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국민건강보험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국민건강보험

의료보험의 기본적인 역할은 의료서비스 이용자가 평소에 일정액을 미리 지불함으로써 필요할 때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여, 질병에 수반하는 의료비의 부담과 소득 상실 등의 위험을 국가와 국민이 공동 부담하는 사회보험 형태의 의료보장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을 시작으로 2000년 국민건강보험으로 개칭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제도의 의의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발생한 고액의 진료비가 가계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 있으며, 국민들이 평소에 보험료를 내고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관리 운영하다가 필요시 보험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상호간 위험을 분담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의 특징은 사회보험의 형태*를 취하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단일한 보험자가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국민보건서비스*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제도는 보험자가 재원을 마련한다. 따라서 나타나는 특성으로는 보험가입 및 보험료 납부의 의무, 부담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과, 균등한 보장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험가입 및 보험료 납부의 의무에 있다. 보험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될 경우, 질병 위험이 큰 사람만 보험에 가입하여 국민 상호간 위험분담 및 의료비 공동해결이라는 건강보험제도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한 법적요건이 충족되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건강보험가입이 강제되며 보험료 납부의무가 부여된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건강보험에 가입되며, 외국인도 국내에6개월 이상 체류 시 강제로 가입하게 된다. 이처럼 전국민이 가입되는 보험이기 때문에 사회 제도로 활용될 수 있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모든 보험자는 사회적 연대를 기초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부과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험료 부담수준과 관계없이, 보험자 모두에게 균등한 보험 급여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의료 보장, 사회 연대, 소득 재분배 기능을 건강보험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의료비 부담 없이 누구나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대상자 1인당 진료현황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건강보험남부자(환자)와 건강보험수급자(의사 및 의료기관)의 사이에서 나오는 진료비에 대한 항목이 건강보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에 대한 진료비는 일부를 환자에게 받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하는 방법으로 받는다. 이때 보건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심사를 거치고 지급하게 된다. 건강보험수급자(의사 및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이러한 구조로 인해 여러 문제점을 겪는다. 우선 건강보험공단의 재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막는 것이 목표이므로, 심평원이 심사와 평가를 통해 병원에 지급하는 보험금을 조절한다. 따라서 병원은 진료에 대한 수가가 낮아지는 저수가 체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급여에 포함되는 항목이 적어 건강보험 보장률도 낮은 편이다. 또한 심평원에서 진료 행위에 대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심사, 평가를 통해 보험료 지불을 거절할 수 있다. 의사들의 급여항목에 대한 주수입은 건강보험료이기 때문에,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진료를 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건강보험수급자(의사 및 의료기관)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건강보험납부자(환자) 사이에서 잡음이 생기게 된다.

-건강보험 보장률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일산병원 수가 원가보전률에 대한 연세대학교 연구 자료에 따르면 급여 항목에 대하여 의원급 병원의 원가 대비 수가는 62.2%이다. 전체 평균은 69.6%로 수가가 원가의 60%로 수가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양이관 종별 추정 원가 보전률

이와 같이 진료행위에 대한 수가가 원가를 따라오지 못해서 건강보험수급자는 원가 보전을 위해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환자를 보는 박리다매 형태의 진료 서비스로 인해 업무 과중, 진료 소홀을 초래할 수 있고, 혹은 비급여 항목에 대해 과잉 진료를 할 수 있다. 앞의 예시로 알 수 있듯, 적절하지 않은 수가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불러온다.

또한 진료 행위에 대해 심평원은 자체 기준을 통해 보험료 지급을 거절, 축소할 수 있다. 이때 의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진료라고 판단한 의료 행위라도 심평원에서 지급을 거절하고 삭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심평원의 삭감을 피하기 위해 의료기관은 공격적인 치료방식을 지양하게 되어 이로 인한 소극적인 진료로 오히려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는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치료를 했지만 심평원의 기준에 맞지 않아 진료비 삭감 통지서를 받았다. 사유서를 심평원에 제출했지만 회수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에 대한 의료기관 이의신청 건수는 2016년 96만5000건에서 2018년 109만5000건으로 13.4% 급증했다. 또한 이의신청에 대한 인정률이 54.9%에 달한다. 진료비 삭감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 절반 이상이 진료비를 돌려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의 신청 인정 이유로는 ‘요양기관청구착오’와 ‘적정급여입증’이 3년간 각각 113만여건, 46만여건을 기록했다. 심평원의 평가에 대해 의료기관의 이의신청이 늘어나며 이의신청 인정률이 높아 이는 의료기관과 심평원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것은 ‘저부담-저급여-저수가’ 구조 덕분이다. 그럼에도 선거철에는 늘 공약으로 건강보험의 보장률 확대를 볼 수 있다. 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다른 곳에서만 찾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수가적정화를 주장하고 있다. 저수가-저급여 상황에서 의료계는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로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리고,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앞으로 노인 의료비 급증, 저출산으로 인한 납부자 감소 등으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누수도 걱정해야 하는데, 보장률은 높이면서 재정 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가중되는 부담은 더 높아질 것이며 이는 결국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합리적으로 건강보험 체계를 다시 재정비하여 수가 정상화, 정상적인 보험금 지급 정책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자(의사 및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보장률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한다.

황석호 기자 / 연세대 원주

soc06217@naver.com

 

용어설명

사회보험(SHI)

사회보험은 국가가 기본적으로 의료보장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의료비에 대한 국민의 자기 책임을 일정부분 인정하는 체계이다.

정부기관이 아닌 보험자가 보험료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의료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지닌 기구를

통한 자치적 운영을 근간으로 하며 의료공급자가 국민과 보험자간에서 보험급여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독일, 프랑스 등이 사회보험방식으로 의료보장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국민건강보험(NHI)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사회연대성을 기반으로 보험의 원리를 도입한 의료보장체계이지만 다수 보험자를 통해 운영되는 전통적인 사회보험방식과 달리 단일한 보험자가 국가전체의 건강보험을 관리·운영한다. 이러한 NHI방식 의료보장체계를 채택한 대표적인 국가는 한국과 대만을 들 수 있다.

국민보건서비스(NHS)

국민보건서비스는 국민의 의료문제는 국가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일반조세로 재원을 마련하고 모든 국민에게

무상으로 의료를 제공하여 국가가 직접적으로 의료를 관장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의료기관의 상당부분이 사회화 내지 국유화되어

있으며, 영국의 비버리지가 제안한 이래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등의 유럽에 확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