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 이젠 증상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식해야 할 때
가파르게 증가 중인 한국의 소아비만
한국의 비만율이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서구화 식생활에 의한 영양 과잉 공급과 스마트폰 사용, 좌식 생활 등에 의한 운동량 감소가 주된 이유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통계-국민건강영양조사 제8기 2차년도(2020)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만율은 38.3%로 2007년의 31.7%보다 6.6%p 더 증가하였다. 그 중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08년 8.4%에서 2016년 14.3%로 그 비율이 크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15세 미만의 소아 인구 중 25%가 비만이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키와 몸무게의 비를 의미하는 체질량지수 25 이상을 비만으로 규정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체질량지수 30을 초과할 때 비만으로 분류한다. 국제 기준에 따라 주요 국가들의 비만율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남자는 미국 43.5%, 캐나다 26.7%, 호주 31.5%, 영국 27.0% 등이다. 한국은 6.2%로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여자의 경우도 한국은 5.5%로 서구 국가들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서구식 생활방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비만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출처 :교육부)
소아비만의 원인은?
소아비만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먼저 과다한 음식 섭취가 있다. 어떤 이유로든 섭취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많으면 초과된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되어 비만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과식하는 습관을 가지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좋아하고, 식사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출처 : pixabay)
두번째로는 유전적 요인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 중에 비만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엔 물론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가족의 식이습관 등의 환경적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된다.
세번째로는 사회, 경제적 환경요인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학력이 높고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제는 점점 전체적인 국가 소득이 높아지고 있고 서구화 식생활로 바뀌고 있는 만큼, 전 계층에서 비만율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네번째로는 운동부족이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어린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기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하루를 보낼 정도로 장시간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육체적인 활동시간이 줄게 되고 비활동적인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비만율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분비 질환이 있다. 드물긴 하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증, 쿠싱 증후군, 성장호르몬 결핍증과 같은 내분비 질환을 가진 소아의 경우 비만을 초래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소아비만의 위험성은?
소아비만은 비만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성조숙증, 대인관계 위축의 심리적인 문제와 소아성인병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 균형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소아비만과 함께 증가 중인 질환인 ‘성조숙증’은 사춘기 발달이 또래보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성조숙증 환자 수는 2020년 13만 6334명으로 4년 사이 57.8%나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성조숙증 환자의 경우 여아는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고, 남아는 9세 이전 고환이 커지면 의심해볼 수 있다.
또한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지방간 등의 각종 성인병이 조기에 나타날 위험성이 커진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20세 미만 당뇨 환자가 2016년 5600명에서 2020년 6086명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아비만은 지방 세포 수가 증가하는 증식형이 주를 이루고, 성인 비만은 지방세포 수는 정상이지만 지방 세포 크기가 증가하는 비대형이 많다. 특히 증식형과 비대형의 특징이 모두 나타나는 혼합형 소아비만의 경우 체중 감량 후에도 재발이 잘되고 중증도 이상 고도비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출처 : 대한비만학회 소아비만위원회)
소아비만의 치료는?
소아비만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일 확률이 높고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주어 사망률과 의료비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 소아청소년 비만 인구 감소에 주력하고 있다. 소아비만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최선의 대응책은 비만을 조기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소아비만위원회에서는 국내 소아청소년비만의 체계적인 접근과 치료를 위한 임상진료지침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소아청소년 과체중과 비만의 정의 및 진단, 소아비만의 치료 원칙, 식습관, 운동습관, 생활습관, 정신건강 영역을 포함한 소아청소년 비만의 행동요법, 약물치료, 수술치료 포함 각 영역별로 권고사항과 근거의 정도에 따른 권고 수준(레벨 A~D)을 설정했다. 특히 이번 지침에서는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및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환자 개인 뿐 아니라 가족과 학교, 지역사회, 정부 착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
(▲출처: 대한소아기영양학회/소아청소년 비만 임상진료지침)
소아비만관리의 목표는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어린이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당이 포함된 음료수와 패스트푸드, 열량 과잉 섭취와 과식 자체를 피하는 등 식습관 개선, 주 5회 이상 하루 60분 중강도 이상의 운동 및 신체활동 유지, TV나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사용 등 좌식생활시간을 하루 1~2시간 이내로 제한, 충분한 수면이 권장된다. 또한 비만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 따돌림, 우울감 등의 정신건강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문가를 통한 소아비만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
소아기에 발생한 비만의 80%가 성인 비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 위험성은 매우 높다. 또한 소아 비만이 진행할수록 관상동맥 질환, 뇌혈관 질환, 고혈압 및 당뇨병 등의 만성 성인병이 증가된다는 면에서 충분히 심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비만 아동은 잘못된 식습관, 영양소 과잉섭취, 운동 부족 등의 습관을 교정하고 행동교정요법을 조기에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 습관 교정이 쉽지 않고, 고도비만 단계라면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병원을 통해 신체계측, 혈액검사, 영양평가, 행동 평가 등을 통해 비만 원인을 찾고 효과적인 식단 및 운동방법 처방,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소아비만이 의심이 되거나 발견이 된다면, 소아 청소년과 전문의의 정기적인 진찰과 함께 비만 합병증에 대해 검사하여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 기사는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소아비만’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박유진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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