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보급부터 부작용 논란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금방 끝날 것만 같던 코로나19 유행이 1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전세계에서 벌써 1억 3천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3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왔다(4월 13일 WHO 자료 기준). 우리나라도 팬데믹의 악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4월 13일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 110,688명, 누적 사망자 1,775명을 기록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준 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백신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말부터 백신들이 하나둘 승인되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영국을 필두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 2월 26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였다.
백신이 무사히 사람들에게 접종되고 집단 면역을 형성하려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백신에 대한 의학적 정보가 투명하고 정확하게 대중 전반에 전달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백신 도입 전후의 우리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사실과 다르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면서 사람들은 백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불신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생들은 백신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진다. 아직 의사도 아니고 감염병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지만, 엄연히 의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백신에 관한 사소한 한 마디도 누군가에게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언에 신중했을 의대생들을 위해, 현재까지 알려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백신 플랫폼
백신플랫폼이란?
인체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식별하고 물리치기 위해 복잡한 면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면역 시스템이 병원체에 감염되기 전에 인위적으로 활성화되도록 하는 물질이 바로 백신이다. 그리고 백신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백신 플랫폼이 활용되고 있다. 백신 플랫폼이란 기존의 백신에서 특정 항원이나 유전정보만 바꿔 다른 바이러스 질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기술을 말한다.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백신 플랫폼에는 ▲불활성화 백신 ▲약독화 생백신 ▲재조합단백질 백신 ▲바이러스 유사 입자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DNA/RNA 백신 등이 있다.
그림 1. 백신 플랫폼의 종류 (Calina et al, 2020)
불활성화 백신(사백신, Inactivated vaccine)과 약독화 생백신(Attenuated vaccine)
불활성화 백신과 약독화 생백신은 고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 왔고 가장 널리 알려진 방식의 백신 플랫폼이다. 원래 독성이 있었던 바이러스를 사멸시켜서 만든 백신을 불활성화 백신, 사멸시키지는 않고 독성을 약화시켜서 사용하는 백신을 약독화 생백신이라 한다.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백에서 개발한 백신은 불활성화 백신 방식을 사용하여 개발된 백신이다.
재조합단백질백신(Subunit viral protein vaccine)과 바이러스 유사 입자 백신(Virus-like particle vaccine, VLP vaccine)
재조합단백질 백신은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데에 사용되는 항원 단백질만을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바이러스의 외피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백신 중에서는 노바백스(Novavax)에서 만든 백신이 이 기술을 사용하였다.
이와 달리 스파이크 단백질을 직접 주입하지 않고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입자(virus-like particle, VLP)에 결합시켜 주입하는 방식을 바이러스 유사 입자 백신이라 한다. 아직까지 이 방식을 활용하여 상용화에 성공한 백신은 없다.
바이러스벡터백신(Viral vector vaccine)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를 끼워 넣어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최근에 상용화된 기술이며,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얀센(Janssen) 그리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가 이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상온 보관이 가능하여 유통이 비교적 쉽고, 기존의 제조 설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단가도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혈전 질환과 관련하여 이 플랫폼의 안전성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DNA/RNA 백신(DNA/RNA vaccine)
DNA/RNA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를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RNA의 경우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는 mRNA(전령 RNA, messenger RNA)를 주입한다. 화이자(Pfizer), 모더나(Moderna)의 백신이 mRNA 백신 기술을 채택하였다.
그런데 mRNA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mRNA 백신을 유통·보관할 때에는 극저온의 환경이 필요하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약 -70℃, 모더나 백신은 약 -20℃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별도로 콜드체인 제반 시설이 필요하다. 또한 신기술이라 기존의 제조 설비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문제 때문에 유통과 대량 생산이 바이러스 벡터 백신에 비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가 넘는 높은 예방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매우 획기적인 성과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도입, 그리고 접종
우리나라에서 접종되는 백신은 크게 국내 위탁생산과 수입이라는 2가지 경로로 공급되며, 2021년 2월 16일 기준 총 7,900만 명분의 백신 계약이 완료된 상태이다. 국내에서 위탁생산을 담당하게 된 제약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 분과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을 생산하게 된다. 한편 수입 물량은 개별 계약을 통해 화이자 백신 1,300만 명분과 얀센 600만 명분을 수입하며,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1,000만 명분을 수입하게 된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결성된 다국적 공동체이다.
그러나 1분기에 공급되는 물량이 약 130만 명분으로 제한되어 접종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했다. 이에 방역 당국은 요양병원 등 의료복지시설 입원·입소자와 종사자, 그리고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부터 차례차례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림 2. 대상군별 접종 시작 시기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1월 28일)
당초의 계획이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쳤으나 큰 변화 없이 접종이 시작되었고 현재 2분기 접종이 진행 중이다. 4월 13일 0시 기준 총 1,195,342명이 1차 접종을 받았고, 총 60,557명이 2차 접종까지 완료하였다.
백신을 둘러싼 우려, 팩트는 이렇습니다
빠르게 통과된 임상시험, 그리고 안전성 논란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은 10~2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비임상시험을 마친 후 인간을 대상으로 1~3상의 임상시험을 거치게 된다. 1상 시험은 약물의 약동학적 특성과 이상반응 등 안전성을 파악하며, 2상 시험은 약물의 적정용법·용량 및 적응증을 검토하고, 3상 시험은 다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는 단계이다. 보통은 한 단계의 임상시험이 끝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착수하고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후 유통에 이르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이 허가를 받는 데에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빠르게 허가되면서 코로나19 백신이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코로나19 백신이 신속하게 허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규제기관의 즉각적인 자료 심사와 긴급 사용 승인과 같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특별 절차가 있었다. 긴급 사용 승인은 의약품 공급이 시급한 경우 정식 임상절차가 모두 끝나기 전에 의약품 사용을 승인하는 것으로, 이 역시 일정 수준의 안전성과 효과성 입증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성·유효성 검증 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및 최종점검위원회 등 3중의 외부전문가 자문절차를 두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토하고 접종 후 최소 1년 이상 장기 안전성 추적조사도 실시한다.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백신 접종 초기에 접종을 받은 일부 의료진들이 심한 발열과 오한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백신의 안전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면역 형성 과정에서 동반될 수 있는 반응이며, 대부분 2~3일 이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또한 독감 백신을 비롯한 모든 백신은 접종 후 크고 작은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상반응이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또한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한 이상반응이 모두 백신에 의해 발생한 이상반응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국소반응으로는 주사 부위 통증, 부종, 발적 등이 있으며, 전신반응으로는 발열, 피로, 오한, 근육통, 관절통, 두통, 메스꺼움 및 구토 등이 있다. 그러나 드물지만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응급조치를 위해 예방접종 후 15~30분간 대기하며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의 발생 여부를 충분히 관찰하고, 최소 3일간은 주의하여 관찰하며 이상 증상이 발생할 경우 바로 병원에 내원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또한 아나필락시스나 혈전과 같은 중증 사례에 한해 방역 당국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혈전 질환
지난 3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 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질환의 상관관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지난 4월 7일 유럽 의약품청(EMA)에서는 혈전 질환 가운데 뇌정맥동 혈전증(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 CVST)과 내장정맥 혈전증(splanchnic vein thrombosis, SVT) 등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 CVST의 발생률은 100만명당 5건, SVT는 100만명당 1.5건으로 이는 자연발생률보다는 높지만 매우 낮은 확률이다. 대부분 60세 이하 여성에게서 보고되었으나 특정 성별, 연령대, 복용 약물과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60세 미만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였다. 이후 이익-위험 평가 결과 50세 이상에서는 이익이 위험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지만 20~29세에서는 이익이 피해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30세 이상 대상자에게 접종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임상실습을 돌고 있는 일부 의대생들도 2분기 중 예방접종 대상자에 포함되었는데, 이 결정으로 30세 미만 의대생들은 접종이 보류되었다.
그러나 EMA는 부작용 발생 위험보다 백신의 보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혈전 관련 이상반응은 분명히 주의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입원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유럽 의약품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예방적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에 연령 제한을 설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국한되었던 혈전증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은 몇 차례의 연구를 통해 모든 바이러스 벡터 백신으로 확대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4월 12일 얀센 백신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유통과 대량생산 측면에서의 이점 때문에 전세계 백신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드문 이상반응인 혈전 질환의 위험성만으로 모든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사용 중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인포데믹에는 백신이 없다
백신 수급 과정에서 정부와 실무진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정치적 이벤트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방역이 정치화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 차례 방역 정책이 좌초되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로 잘못된 정보가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지는 현상인 ‘인포데믹’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의 인포데믹은 사람들의 방역 정책 순응도를 낮추고,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코로나19 유행만큼이나 방역에 허들로 작용한다. 그런데 자극적이고 과장·왜곡된 정보는 쉽게 전달되는 반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는 수면 위로 좀처럼 드러나기 어렵다.
코로나19 유행이 1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다. 하루빨리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포데믹으로 인한 불필요한 혼란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태희 기자 /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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