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 기자소양교육 4교시
이영한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님,
의료의 실세계로 뛰어드는 AI,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지난 기자소양교육 4교시, 이영한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님께서 인공지능(이하 AI)의 의료분야 활용 현황과 전망에 관해 강의해 주셨다. 강의는 AI의 도입으로 인한 의료현장과 의학교육의 변화, 의대생이 준비해야 할 일 등 넓은 영역을 아우르면서도 참가자들의 사전 질문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진행되었다. 본 기사는 교수님의 강의를 재구성하여 작성되었다.
인간과 인공지능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세계는 굉장한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기계가 언제쯤 인간을 대체할지를 논하며 준비하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이는 갈수록 ‘인간 대 기계’의 논쟁이 아닌, ‘기계를 활용할 수 있는 인간 대 활용하지 않는 인간’의 문제로 넘어갔다. 기계를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AI의 기반인 인공신경망(ANN)은 인간 지적 능력의 일부를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한 것이다.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생각 과정을 흉내 내기 위해 인간 뇌를 본떠 만들어졌다. 초기 AI 모델링이 프로그램 자체를 개선하는 데 주목했다면, 머신러닝이 도입된 지금은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I시대 의료현장과 의학교육의 변화
현재 AI는 영상의학에서 이미지의 변환과 인식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CT 선량 저감에 따른 노이즈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상의 화질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 MRI의 bloch equation을 AI에게 학습시키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암 병변 검출이나 골절 탐지, 이미지 프로세싱의 첫 단계인 영상 분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 기반의 진단을 넘어 진료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에도 AI를 활용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워크플로우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검사에 조영제가 필요할지의 여부나, 무릎 MRI를 촬영할 때 관절 영상 프로토콜인지 종양 프로토콜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AI를 이용할 수 있다.
한편 AI시대의 도래로 전 세계의 많은 의과대학이 교육에 프로그래밍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학이 빠르게 변하는 학문인 만큼, 지식 습득의 방법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보다는 그룹 토론을 통한 자유로운 해결책 제시가 이루어지는 교실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으며, 전적인 암기보다 찾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데이터를 디지털로 바꾸어 축적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그를 헬스케어에 활용하는 디지털적 전환을 지향해야 한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 등 코로나19의 여파로 벌어진 상황들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지: 강의 캡쳐>
“실세계(real world)”의 중요성
아무리 개발 단계에서 성공적인 AI라고 해도 실제로 도입되었을 때의 결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이는 지속적인 기술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2021년 1월 FDA에서 발표한 ‘의료기기로서의 AI/ML 기반 소프트웨어 실행계획’에 따르면, AI/ML의 실세계(real world)에서의 성능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앞으로의 필수적인 당면 과제이다. 성능 분석, 기존 모델 대비 전망 연구, 시판 후 설문조사와 같은 검증 단계를 거쳐 기술이 미래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현재의 의대생들이 전공의가 될 즈음에는 이러한 검증 과정에 참여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이미 실세계에 녹아든 AI/DL 기술을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AI의 내부 메커니즘은 아직도 상당 부분 미지수이다. 환자에게 AI를 사용하려는 의료인들은 이러한 ‘블랙박스 속성’을 열어, AI의 활용 이유와 과정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는 의료가 행해지는 실세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강조하셨다. 환자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개개인이 모두 다른 역사와 서사를 가지고 있다. 다양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가득한 의료현장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꾸준히 탐구되어야 할 시사점이다.
김수민/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