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장, 의사만을 위한 자리인가?

보건소장, 의사만을 위한 자리인가?

인권위 “의사 우선 임용은 고용 차별”
복지부 “보건의료 전문직인 의사가 직무 수행함이 마땅”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보건소장 임용 시 여타 보건 관련 전문 인력보다 의사를 우선시하여 임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로 판단하여,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장관에게 관련법의 시행령인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권고했다.
2006년에도 보건소장 자격기준 차별 진정사건에서 인권위는 의사 면허를 가진 자만을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하여야할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하여, 보건소장의 자격을 “의사의 면허를 가진 자 또는 보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 등”으로 개정할 것을 복지부에 권고한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권고는 처음 행해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복지부 역시 완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건의료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갖춘 의사가 보건소장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권위와 복지부의 입장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복지부가 원하는 보건의료 전문가인 보건소장

복지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다. 보건소는 건강증진 및 질병 예방 업무를 총괄하고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유행 시 예방 및 관리를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보건소장의 직책은 위와 같은 의료 업무 전반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갖춘 의사가 보건소장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내용은 의과대학 내에서 배우는 예방의학 과목과 연관성이 짙다. 실제로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그리고 간호과대학에서는 배우지 않고 보통 독점적으로 의과대학에서만 배우는 과목인 예방 의학을 모든 의사는 배웠다는 점, 그리고 위와 같은 업무 외에도 보건소 내에서 행해지는 진료와 관련된 모든 과목들을 의사들이 의과대학에서 이수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복지부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인권위가 복지부에게 내린 두 번째 개정 권고

2006년에 이어 2017년에 다시 한 번, 인권위는 복지부에게 보건소장 임용 관련법 개정을 요청했다. 이 때, 인권위는 “감염병 유행 시 일선 보건소가 수행하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 업무의 중요성은 오히려 비(非)의사로서 보건학 전공자를 보건소장에 우선 임용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복지부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또한, 보건소에는 보건소장 외에도 의사를 1~6명씩 두도록 하여 의료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 보건소와 마찬가지로 공공의료기관 중 하나인 지방의료원의 장은 비(非)의사도 임명이 가능한 점, 보건소의 업무는 복지부가 말하는 것들 외에도 영양개선사업, 식품위생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의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와 관련된 전문지식도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인권위의 주장과 근거 역시 타당성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

지역보건법 시행령의 개정?

지역보건법 시행령은 대통령령 제 26651호이고, 시행령의 개정 절차는 제정 절차와 같은 절차를 거친다. 그러므로 개정이 된다면, 입안, 부패영향평가, 관계 기관과의 협의, 당정협의,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및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 심사, 그리고 공포, 총 10단계의 과정을 200여 일 동안 거쳐서 개정이 이루어진다. 상당한 복잡함이 따르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옳은 방향의 개정이라면 당연히 그 복잡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는 게 당연하지만, 논란이 되는 내용이라면 그렇지 않아야 함 역시 당연하다. 개정 절차에 “관계 기관과의 협의”라는 부분도 있는 만큼, 복지부와 인권위 사이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만 개정을 해도 그 과정의 복잡함이 최소화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급하게 개정 절차를 밟는 것도, 완고하게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도 현 상황의 돌파구는 되지 못할 것이다.

김재의 기자/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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