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호 특집] 일차의료기관의 제도적 사각지대와 디지털 헬스케어

메디게이트 기자소양교육 3교시

두진경 어비뇨기과 원장님,

일차의료기관의 제도적 사각지대와 디지털 헬스케어

 

메디게이트 여름기자소양교육의 3번째 시간에는 ‘일차의료기관에서 느끼는 제도적인 문제점과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진료현장에 접목할 때 어려운 점’에 대해 어비뇨기과 두진경 원장님의 강연이 있었다. 일차의료기관의 병원장으로서 느끼는 의료제도가 주는 병원 운영의 어려움과 이를 바탕으로 왜 디지털 헬스케어의 의료현장 도입이 힘든가에 대해 조망하였다.

 

일차의료기관에서 느끼는 제도적인 문제점

 

미비한 의료전달체계

대한민국 의료계의 일선에서 느끼는 가장 큰 제도적 문제는 미비한 의료 전달 체계이다. 의료전달체계란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병의원의 배치, 기능, 상호간의 관계 등을 조직적으로 분담하는 체계로 의학교육부터 의료제도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를 망라한다. 아래의 예시들은 미비한 의료전달체계의 산물로써 일차의료기관 운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전국의 병원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가운데 이른바 ‘닥터 쇼핑‘이 횡행하고 있다. 또한 3차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제재가 미흡하여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더불어 일차의료기관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차의료기관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높은 전문의 비율과 높은 의료 접근성에도 정부는 효용이 떨어지는 국민주치의 제도를 추진 중에 있으며 이외에도 개인의원의 입지 규제, 값비싼 의료기기 구비로 발생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과 이를 벌충하기 위한 인터넷 광고 만연화, 심평원의 삭감 유도, 자영엽자로서의 잡일 처리 및 논문 열람 권한 부재에 따른 개업의 지식 저하 등 일차의료기관에서는 수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제도 만능화와 갑작스러운 시행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의료문제가 발생하면 갑작스러운 규제가 생기고 새로이 바뀌는 의료제도나 시행령은 시행되기 1~2일 전 갑작스럽게 관련기관 홈페이지나 언론에 발표된다. 사회는 변화하고 의학은 발전하기 때문에 새로운 의료 제도 도입과 필수 교육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에 수반되는 비용들에 대해 의료 수가를 신설하지 않고 고스란히 의료기관에 전가하거나 충분한 계도 기간을 거치지 않는 데에 의료인들이 난처함을 토로한다.

 

지난 8월 11일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은 의료기관 세탁물 관리 규칙 개정을 공포 및 시행하였다. 이 개정은 의료기관 종사자의 세탁물 개별 세탁을 금지하고 감염 위험이 낮은 일상적 근무복 또한 의료기관 세탁물로 규정해 의료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위탁 세탁물 처리 비용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상당해 특히 중소병원에 큰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적 의료행위를 저해하는 의료법

시대에 맞지 않는 의료법과 비합리적인 판결은 소극적인 의료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손해이다. 봉침 사망사건의 착한 사마리아인 문제, 여의도 성모병원 글리벡 사건, 실손보험 맘모톰 소송 등의 임의비급여 문제, 보라매병원 사망사건, 장청결제 사망사건 등의 최선의 진료 문제, 치료 후 부작용에 대한 의료보험공단 구상권 청구 문제 등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일차의료기관에게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의 제도적 지연

심평의학에 따르면 의료 행위에 대해 미용 목적, 예방 목적 등의 비급여로 명시된 것 외에 모든 행위가 급여 대상이다. 반면 비급여 대상으로는 미용, 예방 목적의 의료행위 등과 보험급여시책상 요양급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및 그 밖에 건강보험급여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결정 및 고시되기 전까지의 신의료기술 등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위 항목의 신의료기술로 간주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비급여이고 자칫 임의 비급여 또는 과잉청구로 심사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도입은 요원한 실정이다.

 

의료 데이터 연동의 난관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의료 데이터 연동에 있다. 의료행위가 행해지고 급여 산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자. 환자가 병원에 찾아와 호소하는 자연어에 대해 의사가 주호소를 기술하고 진단명과 진단코드를 부여하면 이에 부합하는 DRG(포괄수가제)에 따라 심평원에서 심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과 심평원에서 사용하는 코드가 다르고 각 병원에서 사용하는 EMR, OCS에 따라 코드가 또 다르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코드 체계로 인해 빅데이터 수집과 OCS와 디지털 헬스케어 상호 연동은 불가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질병분류체계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의 ICD-10 기반에서 ICD-11으로의 이행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혼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해야만 OCS 상의 의료데이터를 디지털 헬스케어에 원활히 연동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 앱 개발의 문제

병원이 직접 나서서 앱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진경 원장님의 두 차례 앱 개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환자가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는 시스템은 사용성이 떨어져 성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선 지적재산권 문제와 질병분류체계 때문에 OCS 연동이 불가하므로 데이터 입력을 위해서 결국은 의료인의 노동력과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또한 병원 내 서버 및 고정 IP가 필요하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요하는 등 기술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즉 제도적으로 경제적 유인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일차의료기관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위해 앱을 개발할 동기가 전혀 없는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수가인정의 문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여 비급여 대상으로 30만원을 받던 전신 엑스레이가 전문가의 적절한 자문 없이 보건복지부에 의해 급여화 됨에 따라 16,000원으로 수가가 조정된 사례가 있다. 해당 기기를 도입한 병원들은 10억원의 구매비용과 800만원의 월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기기를 철거해야하는 위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사례로 미루어 보아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은 자칫 병원에 재정적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도입을 위해서는 신의료기술의 수가 인정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판독료와 교육료에 대한 수가 인정 또한 넘어야할 산이다.

 

원격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 AI와 더불어 원격의료는 미래 의료의 지향점으로 조망되곤 한다.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재진 등의 반복적인 약 처방 등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현재는 닥터나우, 닥터히어 등 원격진료 플랫폼도 생기고 있다. 현재로써는 원격 모니터링과 약 택배 배달이 불가하다는 점과 대면의료에 반해 신체 검진과 라포 형성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원격의료는 그 한계가 명확하지만 전자차트의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용한 원격 모니터링, 그리고 적절한 의료수가가 산정된다면 미래 의료의 한 축을 훌륭히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현 기자/고려

<flyguerilla@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