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용 인공혈관이 사라진다… 위기 속의 선천성 심장병 소아들

소아용 인공혈관이 사라진다… 위기 속의 선천성 심장병 소아들

유일한 공급원 한국 철수… 저수가 정책의 문제인가, 생명을 이용한 기업의 횡포인가?

다가오는 9월 30일, 고어 메디컬은 국내 총판인 Medical C&C와의 대리점 계약을 종료한다. 이 기업은 국내 소아용 인공혈관의 유일한 공급원이었기 때문에 많은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그 안에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수많은 소아환자가 수술도 받지 못한 채,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고어 “한국의 낮은 보험상한가로 인해 수익 저하가 우려된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2년 인조혈관 보험상한가를 최대 22% 인하했다. 그 이후 2016년 6월과 12월, 다시 한 번 약 19%가량 인하했다. 그 결과, 고어가 국내에 판매하던 제품들은 타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보험상한가가 책정되었다. 대표적으로 보험코드 G0434004로 분류된 제품의 경우, 우리나라의 보험상한가는 46만 4890원이다. 미국 82만 1825원, 중국 147만 4616원에 비해 한 없이 낮은 가격이다. 이렇게 한국 내 사업 수익 저하가 우려되자, 고어는 국내 인조혈관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학회에서는 국내에서 고어가 철수한 이유를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실이 타국들에 알려질 경우, 한국을 기준으로 낮은 판매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인조혈관 공급중단은 기업의 독점적 지위 악용”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일부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수가를 인상하려는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라고 말하며, 고어의 한국 철수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 측은 선천성 소아심장질환 수술에 필요한 치료재료가 대체 불가능임을 잘 알고 있는 고어가 공급 중단 선언을 한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또, 고어의 이러한 행위를 수용할 수 없는, 수가인상을 노리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에 대한 근거로, 보건복지부는 고어가 자료를 제출하여 수가 인상을 요구할 만한 기회는 지금까지 얼마든지 있었다는 점, 고어가 처음에는 저수가를 이야기하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복잡한 심사를 지적하는 등 입장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같은 일을 계기로 수가를 인상해준다면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결책은 어디에?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들어보면, 확실하게 문제가 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서로의 완고한 입장만을 내세우며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양측 중 어느 쪽이든,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해야 문제 해결에 있어 최소한의 조건인 ‘협상’의 전제조건이 갖추어진다. 두 번째는, 실제로 문제가 되는 의료기기 저수가 정책이다. 의료 저수가 정책은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라, 여러 번 문제가 된다고 여겨졌던 점이다. 급여 의료기기 및 치료재료들은 보험급여로만 기업들에게 재화를 지불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낮은 의료수가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상황의 원인을 저수가 정책으로만 여긴다면, 너무나 성급한 판단이자 일반화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사회 문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인 만큼, 저수가 정책의 문제점들은 존재함이 분명하고,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김재의 기자/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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