을 준비할 때 우선순위를 매겨 공부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우려를 표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시험을 대비해 왔는데, 어떻게 공부 방향성을 바꾸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B 학생은 해당 특성에 대해 “항상 약어로 아주 잠깐 언급된 중요한 개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필기를 쉽게 놓치는 부분”이라고 설명하며 “나중에 복습할 때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멈춤/배속/반복 기능을 통해 처음 강의를 들을 때부터 꼼꼼하게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라며 “개념에 따라 이해하는 정도에 맞추어 속도를 조절하고, 다음 개념을 듣기 전, ’멈춤’ 기능을 이용해 즉시 암기할 수 있어 학습 효과가 향상된다”라고 밝혔다.

앞서 녹화 강의에 만족감을 표한 A 학생의 경우, 시험 준비 방식에서는 녹화 강의로 인해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편함을 드러냈다. 녹화 강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했던 B 학생은, A 학생이 지적했던 녹화 강의의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두 학생 모두 녹화 강의와 대면 강의 중, 학습 효율성 면에 있어 우위에 있는 학습 방식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시간 화상 강의는 현장 강의처럼 시간표상 정해진 시간에 학생들과 교수가 모두 Zoom, Google Meet, Skype 등의 화상회의 플랫폼에 접속하고, 교수가 화면공유를 통해 학생들에게 슬라이드에 판서하면서 수업을 한다. 출결의 경우 학교에 따라 학생들은 마이크와 카메라를 켜서 출석을 확인한다.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으므로, 녹화 강의와 비교하면 현장 대면 강의의 요소를 더 많이 갖추고 있어 녹화 강의가 구현하지 못하는 신속한 쌍방향 시청각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대면 강의와 같은 시간대에 실시하며 카메라를 켜면 부가적으로 더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녹화 강의와 비교하면 현장 수업의 결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이라고 평가받는다.

화상회의 플랫폼은 누구나 화면공유가 가능하고, 마이크를 통해 직접 이야기하거나 채팅 창을 통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 토의·토론 형식의 교양이나 의학 이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수업 진행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교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인으로 확장될 수 있다.

대면 강의와 비교했을 때 이와 같은 장점이 있는 화상회의 플랫폼은 교양 강의의 가벼운 주제의 팀 활동에서부터 기초·임상의학 이론에 대해 학생들이 서로 부분을 나누어 공부하고, 동료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의 팀 중심 학습 과정(Team Based Learning, 이하 TBL), 임상 실습을 이론적으로 준비하는 문제 중심 학습 과정(Problem Based Learning, 이하 PBL) 형태의 수업 발표에 주로 활용된다. TBL, PBL의 경우 소규모 학생들 간의 토의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Zoom 플랫폼을 활용하는 실시간 화상 강의의 경우 소회의실 기능을 활용해 할당된 수업시간 내에 대면 강의에서 진행하는 토의 및 팀별 활동의 요소를 잘 살릴 수 있다.

병원 임상 실습, 비대면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되기 어려워

비대면 온라인 개강이라고는 하지만, 현 의학교육과정 상, 대면 오프라인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형태의 교육과정이 있다. 바로, 병원 임상 실습이다.

병원 임상 실습의 경우, 질병 이론 중심이 아닌 증상 중심 공부의 성격을 띤다. 다시 말해, 본과 이론 과정 동안 배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임상술기를 병원 실습을 돌며 익혀야 한다. 따라서, 실제 진료, 수기 등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직접 보고, 실습해 보아야 하므로 온라인 강의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그럴 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의사소통기술 역시 환자 진료 중심의 임상 환경에서 필수적이므로 직접 환자들을 만나는 병원 실습 과정은 학생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높은 감염위험에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대면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구성원과의 의사소통기술의 함양, 환자 진료가 이루어지는 병원이라는 조직 체계에 대한 이해 역시 의학교육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이므로 대면 형식의 병원 임상 실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진료 및 수술 참관, 병동 방문 등을 하며 병원 곳곳을 발로 뛰어야 하는 학생 의사인 본과 3, 4학년 학생들의 경우 잠재적 코로나19 환자를 대면할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부분 의과대학은 타 학년 비대면 개강일로부터 한 달 이후에 임상 실습 재개를 결정하였다.

임상 실습 재개 전, 일부 의대에 한해서는 비대면 온라인 녹화 강의와 유사한 방식으로 본과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사국가시험(이하 국시) 실기시험에서 평가하는 항목들에 대한 동영상 학습을 시행하였다. 국시 실기시험에 있어 올해 본과 4학년과 3학년 학생들 사이에 차이가 있으므로 두 학년에 대한 동영상 학습 방법의 차이를 특정 의대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본과 4학년 학생들의 경우, 올해에 마지막으로 시행되는 현행 국시 실기시험 평가항목인 진료 문항 54개, 수기 문항 32개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되, 매주 지정된 개수의 문항 만큼에 대한 실기시험 항목에 대해 학습한다. 증례 자료, 임상 수행(CPX), 임상술기(OSCE), 국시 필기 및 실기시험 문항 등의 학습자료가 수록된 디지털 교육 컨텐츠 플랫폼인 이러닝 컨소시엄이나 접근성이 높은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임상술기 영상을 시청한다. 그 후, 해당 항목의 핵심 요소 및 주의 사항, 학생이 생각하는 추후 해당 술기 항목 학습 시 보완되어야 할 점에 대해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본과 3학년 학생들 역시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영상을 시청하고, 학습한 내용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제출한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2022년도 국시 실기시험의 경우 임상표현 48개, 임상술기 9개의 평가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경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영상 자료를 받게 된 해당 학년의 어떤 학생은, “기존 학습자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없고, 기존과 유사한 항목을 스스로 선별하여 학습을 진행해야 한다”며, “아직 기존 및 새로운 국시 실기시험 평가항목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유사도를 판별하여 학습할 항목을 고르는 것이 어려워서 변경된 국시 실기시험에 대해서 제한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 학기 비대면 강의 지속 여부와 무관하게, 본과 3, 4학년 학생들은 4월부터는 임상 실습을 재개한다. 본과 3학년의 경우, 내과학, 외과학, 산부인과학, 소아과학, 정신과학, 신경과학 등의 주요 실습과목에 대한 기존 학사일정에 정해진 실습 기간을 유지하되, 방학 일정을 조정한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KF94 마스크를 하루에 한 개씩 받으며, 병원 출입 시 철저하게 발열 체크, 문진검사를 하는 등 병원 내 모든 직원이 지켜야 하는 행동 원칙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병동 방문이 제한되고, 수술 참관 인원수 감소가 이루어진다.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로 인한 의학교육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은?

이처럼, 병원 실습의 경우 현재 대면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의학교육과정에서의 또 다른 실습인, 기초의학실습 역시 비대면 온라인 강의 체제 적용이 불가능한 것일까?

기초의학실습은 여러 기초의학 과목 중에서도 인체 조직과 기관을 직접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한 해부학, 조직학, 병리학 과목에 대한 실습수업을 말한다. 해당 실습수업에서는, 단순히 실제 인체 구조물이 어떻게 생겼고, 배치되어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보며 학습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진료현장에서 빠른 진단과 처치를 하기 위해 환자의 아픈 부위의 해부학적 위치를 파악하는 기초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땡시’ 역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학습 형태들을 온라인으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대면 강의 재개 이후로 기초의학실습 수업을 미룬 의대도 있다.

그러나, 비대면 온라인 강의 체제를 계기로 온라인 웹사이트와 사진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실습을 진행하는 조직학 온라인 디지털 실습을 도입했으며, 해부학으로까지 온라인 디지털 방식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한 의대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조직학, 해부학 실습을 한 학기 동안 진행해야 했기에, 비교적 표본 사진들을 비대면 온라인으로 학생들에게 공유하기 편한 조직학 과목에 대해 일차적으로 디지털 방식의 실습을 도입한 것이다.

온라인 조직학 실습을 하는 경우, 실습이 오전 오후로 나뉜다고 한다. 오전수업에는 표본 사진이 있는 강의록으로 학생들이 설명을 듣는다. 오후에는, 조직 표본들을 이미지로 올린 사이트가 있어 학생들이 학교 IP 주소로 직접 접속하여 자신이 보고 싶은 조직 표본들을 확인한다. 질의응답의 경우 Zoom 등의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이 질문을 남기고, 대답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한 학생은, “코로나19의 종식이 불투명하고, 언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비대면 온라인 강의 체제가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현재 도입 초기 단계인 온라인 디지털 방식의 기초의학실습이 정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와 같은 기초의학실습 수업의 디지털화는 기존의 전통적인 의학교육 방식에서 탈피한 의학교육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다”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학생이 언급한 ‘새로운 표준’이라는 개념은 현재 사회 곳곳의 영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전의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귀가 힘들고, ‘일상‘의 개념이 재정의되면서 생활의 각 영역에 걸쳐 새로운 표준, ’뉴 노멀(new normal)’의 확립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학생은 “교육의 무게중심이 비대면 방식으로 옮겨지면, 단순히 강의 방식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습 성취 수준을 온전히 측정하면서도, 환자 진료에서 겪게 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초 능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절대평가, 상대평가라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비대면 온라인 평가 방식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며, ‘뉴 노멀’ 의학교육이 풀어야 할 숙제를 강조했다.

정은별 기자 / 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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