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 올랐던 이호왕 교수님의 한타 바이러스 이야기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님께서 올해 121회 노벨상,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 오르셨다. ‘한국의 파스퇴르’라 불리는 이호왕 교수님께서는 제 1, 2차 세계 대전과 한국 전쟁에서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유행성출혈열의 병원체인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하시고, 이후 유행성출혈열 진단법과 예방 백신인 한타박스까지 개발하셨다. 아쉽게도 노벨상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병원체의 발견과 진단, 백신 개발까지의 전 과정을 모두 이뤄낸 세계 최초의 과학자로 전 세계가 유행성 출혈열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이바지하신 한국의 과학자, 이호왕 교수님의 연구 이야기를 알아보자.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

출처 : 신대현, 「이호왕 명예교수, 2021년 노벨상 유력 후보 선정」, http://www.medifonews.com/news/article.html?no=162661(검색일 : 2021.10.23.).

 

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의 소변·침·대변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신증후군 출혈열(유행성출혈열)과 폐증후군(HPS) 등을 일으키는 병원체이다. 제 1, 2차 세계 대전 때 수많은 군인들이 유행성출혈열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고, 1950년 6·25전쟁 중 강원도 철원에 주둔해 있던 UN군 600여 명을 감염시키고, 이후 철원, 포천까지 퍼져 미군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이때, 출혈열에 주목해 온 이호왕 교수님께서는 1969년 미 육군의 지원을 받아 유행성출혈열의 원인을 반드시 밝혀내겠다는 각오로 연구를 시작하시게 된다.

 

먼저, 연구를 위해 실험대상을 선택해야 했다. 실험대상으로 출혈열 환자의 혈액으로부터 분리한 혈청과 당시 유행지역에 많이 나타나 매개체일 가능성이 높은 야생쥐를 잡아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6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점차 새로운 연구법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73년 미국 전염병관리센터의 한 연구원의 추천으로 항원과 항체 검출에 유용한 ‘형광항체법’을 이용해 출혈열 연구의 1차 목적인 병원체를 분리하기 위한 실험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이호왕 교수님은 미국의 저명한 기생충 학자 ‘윌리엄 잴리슨’의 책을 접하게 된다. 당시에는 실험에서 쥐의 신장, 비장, 간장, 임파선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쥐의 폐에 기생하는 병원체가 출혈열의 원인일 수 있다는 당시에는 다소 파격적인 윌리엄 잴리슨의 주장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고, 폐는 다른 장기보다 오염 가능성이 높아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형광항체법을 이용한 새로운 실험에 쥐의 폐를 추가한다. 그 결과, 이호왕 교수님은 다른 장기에 비해 폐에 녹황색의 형광물질이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출혈열의 항원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이후 반복된 실험으로, 환자의 회복기 혈청에만 반응하는 새로운 항원을 발견한다. 또한, 이 출혈열 병원체가 출혈열 환자의 혈청에만 반응하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임을 밝혀내고,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된 야생쥐로부터 바이러스를 발견했기에, 이 바이러스의 의미를 ‘한타 바이러스’라 명명했다.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해 유행성출혈열의 원인을 밝혀낸 이호왕 교수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출혈열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1981년, 진단법과 예방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이어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녹십자(GREEN CROSS)로부터 지원을 받아, 결국 1990년 세계 최초로 한타바이러스 진단키트 ‘한타디아’와 유행성 출혈열 예방 백신 ‘한타박스’를 개발해낸다.
▲신증후출혈열백신. 한타박스.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

 

 

이호왕 교수님께서는 “학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앉아서 연구에 필요한 지원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 한국인은 자질 면에서 어느 민족보다 우수하다. 비록 당대엔 실현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후대에선 반드시 세계 속에서 한국을 빛낼 과학자들이 탄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셨다. 이를 통해, ‘인내심, 꾸준함, 적극성’을 학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이라고 얘기하셨고, 스스로 그 본보기가 되었다. 과학자로서 열정을 지니고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으시는 이호왕 교수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임재후 기자/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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