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삶을 직업으로 대표하던 시대가 점점 지나고 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과 공부량을 마친 의사도 예외가 아니다. 스스로를 의사보다 다른 정체성으로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추세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국내 최고 싱글 아티스트 아이유의 정규앨범의 라일락을 작곡한 작곡가 Dr.Jo가 있다. 매일 경제에 의하면 그는 학창시절에도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지만, 예과 시절 친구의 추천으로 한 작곡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여러 곡을 만들어 보면서 음악에 대한 감을 키웠다고 한다. 작곡한 곡들이 쌓이면서 여러 기획사에 곡들을 보내고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서 현재 유명한 프로듀서들과도 접할 기회가 생겼고, 많은 도움을 받아 작곡가로 빠르게 데뷔할 수 있었다. 의사 국가고시에 붙은 이후부터 JYP에서 작곡을 이어나갔고 슬럼프도 극복해나가며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밟은 것은 아니기에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인맥의 소개를 받아 물리치료 및 도수치료 등 여러 치료를 하며 자금을 마련했고 현재는 작곡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작곡과 의학, 동떨어진 분야처럼 보이지만 상호보완적인 면이 있다고 한다. 작곡가로서 자신의 음악을 들으면 객관화가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의사로서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 고칠 부분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음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쌓아왔던 경험이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할 때 도움이 됐다고도 한다. 스스로의 본캐를 작곡가, 부캐를 의사라고 소개하는 조민형 작곡가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음으로 소개할 독특한 커리어를 밟고 있는 의사는 멀츠 코리아 소속 노정임 상무이다. 메디게이트 뉴스에 의하면 노정임 상무는 인턴만 수료하고 제약 회사에 진출했다가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다시 제약업계로 컴백한 제약의사이다. 그녀는 본과생일 때 휴학을 하고 미국에 유학을 다녀온 적도 있을 정도로 용기가 있었다. 첫 에스테틱 회사에서는 영업과 비슷한 일을 많이 했고 워크숍 주최도 많이 했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타과에 가서 적응하고 조율하는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파고드는 연구가 아니라 비임상에서의 일반적인 일에선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의사로서 다른 직무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 만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현재 재직중인 멀츠는 독일회사로서 미용 전문 제약회사로 전향하여 보톡스, 리프팅 장치 등 유명한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풀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이 드문 시장에서 멀츠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경쟁력이라고 한다. 노상무의 경험상 의사가 제약회사에 들어가면 싸이언틱 서포트나 커머셜 파트로 가는 두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개인의 노력에 따라 이직한 분야에서도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경험담도 존재한다.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기본인 회사 조직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상충되는 일을 해야하는 것, 즉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전제가 되어야 무언가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제약 회사에서 의사는 그저 다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람은 매드맥스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조지밀러이다. 그는 과거 의사가되기 위해 의과대학을 다니던 중 한 대학교에서 진행한 영화 특강을 통해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웠다. 이후 그는 병원에서 정형외과 전공의로 일하며 매드맥스의 시초가 된 시나리오를 한 편 썼다. 매드맥스의 경우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가지 시리즈가 나왔는데 초반에 부족했던 이야기의 개연성과 캐릭터가 단단해지고 연출 또한 풍성해지며 소위 ‘진화’에 성공했다. 또한 ‘로렌조 오일’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주인공을 치료해나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를 의사의 경험을 살려 만들게 된다. 로렌조 오일은 부부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의사들은 아이를 오로지 연구대상으로 삼는다는 내용이다. 자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직접 도서관에 찾아가고 연구원을 찾아가는 대단한 열정을 지닌 부모의 헌신.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현대의학과 사회제도의 냉대. 현직 의사가 쓴 시나리오이기에 더욱 현실적이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기성찰적인 면들이 잘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그 사람 의사였어?’하는 정도로 ‘부캐’로서의 최고의 길을 달리는 의사들이 앞으로많이 양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생명을 다루는 의사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가져야 할 책임감이고 기본적인 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팔방미인적인 기질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시간관리를 잘하는 것도 필수적일 것이다.
고희윤 기자/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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