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임상과 파헤치기

의학에는 다양한 전문분야가 있다. 그 자체로도 복잡한 우리 몸이 수많은 외부 요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분야 역시 많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중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분야가 있는 반면, 조금은 생소한 과들도 있다. 본 기사에서는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정확히 무엇을 다루는지 궁금했던 임상과를 한데 모아 조사해보았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각 과에서 다루는 학문의 정의와 역할은 과가 개설된 국내 주요 병원 홈페이지 및 관련 학회에 소개된 자료를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직업환경의학과

직업환경의학은 직업과 환경에 존재하는 유해 요인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질환의 예방 및 치료를 다루는 분야이다. 이는 노동자의 질병을 다루는 ‘직업의학’과 작업장의 환경에서 기인한 질병을 다루는 ‘환경의학’으로 구분된다. 노동의 환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발생한 직업병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는 진폐증, 중금속 중독, 악성 중피종, 생물체에 의한 감염질환 등을 들 수 있으며, 서비스업의 확산에 따라 과로나 직무 스트레스에 의한 질환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과에서는 이러한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작업장 내 유해물질 평가와 관리, 외래진료를 실시한다. 또 유해인자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질환의 직업환경적 인과성을 파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수행한다. 인간의 건강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단검사의학과

진단검사의학은 환자의 인체로부터 유래하는 혈액, 소변, 대변, 체액 등의 모든 검체를 이용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 예후 판정을 위한 검사를 시행하고 해석하는 학문이다. 일례로 종양표지자를 추적하는 혈청 검사, 혈액질환 진단을 위한 골수검사, 화학분석기를 이용한 장기 기능 및 약물 농도 검사 등을 수행한다. 인체의 감염병을 진단하기 위해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의 미생물을 분리해 동정하거나, 암세포의 성상을 밝히는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편 병원 내 안전한 수혈 및 혈액 제공을 위한 혈액은행을 운영하는 것도 진단검사의학과의 역할이다. 소분야로는 진단혈액, 임상화학, 임상미생물, 수혈의학, 진단면역, 진단유전학, 검사정보학 등이 있으며,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다양한 검사의 분석 및 관리, 임상의에게의 전달과 자문, 특수검사 판독 보고 및 검사 구축 등의 일을 한다. 최신 의학지식과 진단기술을 접목한 최선의 진료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진단검사의학과는 최근 코로나19의 신속한 진단에도 기여하고 있다.

 

핵의학과

핵의학이란 방사선을 이용해 인체에 대한 형태학적, 기능적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인체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이다. 방사선을 활용하는 검사는 크게 체내영상검사, 체외검체검사,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체내영상검사는 목적에 맞는 방사성 추적자를 체내에 주입해 PET나 CT로 분포를 영상화하는 것으로, 갑상선스캔이나 골밀도검사 등을 포함한다. 체외검체검사는 채취된 혈액의 혈청 성분을 방사면역측정법 등으로 검사하는 것이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추적자로써 암 치료,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 방사선이 여러 첨단 진단 장비의 본바탕인 만큼, 방사성 의약품과 핵의학 기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도 핵의학과의 역할이다. 핵의학은 임상핵의학, 핵물리학, 방사선생물학, 방사약학 등을 포괄하며, 영상의학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입원의학과(입원전담전문의)

입원 환자를 전문적으로 담당하여, 처음 입원했을 때부터 퇴원하기까지 진료하는 과이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미국에서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로 불리며, 의학이 고도화되고 전문화됨에 따라 입원 환자 관리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에 진찰부터 경과 관찰, 처치와 시술, 안전 관리, 환자 및 가족 상담, 퇴원 계획 수립 등 입원 환자를 위해 전반적인 주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들의 고령화와 동반질환 증가, 입원 처방의 복잡화 경향으로 인해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내과와 외과, 중환자실 등으로 전문 분야를 나눌 수 있다.

 

완화의학과

1990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완화의료를 “완치가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돌봄으로, 통증과 다른 증상들,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문제들의 조절이 주가 되며, 완화의료의 목표는 환자와 가족들이 최상의 삶의 질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렇듯 완화의료는 중증질환 혹은 시한부 환자의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연구와 치료를 수행하는 분야이다. 세상에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은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완화의료는 ‘완치’가 아닌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 완화의료의 대표적인 분야에는 말기 암환자들의 편안한 임종을 도모하는 호스피스, 암 치료 과정 동안의 증상과 합병증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지지적 종양학, 그리고 암의 재발 예방과 신속한 치료를 목표로 하는 예방적 종양학이 있다.

 

임상유전체의학과

대부분의 질병은 유전 형질과 외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병하며, 개인의 총체적 유전정보는 질환의 원인 규명 및 치료법 개발의 단서가 된다. 임상유전체의학은 유전체 의학 및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정밀의료란 개인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진단하여 개인별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기술로, 유전체 분석 기술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 현재 암과 희귀병 진단, 유전자 치료제 및 신약 개발 연구에 활발히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만성질환 관리, 질병 예방 등 의료 전체 영역에 걸쳐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김수민 기자/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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