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단서에 대한 법적 효력과 근거

의사 진단서에 대한 법적 효력과 근거

진단서는 환자가 진료받은 검사 결과를 의사가 기록해 놓은 문서를 말한다. 진료를 한 의사가 직접 소견을 작성하며, 환자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환자가 정당한 사유로 진단서를 요청할 때 의사는 환자에게 진단서를 교부해야 하며, 법적으로 효력이 있어 상황에 따라 증빙자료로 제출도 가능하다. 의사 개인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사문서에 속하나,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학 지식에 기반해 전문적 판단을 내린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실제로는 공문서에 준하는 중요성을 가지고, 검사의 판단에 따라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가지는 경우들도 많다.

그렇다면 의사가 진단서 발급을 거부할 수도 있을까? 의료법 제17조는 진단서에 대한 규정이다. 의료법 제 17조 3항을 보면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자신이 진찰하거나 검안한 자에 대한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의사가 진단서 교부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무엇일까. 본인 또는 적법한 대리인이 요구하는 것이 아닌 경우나, 범죄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등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어, 진단서 발급 거부권이 인정된다. 진단서를 대리로 발급하는 것은 어떨까.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자격을 갖지 못한 사람이 진단서를 작성하거나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도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작성할 경우 허위진단서 작성으로 의료법 제17조를 위반한 혐의로 처벌받는다. 사실과 다른 진단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관련 판례를 살펴보자.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김국식 판사는 지난 13일 B씨 등과 공모해 허위 진단서 작성·행사,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과정에서 A씨가 공모했다는 혐의나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모든 범행을 인정했다. 우선 재판부는 A씨가 발급한 것이 허위 진단서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 건강상태에 관해 합리적 평가방법에 따라 감정한 결과를 진단서에 기재해야 한다”며 “하지만 A씨는 진단서 목적을 알고 있었고, 겉보기에도 신체·정신적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검사 없이 브로커 요청에 따라 발급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의사의 진단서 발급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되려면 의사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직접 진단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평가방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대면으로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은 합법적일까. 현행 의료법 제33조 1항은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국회는 지난해 12월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하여 이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심각 이상의 위기 단계 발령시 의료인이 일정한 범위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기관 외부에 있는 환자에게 건강 또는 질병의 지속적 관찰, 진단, 상담 및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법 제49조의3) 이후로 전화상담 및 대리처방이 한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만약 위기 단계가 현행 심각 수준에서 내려가게 되면 의사와 의사 간이 아닌,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시행될 수 없게 된다. 정리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현재는 원격으로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의료법을 적용했을 경우 원격으로 환자를 진찰하고, 이를 진단서로 발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진단서 이외에도 의료기관에서 발급할 수 있는 사문서들은 몇 가지가 더 있는데, 헷갈리기 쉬운 것이 소견서이다. 백과사전은 의사 소견서를 ‘의사가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해당 환자의 질병에 대한 상세한 정보 및 입원, 통원기간 등을 기재한 것으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문서’라고 정의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소견서는 의사가 다른 의료인에게 자문을 구할 때 주는 서류인 반면, 진단서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증명하기 위해 작성된 서류이다. 전원이나 의료자문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닐 때 발급하는 서류는 ‘소견서’가 아니라 ‘진단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진단서는 법령에 규정된 개념이나 소견서는 법령에 명확히 규정된 개념은 아니다. 만약 소견서에 환자의 병명과 진단경과를 알게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면 이를 진단서로 보아 진단서가 갖는 법적 효력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소견서는 보건복지부고시에 따라 그 비용이 무료이나 진단서는 환자가 발급비용을 부담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오준서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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