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의료전문가의 꿈을 꾸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의료 전문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국제 의료전문가의 꿈을 꾸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의료 전문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출처: K-DOC 홈페이지 https://k-doc.net/kpoc, 접속일자 2021.12.14)

지난 27일, K-DOC에서 ‘의료 전문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라는 제목으로 제1회 온라인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K-DOC 대표이사 조승국 선생님께서는 “세계 속에서 활동하는 의료전문가의 꿈을 꾸지만 꿈과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블랙홀과 같은 막연함과 불확실함이 있다.”며, “꿈을 꾸며 은하수를 여행하고자 하는 히치하이커 분들에게 꼭 필요한 안내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히셨다. 이를 위해 이번 컨퍼런스는 K-DOC과 국제보건개발파트너스, 메디컬 매버릭스가 함께 준비하였다. 현재 가난, 식량 부족, 내전에 이어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이렇게 아파하는 세계 곳곳에서 의료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며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인 중 네 분의 강연이 이어졌다.

WHO의 윤창교 선생님

윤창교 선생님께서는 예방의학전문의시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서태평양 사무처에서 근무하신다. 선생님께서는 ‘Introduction of World Health Organization and its work’라는 제목으로 WHO의 전반적인 활동과 역할에 대해 강연하셨다. ‘모든 사람들이 인종, 종교,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위치와 전혀 상관없이 최고로 향유할 수 있는 건강’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WHO의 목표이다. 이는 알마아타 선언에서 비롯되었는데, 1차보건의료에 대해서만 선언했다는 인식과 달리 알마아타 선언에서는 세계 평화도 언급하며 왜 우리가 국제보건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WHO는 매년 5월 세계보건총회를 연다. 각 국가의 보건장관이 참석하여 건강과 관련된 사안들을 논의한다. WHO는 여타의 국제기구에 비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지역별로 부서를 나누어 운영한다. 이는 문화적 차이와 보건의 정도가 다름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서태평앙 지부에는 37개의 국가 및 영토가 속한다. 여기서 영토는 영국, 미국, 프랑스가 가진 땅을 의미한다.  대한민국도 서태평양에 속해 있으나 정치적 갈들을 피하기 위해 북한은 동남아시아 부서에 소속되어 있다.

WHO는 관료조직으로서 각 국가의 보건부와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현장 업무가 적은 것이 국경없는의사회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윤창교 선생님께서는 이전에 남태평양 지부에서 근무하실 때, 국가보건전략의 수립을 지원하며 기후변화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다. 또한 국가별 보건지표를 취합해 성과를 평가하는 일을 담당하셨다고 한다. 현재는 감염병통제국에서 백신 접종 캠페인을 지원하시는 일을 주로 하신다. 각 국의 보건요원과 검역요원을 교육 및 훈련하며 환자 진료 과정에서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자를 전달할지 정하는 일도 맡으신다.

윤창교 선생님께서는 향후 국제보건기구에서 일하는 것은 보건전문가뿐만 아니라 외교관의 특성도 있기에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하셨다. 국제기구 직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환자를 직접 치료하며 돕기보다는 인구 집단을 다루는 보건 사업을 기획, 운영 및 평가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이셨다. 그렇기에 의사라는 정체성보다는 보건전문가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제기구는 언어, 문화와 종교, 심지어는 사고방식의 차이 속에서 일해야 하므로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의사에게는 다양한 진로 선택지가 있기에 폭넓게 탐색하자는 말씀으로 강연으로 마무리하셨다.

 

국제백신연구소 이철우 선생님

이철우 선생님께서는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책임연구원이시다. 미국CDC에서 역학조사를 도맡으시다가, 에볼라, 메르스를 비롯한 전염병의 동태를 살펴보시며 역학조사 이상의 일에 관심이 생기셔서 IVI에 들어오셨다고 한다. IVI는 대한민국에 본부를 유치한 최초의 국제기구이며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접종 가능한 백신 공급을 목표로 삼고 있다. 보건 분야에서 오로지 백신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게 다른 국제기구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제약회사에서 연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IVI는 콜레라처럼 개발도상국에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질병에 대해 연구한다. 또한 IVI는 국제보건의 측면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므로 백신을 저가로 공급하는 데 주력을 다한다.

백신개발은 총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단계인 질병부담연구는 어떤 질병을 위한 백신을 연구할지, 개발된 백신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일지 역학조사를 하는 단계이다. 그 다음으로는 백신후보물질에 대해 연구하며 전 임상실험이라고도 부른다. 세 번째로 임상실험을 거치고 나면 백신 등록을 마친다. 이때 WHO에서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검증된 백신은 UN 산하기구가 구매하여 접종한다. 마지막으로 사후 연구를 거쳐 경과를 살핌으로써 피드백을 한다. IVI에서 백신의 생산은 하지 않기에 산업계와의 협업이 잦다. 이때, 제조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1달러 미만으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다고 한다.

IVI에는 크게 세 가지의 역할이 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시는 분들은, 매니저로서 전체 IVI의 조직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신다. IVI에도 임상의사가 존재하는데 실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신다. 이철우 선생님과 같은 공중보건 업무를 담당하시는 연구원들 역시 존재한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IVI에서 근무하는 유형들을 참고하여 진로에 보탬이 되길 바라셨다.

 

월드비전 김은석 선생님

김은석 선생님께서는 감염내과전문의로, 페루와 아마존 지역에서 활동하셨다. 월드비전에서는 소외 열대질환(NTD)의 퇴치사업을 한다. 소외 열대질환은 10억이 넘는 인구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깨끗한 식수와 위생시설이 부족한 빈곤지역에 일어나기에 국제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으며 환자들은 적절한 예방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외 열대질환에는 말라리아, 뎅기열, 흑열병 등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기생충 때문에 발생한다.

월드비전에서는 NTD의 퇴치를 위해 대규모 집단 투약(MDA)으로써 정기적으로 지역민들에게 예방약품을 제공한다. 또한 MDA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인식개선사업도 진행한다. 지역 주민들은 웅덩이나 호수에서 물을 떠서 식수 및 생활수로 사용하는데, 기생충이 많이 서식하기에 이러한 과정에서 질병에 노출되기가 쉽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식수위생사업(WASH) 역시 중요하다고 하셨다.

김은석 선생님께서는 말라리아와 뎅기열 예방사업에서 활약하신다. 우선 질병에 대해 원인분석을 한 뒤 어떻게 접근하며 이를 퇴치할지, 질병 발생의 감소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고민한다고 하셨다. 이후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 및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활동을 하신다. 이와 관련한 활동으로는 마을의 보건요원 교육과 교육을 위한 책자를 제작이 있다. 말라리아는 특히, 취약한 주거환경에서의 모기 노출에 의해 걸리기 쉽기에 주택 개조 활동도 진행한다. 이 밖에도 의료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진을 훈련하고, 이동 진료 시스템을 정비하고 의료 정보 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소외 열대질환 퇴치에 기여하신다고 밝히셨다.

 

국경없는의사회 이재헌 선생님

이재헌 선생님께서는 정형외과전문의이시며 국경없는의사회(MSF)에서 활동가이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프랑스 의사와 기자가 합심해서 만들었으며 재난에 고통받는 전 세계의 사람들을 위한 국제단체이다. MSF는 자연재해와 분쟁으로 고통받는 지역, 그리고 의료사각지대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이재헌 선생님께서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환자들을 치료하신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은 전쟁 및 분쟁이 잦으며 치안이 부재한 곳이다. 이곳에서 선생님께서는 공권력이 지나친 것도 문제이지만 공권력이 없다는 것이 크나큰 위험임을 깨달으셨다고 말씀하셨다. 매일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지역이므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MSF의 활동가로서 어떻게 의료를 지원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하지만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응급진료로 접근할지, 더디지만 확실하게 수술을 진행할지에 대한 사안부터, 국가 및 지역별로 사회적 맥락이 다르기에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한 것도 정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저격수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다시 일어날 수 없도록 다리 쪽에 총상을 주로 입힌다. 그렇기에 정형외과전문의이신 이재헌 선생님의 노고가 큰데, “수술을 하여도 임시 처치일 뿐,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련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히셨다. 선생님께서는 ‘To help, To learn, To see and To smile.’을 언급하시며 MSF 활동을 하며 더 다양한 사회를 만나게 되며 여러 문화를 배우고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맺으셨다.

 

국제보건의료학회 이사 이훈상 선생님께서는 “진료지 밖의 의사. 즉, 개발도상국의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의 삶에 대해 알아볼 기회를 갖고자 이번 컨퍼런스를 주최했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국제보건에 힘쓰시는 강연자 분들을 “의사이면서도 해외 현장에서, 특히 가난하고 어려운, 보건의 증진이 필요한 국제보건현장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히셨다.

 

김도윤/동국

<doyy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