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라면 한 번쯤 꼭 넘어야 할 산인 해부학 실습 수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부학 실습에서는 사진과 그림들로 접했던 인간 신체의 뼈와 근육, 장기들을 카데바에서 직접 찾아내고 관찰, 구분하게 된다. 이 실습은 이론적 지식을 경험을 통해 완성하는, 의학을 공부함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다.
해부학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해부학 속에도 여러 종류의 학문이 나뉘어 있는데, 최근 우리는 신경 해부학을 단독 과목으로 떼어 내어 배우기 시작했다. 해부학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분야인 신경해부학(neuroanatomy)의 발달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뇌와 척수로 이루어지는 중추신경계의 형태를 조사하는 신경해부학의 본격적인 발전은 17세기부터 시작되었으나, 이미 고대 이집트의 의학 파피루스 중에는 뇌의 표면 주름과 뇌막, 그 아래의 체액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스 시대에는 동물의 해부를 통해 시각 신경을 발견하였고, 머리 부분의 발달 시기가 다른 부분보다 이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히포크라테스의 신경계통 구조에 대한 해부학적 기록들 역시 기원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는 『신성한 질병에 대하여(On the Sacred Disease) 』에서 인간의 뇌가 대칭적인 두 개의 반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그와 관련한 혈관들, 그리고 뇌전증(신성한 질병)에 대해 기술하였다. 반면 신경해부학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던 사건들도 있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뇌가 아닌 심장을 지능과 감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생각했다. 이후 ‘실험생리학의 창시자’라고 불린 갈레노스는 뇌와 척수, 신경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방대한 양의 문헌을 집필하였다. 그중에는 신경이 힘줄로부터 분화한다는 잘못된 지식도 있었지만, 그는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뇌와 관련된 많은 명칭들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구분해내며 중세시대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실제 시체를 해부하며 이를 그림으로 남겼고, 베살리우스는 해부학사에 길이 남은 책 『사람 몸 구조에 관하여(On the Structure of the Human Body)』를 집필했다. 그는 사람의 몸 구조 중에서도 뇌의 구조를 명확히 표현해내며 최초로 회색질과 백색질이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근대 발전기 때 신경해부학은 지속적으로 크게 발전하였다.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는 주로 육안으로 관찰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현미경이 발명됨에 따라 뇌의 미세한 구조에 대해 많은 발견이 이루어졌다. 이후 실험적 신경해부학적 방법이 개발되어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윌리스가 1664년 출판한 『Cerebri anatome』는 뇌의 해부학과 신경계통의 질병들에 대해 알리며 근대 신경학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7세기의 가장 뛰어난 신경해부학자였던 그는 저작 『대뇌해부학』에서 최초로 신경계통의 해부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했다. 현재의 12쌍 뇌 신경 분류법이 있기 전까지는 그의 분류방법이 계속해서 표준이 되었었고, ‘신경과학’이라는 용어 역시 그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19세기 초반부터는 현미경을 이용하여 뇌 조직의 미세구조를 연구하는 현미경 해부학이 발달했다.
20세기에 와서 신경해부학은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신경조직의 배양방법이 발견되고 전자 현미경이 개발되었으며, 각종 신경로 추적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그 중에는 변성섬유의 은 염색, 자기방사법, HRP등의 추적물질을 이용한 방법 등이 있었다. 또한 많은 신경영상방법들도 개발되었는데, 단세포염색방법, 형광조직화학염색, 면역조직화학염색, 인 사이투 하이브리드형성, 기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통한 연구로 과거의 신경계 구조와 기능에 대한 개념들은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되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신경계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들이 많이 남아있으며, 20세기까지의 연구결과 또한 더욱 정확한 판단과 정리가 필요하므로 앞으로도 신경계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것이다.
이소정 기자 / 순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