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하다 목숨 잃은 미얀마 의대생

지난 2월 1일 새벽, 미얀마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승리한 작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1년간 임시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2015년 미얀마에 민주 정부가 들어선 지 5년 만에 군부 체계의 독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날 성명을 통해 ‘선거 부정에 대응해 구금 조치를 실행했고, 민아웅 훌라잉 국방 총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되었다’는 내용이 선포되었고 아웅산 수치 고문을 비롯한 많은 민주 정부 인사들이 구금되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평화 시위로 대응을 시작했으나 군부 세력은 무자비한 학살을 감행한 것이다.

3월 30일 기준 구금된 시민은 2,574명, 이중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시민은 37명이며 사망자는 510명으로 집계되었다. 사망자 중 어린이만 35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집에 있던 여고생을 조준 사격하는 등 충격적이고 반인륜적인 만행이 현재도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시민이 현 상황을 “군경이 시민을 닭 잡듯 죽이고 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시신을 불태우는 등 사망자 수를 축소하려는 정황으로 보아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점차 반군은 군기지를 점령하여 군과 교전하고 있으며 군부 축출 이후 연방제 국가 건설을 위한 헌법 초안 논의도 진행 중이다. 곧 미얀마 내전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군부를 지원하는 러시아, 중국과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등의 민주 진영으로 분열되어 있어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힘겨운 현실 속에서 미얀마 청년들은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14일 사망한 올해 18살을 맞이한 미얀마 양곤대 의과대학 1학년 칸 네이 하잉(Khant Nya Hein)의 모습도 영상을 통해 공유되었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길거리에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한 남성. 동료들이 방패를 들고 지켜보려 하지만 결국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무차별한 폭력을 당하자 모두 물러나고 만다. 다만 여성 한 명은 발길질을 당하고 머리채를 잡혀 끌려나가면서도 끝까지 남성을 지키려 노력한다. 일면식 없는 남성을 지켜준 여성은 20대 싼 싼 머(San San Maw)이다. 경찰들은 그녀를 끌고 갔으며 그녀는 여전히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동생은 SNS에 영상을 올려 “누나가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널리 알려달라”고 썼다.

칸은 시위대에 도움이 되고 싶어 ‘시민 불복종 운동’에 나서 의대생 신분으로 현장에서 의료봉사를 하다가 군부의 총격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흰 가운으로 가득 찬 장례식은 16일 양곤의 한 공원묘지에서 진행되었다. 장례식에는 어린 동생을 비롯한 가족, 의과대학 선후배들, 미얀마 사진기자 모임 MPA(Myanmar Pressphoto Agency) 등이 참석했으며 수백 명의 추모객들이 방문했다. 의대생들은 그의 죽음을 기리고 저항의 뜻을 보이기 위해 흰 가운을 입고 세 손가락을 든 채 평화 시위를 진행했다. 가족들은 쉽사리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슬퍼했으며 그의 어머니는 장례식장에서 “아들이 죽었는데 참기 힘들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라고 울부짖는 등 안타까운 모습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장미꽃 가득한 관 안에 못다 이룬 칸의 꿈을 위해 청진기를 넣어주었다. 평등한 마음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구해야 하는 의사의 소명대로 살아가다 결국 세상을 떠나버리고 만 칸의 소식은 국제사회에도 슬픈 울림을 전해주었다.

이에 국내 의료계도 성명을 내어 지지 선언을 발표했다. 22일 광주광역시의사회에서는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는 무력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80년 5월 광주에서도 군부의 총칼에 맞선 의료인과 시민이 희생됐다며” 의료인과 시민들에게 연대의 뜻을 보낸다고 밝혔다. 23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도 “민주주의 없이는 미얀마 민중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의료체계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쿠데타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의료인들의 주장과 행동에 우리는 공감하며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한 “인의협은 헌법을 고치지 않겠다는 1987년 호헌선언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행동에 기초하여, 6월 민주항쟁을 거쳐 그해 11월 창립됐다. 따라서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군부의 민중학살과 88년 8월 8일 투쟁부터 현재까지의 민주화 투쟁은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니며 바로 우리들의,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모든 한국 의료인들의 투쟁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수십년의 독재를 견디며 맞서 싸운 결과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게 된 우리나라에서도 공감과 응원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역사적으로 역동적인 사회의 흐름과 의료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었다. 이는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중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며 수술을 이어나가 부상병들을 치료한 노먼 베쑨,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전남대학교 병원까지 계엄군이 점령하여 총격을 가하며 과잉진압하는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돌본 의료진 등 수많은 역사가 증언해주는 사실이다. 2021년 미얀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칸이 보여준 고결한 정신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나라 의대생들에게 그동안 잊고 지낸 가치에 관한 깨달음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출처 : 신은정, 미얀마 울린 18세 의대생 죽음 [포착], 국민일보, 2021-03-18,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645057

신세연/전남
214s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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