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와 인공지능이 함께 그려가는 미래는?

흔히 병원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라 하면 수술실에서 쓰이는 다빈치 로봇이나 영상을 판독해주는 AI를 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의료 분야에서도 그에 못지 않게 인공지능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코엑스전시관(COEX)에서 개최된 제 37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2)에선 별도의 메디컬 AI관을 만들만큼 관련 연구와 투자가 많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AI 알고리즘 기반 뇌출혈 진단부터 의료 교육용 메타버스 콘텐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필자가 주목한 것은 바로 정신과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엔젤레스(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LCA)와 협력해 스마트폰 또는 스마트 워치를 활용한 우울증 감지 진단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수면, 심박수 등과 우울증 및 불안의 관계를 밝혀 양극성 장애를 나타내는 기분의 변화를 감지하거나 우울증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감지할 수 있다.

 

2015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환자가 이야기한 내용과 형식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이 추후 발병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다른 연구에서는 환자의 말에서 드러나는 언어적 요소뿐만 아니라, 목소리에서 나타나는 진동, 진폭, 침묵하는 시간의 길이 등의 비언어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자살 위험군을 성공적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팀은 타인과의 비밀을 공유하지 못하는 데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아바타 ‘엘리’에게 사람들이 자신의 감춰진 비밀을 털어놓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타인보다 엘리에게 비밀을 말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정신과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AI와 접목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정신건강 분야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기관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정신장애의 에측-예방과 치료연구에 AI와 정밀의료를 도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환자가 자신의 기분 상태에 대해 확인하고 응답하는 스마트폰 정신건강 관리 앱인 원격 헬스 플랫폼인 ‘Youper’를 개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장점만 있지는 않다.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나블라(Nabla)에서 GPT-3을 기반으로 만든 정신과 챗봇은 출시 전 실험에서 모의 환자에게 자살을 독려했으며 인공지능의 근본적인 문제인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미래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세상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신과 의사는 인공지능과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라는 책을 집필한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I와 의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환자 즉,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 능력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는 교감과 공감은 아무리 AI가 발전한다 하더라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사람을 바라보며 느끼는 애정 어린 마음은 살아있는 생명체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구의 15% 정도가 정신 건강 장애를 경험한다고 추정한다. 그리고 사회가 개인화되고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이 추세는 점차 증가할 것이다. 이런 사회일수록 우리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기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것만큼 큰 위로는 없으니 말이다.

 

 

 

박유진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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