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건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 북한의 COVID-19 대응과 북한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하여

통일보건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 북한의 COVID-19 대응과 북한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하여

 

지난 10일, 2021 통일보건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박상민 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는 “모든 생명은 잇닿아 있다. 개인이 혼자 마스크 끼고 방역수칙을 준수한다고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남북한의료에도 생명이 잇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도모한다면 남북한에 꼭 필요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부에서는 북한의 COVID-19 대응과 북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주제로 세션이 진행되었다. 카이스트의 차지호 교수가 ‘북한 COVID-19 대응 현황과 북한 보건의료 시스템에 미친 영향’으로 발표를 하였다. 코로나19는 전염병이 대개 그러하듯 인간의 이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락다운을 시행하였는데, 북한처럼 기존의 인구의 부동성이 높은 지역의 경제구조 또한 많이 바뀌었다. 예컨대 아프가니스탄도 락다운을 시행한 이후 국민의 수입이 불안정해지고 빚이 대거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시장 경제 악화 문제는 건강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은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 이에 차지호 교수는 섬 국가처럼 인구의 부동성을 조절할 수 없는 지역의 사회 변화를 북한에 적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의 경우, 노인 인구층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비감염성 질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흔히 알듯이 영양실조의 비중 또한 크다. 이 세 가지 조건은 코로나19에 있어서 취약한 점이다. 북한 또한 이 취약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의사결정구조가 수직적인 국가이기에 코로나19가 발생하였을 당시, 즉각적으로 체계적인 대응을 하였다. 북한의 경우, 국경도 코로나19 초기에 닫았으며 북한 내의 이동도 통제하였다. 이 밖에도 지역 의사들은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를 바로 격리하였으며 국가에서는 광범위하게 코로나19를 교육하였다. 정치적 특성상 가짜뉴스는 없으므로 의료 분야에 있어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졌다.

초기 대응이 늦어진 다른 국가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감염자가 증가하였으며 그에 따른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었다. 북한에서는 초기 대응을 체계적으로 이룬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로 국민의 이동을 제한한 것에 대한 영향은 분명 존재한다. 우선 사적인 의료시장이 공적으로 바뀌는 추세가 드러났다. 기존의 북한 의료 구조는 환자 개인의 자산 규모에 맞춰 진료를 하는 사적인 의료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의료를 보장하려고 노력을 하였기에 사회적 의료체계와 사적 의료체계의 이중 구조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또한 약의 유통에 있어서 더욱 세밀하게 관리 및 정리를 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기존에도 단절된 폐쇄적인 국가라서 중앙 집중식 보건의 예산이 부족했을 텐데 더 악화되었을 것이라고 차지호 교수는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이 의료 시스템의 장벽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북한과 중국 간의 무역은 평균적으로 80%가 감소하였다. 수출이 급감하자 시장 경제 역시 자연스레 악화되며 2021년에 들어서며 재정의 증가율도 1%미만으로 급락하였다.

요컨대 북한은 고립되어 있기에 의약품 수급이 힘들다. 또한 경제 악화로 개개인의 자산이 감소하여 경제 시장이 매우 불안정하다. 이에 대해 한국은 공중보건 분야의 지식 교류와 백신에 있어서의 경제적 지원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더불어, 기존의 직접적 지원과는 다른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이 점차 의료 분야의 지식 교류를 위해 국제 규모의 학회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들과 타국에서 만나 간접적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차지호 교수는 전망하였다.

차지호 교수에 이어서 연세대 이혜원 교수는 ‘2021 자발적 국별 리뷰(VNR)를 통해 살펴본 북한 보건의료 관련 SDGs 이행 동향’을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이혜원 교수는 2021년도 북한이 직접 발표한 비엔나 레포트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0년 간 최저 수준인 495만톤의 곡물 생산량을 2018년에 보였다. 2019년에 665만톤으로 증가하였다가 2020년에 522만톤으로 다시 홍수와 가뭄 및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 한국농촌진흥청에서는 2021년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전년대비 5%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곡물생산량이 감소하자, 쌀의 가격 불안정성 또한 증가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 직후 쌀가격이 급등하였는데 이는 심리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의 가격 폭등은 실제 공급부족이 반영된 불안정성이다. 이에 이혜원 교수는 쌀과 마찬가지로 의료물품도 가격이 불안정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2020년 2월 코로나19로 북중 무역이 감소하자, 2021년 3월부터 북한은 해상무역을 통한 수입을 늘렸다. 이는 북한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라 정말 상황이 열악하여 필요에 의해 무역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우 평균 기아수치는 근 몇 년 동안 좋게 유지하고 있지만, 자연재해를 비롯한 재난에 대한 회복역량이 부족하며 농업기술의 현대화가 부족하다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자연재해의 회복탄력성이 낮은 것은 북한이 지역단위의 생산량, 즉 가정에서 생산한 곡물의 양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에서 보상할 방법이 드물다고 한다. 2020년 하반기부터 유니세프에서 물품제고 부족으로 심각단계의 영양결핍 아동만 치료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 북한의 식량사정이 매우 안 좋아지고 있다. 향후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서 회복 탄력성을 높일 방안을 찾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한다고 이혜원 교수는 밝혔다. 유니세프가 북한의 지원 현황에 관하여 밝힌 자료에 의하면 북한이 여전히 요오드 부족의 문제에 시달리는 것은 충격적이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필수의약품을 생산할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지역별 의료 격차가 매우 큰 것과 안전한 식수 및 위생시설이 부족한 것 또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북한의 출산에 관한 통계를 살피면 출산 중 모자의 출산율이 높다. 이는 도시와 농촌 간의 지역별, 그리고 계층별 의료의 차이가 큼을 알 수 있는 지표이다. 우선 분만장소가 집인지 병원인지의 차이가 있으며 출산 중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신속히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와 같은 의료 접근성이 거주지와 경제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접근성이 크다는 것은 북한의 SDGs 지표에서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은 결국 응급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외과적 수술이 힘들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감염성 질환 중 결핵에 의한 사망률이 여전히 높다. 환자의 발견율과 치료 성공률이 낮기 때문이다. 북한의 필수백신 접종율이 작년에는 90%에 웃돌았으나 올해 70%로 떨어진 점에서, 집단 면역력이 떨어지니 홍역과 같은 전염병의 대유행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이혜원 교수는 남북 보건의료 교류에 있어서 다른 방향성을 모색해야 하며 좀 더 섬세한 코칭이 필요하다고 맺었다.

 

김도윤/동국

<doyy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