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공약으로 미리 보는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 총 180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두었다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수 포함). 총 300석으로 구성된 국회에서 60%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했다는 것은 입법 과정에서 표류한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까지 가능한 막강한 권력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각계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보건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다시 말해 더불어민주당의 보건 분야 공약을 살펴보면 오는 5월 말 임기가 시작되는 제21대 국회가 추진할 보건의료 분야의 정책을 미리 엿볼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제시한 보건의료 분야의 공약을 통해 앞으로 의료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와 공중보건 위기대응 능력 제고

지난 1월부터 국내에 확산된 COVID-19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 체계에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방역 현장에서는 역학 조사관 등 현장 검역 인력이 부족하고 질병관리본부의 권한이 작아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부처를 지휘할 권한이 없고, 인사권이나 예산권도 없어 독자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입국자의 입국 제한 여부 판단은 질병관리본부가 아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내리기도 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켜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 이 공약은 미래통합당, 정의당 등 야당에서도 이견이 없었던 공약인 만큼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된다.

이외에도 감염병 대응과 관련한 정부 조직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경우 본부장이 행정과 방역을 모두 총괄하면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6개 권역 질병관리본부 지역본부와 5개의 검역사무소를 설치하여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보건복지부에도 보건의료 분야 전담 차관을 추가로 한 명 더 두는 방안을 제기하였다. 보건복지부가 감염병 발생 시 모든 국가적 대응을 총괄하는 역할을 더욱 수월히 하려면 내부적으로 보건의료 정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 그 외에도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지역별 음압치료병상 확충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의료인력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COVID-19의 유행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하다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 선진국들보다 지역별·전문과목별·분야별 의료인력 불균형이 심각하고, 고령화와 의료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의료 인력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특히 필수 의료 및 공공의료 전담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의료 취약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증원된 인력을 해당 지역의 병원급 기관에서 의무복무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여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확충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국내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실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필수 의료 분야에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의료환경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가로 인해 의사들이 전공 선택을 기피하는 것이며, 공공의대를 신설하더라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공공의대 졸업생들도 취약지를 떠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본지 133호 ‘코로나19,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공공의대’ 기사 참조) 이러한 반발로 이미 제20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좌절된 바 있으며,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방안과 다른 방식으로 공공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공공의료 TF’를 구성하기도 했다. 전술된 공약과는 달리 이견이 많은 공약이기 때문에 제21대 국회에서 어떻게 수정·보완되어 추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희 기자 /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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