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국회 본회의 통과 파장
2023년부터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 6일 만이다. 135명의 의원이 찬성했고, 24명이 반대, 24명이 기권했다. 개정안에 따라, 2023년 8월 30일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환자단체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자는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으로,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등 수술실 내부 사건사고들이 이슈화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 이번 통과는 여야가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국회가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했던 논거는,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릴 근거의 확보였다. 이는 곧 환자 권익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인 것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사 없는 유령 수술, 의료사고 은폐, 수술실 내 각종 범죄 근절을 위해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윤호중 원내대표), “수술실 CCTV는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벨트”(노웅래 의원)라며 논의 초기부터 법안 통과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 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원래 해당 안에 대해 신중론을 펴 왔으나, 최근 “법안 목적에 동의한다”(강기윤 의원)라며 여야 합의를 통해 복지위와 법사위 통과를 이끌어냈다 관련 여론조사를 참조한 결과 해당 개정안이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국민의힘 역시 이런 기류를 의식해 법안 의결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해서 강력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에서는 성명서를 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의료진의 방어적 진료로 인한 환자의 권익 약화를 초래하고, 외과계 필수의료 지원 기피 현상이 악화될 것이라며 법안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의료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다른 관점에서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정확히 명시하고 있지 않은데, 이에 대해 앞으로 정부의 시행령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 헌법소원 등의 법적 투쟁을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을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이미 국회에서 의결되었고 시행까지는 약 2년여의 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정부와 국민, 그리고 의료계가 공론장에서 충분한 숙의의 과정을 거쳐 시행령을 통해 법안의 미흡한 점들을 보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준서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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