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호 특집] 보건정책과 의학교육

MEDICAL MAVERICKS 제2회 진로세미나, 1교시

안덕선 소장님의 보건정책과 의학교육

 

2021년 5월 8일 MEDICAL MAVERICKS 제2회 진로세미나에 참여한 의대생신문 기자들이 특집 기사를 작성하였다.

1교시: 안덕선 소장님 <비임상진로: 의료정책>

2교시: 안동일 교수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3교시: 김준환 선생님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대생, 의사 창업

4교시: 우창윤 선생님 <뉴미디어 컨텐츠 비즈니스>

 

 

2021년 5월 8일 Medical Mavericks에서 주최한 비임상진로 중 보건의료정책에 관한 안덕선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연구소 소장님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안덕선 교수님은 고려대학교 의학사 취득 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인턴,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성형외과를 전공하면서 수부 및 미세수술을 세부전공하셨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불어불문학 석사를, 벨기에 루벵 이태리 파도아 협동 생명윤리석사를 수료하시면서 비임상 전공분야에 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셨다. 또한 미국 ECFMG와 호주의학평가원에서 Fellow 과정을 수련하여 한국, 캐나다, 미국의 의사면허를 취득함에 따라 국가별 전문의시험의 특징과 차이점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얻게 되셨다고 한다.

독일의 병리학자 Virchow는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넓은 의미에서 정치학은 의학이다(Medicine is a social science and politics is nothing else but medicine on a large scale”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에 관해 안덕선 교수님께서는 본 강연의 대주제인 ‘사회 속의 의사’를 꿰뚫는 명언이자, “소의(小醫)는 질병을 치료하고, 중의(中醫)는 사람을 치료하며, 대의(大醫)는 사회를 치료한다”는 동아시아의 격언과 맞닿아 있다고 하셨다. 결국 의업과 사회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써, 넓은 의미에서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미이다.

20세기 초, 본래 의과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의학 연구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성과 지성으로부터 감성과 윤리, 기계와 과학으로부터 인간으로 화두가 전환됨에 따라 철학적 인간학(philosophical anthropology)으로 그 방향이 서서히 전환되었다. 또한 stress, anxiety, empathy 등의 개념이 주요하게 대두하면서 현대의 생명윤리, 윤리적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동양철학에서 의학은 학문뿐만 아니라 술기, 도(道)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노력과 개인, 지역사회에 대한 전문적인 헌신, 인간 건강과 복지를 융성케 함을 추구해야 한다. 생의학 중심교육은 질병의 과학적 해석에만 중점을 두어 질병 담론과 거시적 이해에서의 인간 조명이 어렵고, 타 보건의료직이나 인간의 생명현상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는 본질적으로 위계서열과 전통이 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교육과정에서 비롯된 자기성찰적, 비판적 사고의 저하와 맞닿아 있다.

의철학을 전공한 국내 한희진 교수의 모델(Research and Education on Medical Humanities in France)에 의하면, 환자는 교과서의 과학적, 생물학적 대상이 아니라, 그 이전에 자연과학적, 사회과학적, 인문학적인 주체로서 총체적이고 전인적인 인간이다. 따라서 교과서 이론과 실제 현실 간에는 괴리가 크며, 이를 메우기 위한 치열한 성찰이 요구된다. 또한 의료는 의과학적 이해만으로 설명되는 의사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치행정과 문화 등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거대한 담론이자 활동이다. 이와 같은 개념의 변화는 교육과정 개편을 실현시키는 주요 요구로써 작용하여, 일반 인문학과는 구변되는, pretest가 기저에 작동하는 medical humanity가 부상하는 데에 기여한다.

또한 한정된 자원과 사회적 요구의 충돌, 정책입안자와 실무자의 갈등 역시 의학교육 시스템의 개편과 방향성 전환에 주요하게 기능한다. 미국 의사회에서 고안된 Health Systems Science는 “기존 의료제도에서 사회가 원하는 양질의 의료와 건강증진의 목표달성과 동시에 비용 효과적 의료서비스 제공의 한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의료인이 경영관리, 전문성, 팀협력과 대인관계 등의 역량의 도야를 주문한다.

East Asian self의 상당 부분은 자율적인 자아뿐 아니라 역할과 관계로부터 기인한다. 개인의 자율성보다 조직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이러한 특성은, 53.5%의 학생만이 의과대학에 자신의 의지로 지원하고, 학생 중 절반은 사회적, 학문적 문제를 겪고 있는 데에서 엿볼 수 있다. 안덕선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Asian self 관념을 탈피하고, 비임상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의학 전공을 살리는 것의 장점을 강조하셨다.

비임상 진로의 선택은 교육, 연구기관, 공무원 등을 선택함으로써 비임상 전업의사가 되거나, 봉사(service) 측면에서 의사 단체에 몸담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거대한 담론이나 이상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실무와 균형을 맞추는 맥락화(contextualization) 능력을 신장해야 한다. 이는 고래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유교적 전통으로 인해 국가 행정부와 전문직 사회의 충돌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한국의 실정에 비추어 봤을 때 더욱더 중요하다. 즉, 실무자의 입장에서 정확하고 상황에 맞는 과학적 근거를 들어 사회적 요구를 대변하는 입장과 함께 걸어 나가며 건전한 토론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역량이 요구된다.

안덕선 교수님께서는 강연을 마치며,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학생들과 소수의 의사들이 질문해 나가면서 역량을 도야하고 의료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킬 것을 당부하셨다.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서 채워지지 않는 결핍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지에 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태도뿐 아니라, 탁월성을 수단으로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실정과는 반대로, 전문직업성 자체를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마지막으로, 직무윤리에 따라 의학 지식을 사용하며, 판단의 자주적 결정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추구하며, 내재되어 있는 선함을 맹신하기보다 실제적인 악함을 규제하는 자기통제를 실행해야 함을 재차 강조하셨다.

 

박수연/연세원주

lhktndus1@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