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

어떻게 미국에서 한국인 의사로 활동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는 의대생이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우선 한국 의대를 졸업했다면 미국 의대를 다시 한번 졸업해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국 의대를 졸업 후 의사 면허를 획득한다고 해서 미국에서 바로 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의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현재 코넷티컷 주립 의과 대학 심장혈관 내과 부교수로 활동하시는 이주용 교수님과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기 위해 거쳐야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주용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1992년 원주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내과 레지던트, 심장내과 펠로우를 한 후 심장내과 전문의로 3년을 일하고 미국에 와서 1년 반을 리서치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내과, 심장내과, 인터벤션, 혈관 내과 등의 레지던트와 펠로우 과정을 다시 하였습니다. 현재는 코넷티컷 주립 의과 대학 심장혈관 내과 부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Q. 한국에서 의사 면허를 획득한 후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한국 의사 면허는 미국에서 인정 되지 않습니다. 한국 의과 대학 졸업은 인정되나 한국처럼 의과대학 졸업시 의사 면허증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에 따라 다르나 2년 내지 3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 해야 완전 의료 면허를 획득 할 수 있습니다. 미국병원에 인턴 레지던트로 들어 가기 위해서는 외국 의대 졸업생인 경우 ECFMG에 등록을 하고 USMLE step 1,2,를 합격 하여 ECFMG Certificate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을 가지고 미국 병원에 인턴으로 응시를 하여 합격 하면 그 병원에서 일하는 것으로 하여 제한된 의사 면허증을 발부 해 줍니다. 그것을 가지고 인턴 일을 시작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면서 USMLE step3를 합격하고 인턴 기간 포함 하여 2년 내지 3년 레지던트를 하면 완전 의사 면허증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레지던트가 끝난 후 미국 AMA에서 관장하는 각 과별 전문의 시험을 합격하면 전문의가 됩니다. 세부 전문의를 원하면 레지던트 기간 중에 펠로우 과정에 응시하여 합격하면 펠로우를 각 세부 전문의 과정에 따라 수료하고 세부 전문의 시험을 합격하면 됩니다.

Q. 미국 대학병원 교수가 되시기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A. 일단 의사 면허증이 있어야 하고, 전문의 또는 세부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전문의 자격증을 획득한 후 각 대학 병원에 자리가 난 경우 응시하여 합격하면 대학 병원에서 일하게 됩니다.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의사 면허 시험인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를 통과해야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ECFMG Certificate를 취득해야 한다. ECFMG Certificate는 미국 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기 위한 권리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CFMG Certificate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USMLE step1, USMLE step2 CK(clinical knowledge), USMLE step2 CS(clinical skills)를 통과해야 한다. Step1은 생리학, 생화학, 해부학 등의 기초의학 내용이 주가 되는 8시간동안의 시험이다. Step2 CK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을 포함하는 임상의학 내용이 주가 되며 9시간에 걸쳐 봐야하는 시험이다. Step2 CS는 실기 시험으로 ‘표준환자’라고 하는 훈련된 배우를 상대하고 차트까지 작성해야한다. Step1과 step2 CK는 우리나라에서도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개의 지역센터로 나뉘어진 Prometric test center에서 시행되며 한국지역센터에서는 서울시 중구 퇴계로 324(성우빌딩)에서 시행되고 있다. Step CS는 6개의 미국 내 지역센터에서만 시행된다. Step1과 Step2를 통과하면 ECFMG Certificate를 취득하게 되고 인턴,레지던트 과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Step3는 임상의학적인 내용을 평가하는 MCQ와 다양한 환자의 사례를 통해 수험생의 의사로서의 역량을 평가하는 CCS로 나뉘어 있다. Step3 또한 미국 내 지역센터에서만 응시할 수 있다. Step3는 보통 레지던트 과정을 끝내기전까지 통과하면 되지만 한국 의대 졸업생이 레지던트 과정을 지원한다고 할 때 한가지 문제가 생긴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한국인이 레지던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귀국조항이 없는 취업비자가 필요하다. 이 취업비자를 얻기 위해서는 Step3의 통과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 의대를 졸업한 한국인의 경우 대부분 레지던트 과정을 지원하기 전에 Step3를 통과한다고 한다. 이후 병원에 레지던트를 지원해 레지던트 매칭에 성공하면 레지던트로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꼭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하나?’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반의(GP)의 개념이 없다.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State Medical Licensure(주 의사 면허)가 필요하다. 주 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하나의 주를 예로 들면, 한국 의대 졸업생을 포함한 외국의대 졸업생이 주 의사 면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3년의 레지던트 과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자신이 활동하려는 주의 주 의사 면허 조건을 만족하면 해당 주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 현황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는 얼마나 될까? 미국 의과대학 협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아시아인 의사는 15만 7025명으로 전체 의사 중 17.1%를 차지했다. 또한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미국 내 아시아인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이다. 미국 내 아시아인 의사 중 10%가 한국인 의사라고 가정했을 때 15000여명의 한국인이 미국 내 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는 점점 늘어나고 있을까? 앞서 설명한 USMLE를 준비하는 한국인들의 정보 공유 커뮤니티인 ‘USMLE KOREA’의 회원수를 통해 알 수 있다. 2005년 1000여명이었던 회원 수는 2018년 2만 500여명으로 늘었다. 또한 이 커뮤니티를 통해서 레지던트 매칭에 성공한 한국인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볼 때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미국 내 에서 한국인 의사 수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미국 내 한인 수에 비해 한인 의사 수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의사의 미국 진출을 통한 한인 의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의사들

많은 한국인 의사들이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LA비즈니스 저널에서 2017년에 보도된 LA지역 최고의사를 다룬 기사에 존 유 신경외과 전문의가 소개되었다. 존 유 신경외과 전문의는 뇌와 척수에 발병하는 암에 대한 방사선치료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LA 비즈니스 저널에서2020년 발표한 ‘2020년 최고의사’에도 한인 의사가 6명이나 포함되었다. 관상동맥 질환의 최고 권위자라고 평가받는 심장내과 최명혜 박사, UCLA 의과대학 피부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제니 김 박사, 뇌수술 분야, 신경 질환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경과 이정훈, 이선호, 랜스 이 박사, LA어린이 병원에서 활동하는 안과 토마스 이 박사가 LA최고의사 72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의사의 LA최고의사 선정을 통해 한국인 의사도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 충분히 인정받는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미국에서 무료로 환자들에게 진료를 해주는 한 의사가 있다. 테네시주 녹스빌시에서 무료진료소를 운영 중인 톰 김 박사의 이야기다. 톰 김 박사는 암 전문의로 1993년부터 무료 진료소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저소득층에게 무료 진료를 해왔다. 당뇨, 고혈압, 암 등 다양한 병을 가진 환자들을 매일 3,40명씩 진료하며 봉사해왔다. 톰 김 박사가 무료로 진료를 봐준 환자가 16000여명이나 된다. 이렇게 해외에서 따뜻한 인술을 베푼 톰 김 박사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사회봉사단체에서 ‘제퍼슨 상’을 수상하기도 하며 미국 내 한인 의사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들을 위한 커뮤니티 ‘코러스닥(https://korusdoc.com/main/)’을 통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코러스닥은 이주원 전문의가 미국 내 한국인 의사들 간의 연결, 교민과 한국인 의사들 간의 연결, 한국인 의사들의 미국 진출 도움 등의 목적으로 개설한 사이트이다. ‘의사/클리닉 검색’ 배너를 통해 미국 내에서 한국인 의사가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의사에게 물어보기’ 배너를 통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전문가 칼럼’, ‘NEWS/뉴스’ 배너를 통해 미국 내의 의료계 이슈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코러스닥 홈페이지
USMLE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로는 ‘USMLE KOREA(http://usmlekorea.com/)’가 있다. USMLE KOREA는 USMLE를 준비하는 한국인을 위한 커뮤니티로 USMLE에 대한 질문들을 올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USMLE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도 얻을 수 있다. 또한 USMLE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영어 공부에 관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어 USMLE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유용한 사이트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가 겪는 어려움, 차별

요즘 미국 내에서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혐오, 차별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와 관련하여 미국 의료계에서 한국인이 겪는 어려움,차별 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앞서 다뤘던 레지던트 매칭에 대해서 살펴보자. 미국레지던트매칭프로그램(NRMP)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2018년 레지던트 정원은 3만232이었고 총 3만7103명이 레지던트 과정에 지원했다. 지원한 인원 중 약 78%가 레지던트 매칭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 내 의대 졸업자와 해외 의대 졸업자로 나누어 레지던트 매칭 성공 비율을 살펴보면 미국 내 의대 졸업자의 레지던트 매칭 성공 비율은 약94%이고 해외 의대 졸업자의 매칭 성공 비율은 약56%이다. 미국 내 의대 졸업자와 해외 의대 졸업자의 레지던트 매칭 성공 비율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의대 졸업자에서 범위를 더 좁혀 한국의대 졸업자의 레지던트 매칭 성공 비율을 살펴보면 51%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해외 의대 졸업자가 미국 병원에 레지던트로 취업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의대 졸업자가 레지던트로 취업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뜻이다. 또한 레지던트 매칭에 성공하는 과정까지에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USMLE를 보기 위해 드는 비용, 시험을 위해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드는 비용 등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이주용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어 악센트에 때문에 문진 시 환자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아직까지는 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의사로 활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의사이자 유튜버인 ‘닥터 파라과이맨’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한국인 의사로서 겪는 인종차별의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한국인 의사는 미국 병원에서 외래를 보면서 한 히스페닉 환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환자가 처음에는 특별한 행동없이 있다가 동양인인 것을 확인한 후 비웃으며 chino(중국사람)이라며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아시아인 혹은 한국인 의사라는 이유로 미국인 의사보다 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무시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뉴욕대 치과대학의 한 치과의사의 사례를 살펴보면 환자로부터 받는 차별 이외에도 같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차별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인 치과의사 재클린 박씨의 주장에 따르면 정규직 채용, 승진 과정에서 백인 의사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아시아인들 혹은 자신과 같은 한국인들이 받는 불이익과 차별이 존재한다고 한다. 주변 동료들도 박씨의 승진을 확신하는 상황에서도 몇차례 승진이 누락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아시아인 혹은 한국인 의사로 활동하면서 겪는 차별 등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시아인,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어려움, 차별만 겪을까? 이주용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이주용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
Q. 미국인 환자를 상대하면서 한국인 의사라는 이유로 치료 받는 것을 거부하거나 교수님을 힘들게 한 환자를 만난 경험이 있으신가요?
A. 미국 사람들은 법적으로 인종, 성별, 등 등으로 인한 차별을 법적으로 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므로 환자들도 대 놓고 미국인이 아니라고 치료 받기를 거부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외국인이 인구가 많은 주와 많지 않은 주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Q. 처음으로 미국 병원에서 근무하시기 전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이라서 겪은 어려움, 차별 혹은 한국인이라서 겪은 수월한 점 등이 있으셨나요?
A. 영어에 제한을 받으면 구직하기가 어려우므로 액센트가 있더라고 자유롭게 영어를 알아듣고 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적으로 한국인이라고 표면적으로 특별히 차별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한 경력으로 인한 전문지식 또는 기술로 미국에서 인턴 레지던트 또는 펠로우 할 떄 인정을 받고 좋은 레퍼런스 레터와 강력한 후원을 받게 되면 여러 단계에서 유리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법적으로 인종으로 인한 차별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차별이 완전히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한국인 의사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이 많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한국의 의료 수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 일한 경력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았을 때 미국에서 한국인 의사로 활동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전현준/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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