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의료 상황, 무사한가?
의료마저 피해갈 수 없는 탈레반 집권의 영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하며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라클 작전을 수행하여 390명을 구출하였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 이후 남아있는 미군 무기들을 손에 넣었고, 아프가니스탄 유명인사들과 외국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은 처형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지 의료 상황은 어떠한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의료 상황은 어떠했으며, 탈레반의 재집권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탈레반이 등장했던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도록 하겠다.
탈레반, 그들은 누구인가?
탈레반의 등장을 알기 위해서는 1978년부터 1992년까지 치러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해해야 한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의 공산주의 세력을 지지하였고, 이에 따라 1978년, 공산주의 세력은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국이 반란 세력을 지원하면서 아프가니스탄 내에 냉전이 시작됐다. 비로소 1988년, 소련은 미국,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군대 철수 합의안에 서명을 했고 1989년에 소련은 군대를 완전히 철수했다.
냉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에는 파벌 싸움이 있었다. 탈레반은 혼란스러운 내전 속에서 이슬람 교리를 내세우며 마침내 아프가니스탄 영토에서 1996년 이슬람 에미리트(Islamic Emirate)를 건설하였다. 그렇게 19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동안 탈레반의 집권이 이어졌다.
기독교, 불교에도 종파가 있듯이 이슬람 교리도 여러 특성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탈레반은 데오반디 이슬람을 믿는다. 또, 그들이 따르는 샤리아법은 꾸란(이슬람 경전), 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집), 이즈마(율법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내부 합의서)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매우 극단적이다. 여성은 자신의 몸을 드러내지 않도록 부르카를 착용해야 하며, 교육을 받거나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미지; 카불, 아프가니스탄. Pexels>
탈레반 재집권, 악몽이 떠오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선포하며 탈레반은 반란군의 형태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20년간 미국은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였고, 수많은 단체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원조를 하였다. 9.11 사건으로부터 20년이 흐른 지난 9월 11일, 미국이 아프간에서 군대를 철수하였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뇌물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결국 탈레반 재집권의 악몽은 현실이 되었다.
악몽 속 의료계, 악몽은 오늘만이 아니었다
2020년 5월 12일,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산과 병원에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해 24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산모, 산파, 어린이, 병원 관계자들 모두 포함되어 있다. 폭탄 테러 주범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고, 국경없는의사회는 결국 병원 문을 닫아야 했다. 대신 어떻게 테러가 가능했는지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른 지역에서의 테러를 방어할 수 있도록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제적 빈곤은 극심해서 환자들은 병원비는커녕 교통비를 낼 여력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 병원에서 진료를 본다고 하더라도 진료와 수술에 필요한 장갑, 거즈, 카테터 등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2014년 WHO의 조사에 의하면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는 2.98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의료 접근성은 매우 낮다.
아프가니스탄 의료 상황에는 문화적 영향도 크다. 종교적 이유로 피임을 하지 않으며, 설사 여자가 피임을 원하더라도 수술 권한이 남편에게 있는 병원이 있다. 또한, 가족 문화에 따라 여자 환자는 여자 주치의를 더 선호한다.
국제원조
아프가니스탄은 2008년, The Global Fund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5년간 1억 1700만 달러를 받았다. The Global Fund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를 퇴치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를 통해 간호 학교, 보건 센터를 설립하고 Health Management and Information System(HMIS)을 구축하여 Health Strengthening System(HSS)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 TB National Control Program에 USAID의 후원도 받았다. 세계은행 등 여러 국제기구들의 지원을 받으며 보건 체계를 세워나갔다.
그러나 탈레반 집권이 명료해지며, 국제 기구들의 기금이 끊기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약 90%에 달하는 의료시설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병원들은 대부분 국제 기금을 통해 운영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제 기금은 아프간 정부로, 아프간 정부는 지역 NGO로 기금을 전달한다. 지역 NGO들은 몇 달째 돈을 받고 있지 못했다고 한다. 지역 NGO들이 중요한 이유는, 국가가 관리하지 못하는 지역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탈레반과 친정권 사이의 갈등 속에서는 NGO 병원만이 그나마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에 점령되었기 때문에, 국제기구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원조를 중지하였다. 탈레반이 국제 평화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피해는 민간인, 의료진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병원들은 정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제 기구로부터 직접적으로 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스러운 내전 속에서 의료진은 일터뿐만 아니라 목숨마저 위험에 처해있다. 그들의 의료 행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부 관계자를 치료하면 탈레반과, 탈레반을 치료하면 정부와 문제가 생긴다. 탈레반은 현재 외국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자신들의 이념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있다. 의료진도 예외는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역사, 그 이면에는 의료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해가 있다. 중요한 점은 결국 모든 피해는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료는 최전선에서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살려낸다. 아프가니스탄의 참담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는 끝까지 버텨주어야 할 것이다.
김현 기자/연세원주
**참고문헌
1.Human Rights Watch. “I Would Like Four Kids-If We Stay Alive” Women’s Access to Health Care in Afghanistan. 2021. 05.
- Eric Nagourney. “Who Are the Talibans, and What Do They Want?”. New York Times. 2021.08.19. https://www.nytimes.com/article/who-are-the-taliban.html Accessed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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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rin Jaafari. “Taliban’s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 is based on specific ideology”. The World. 2021.9.10.
https://www.pri.org/stories/2021-09-10/taliban-s-islamic-emirate-afghanistan-based-specific-ideology Accessed 2021.09.14.
5.뉴시스. “탈레반 집권 후 아프간 의료시설 90% 이상 사실상 중단”. 2021.09.13.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913_0001581669&cID=10101&pID=10100 Accessed 2021.09.13.
- Relief Web. “Afghanistan: USD 117m health programme proposal to Global Fund approved” Source from Government of Afghanistan. 2008.11.26. https://reliefweb.int/report/afghanistan/afghanistan-usd-117m-health-programme-proposal-global-fund-approved. Accessed 2021.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