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의대생 온라인 아카데미 2교시, <비대면 진료 경험과 향후 활용방안>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의료에 일어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비대면 진료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가 지난 3년간 직접 경험한 비대면 진료는 무슨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보여줄까? 2022 여름방학 의대생 아카데미의 2교시, 이의선 선생님의 ‘비대면 진료 경험과 향후 활용방안’이란 강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의선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은 ‘아산케이의원’이라는 일차진료의원을 개원하여 비대면 진료를 하고 계신다. 이번 이의선 선생님의 강의는 크게 비대면 진료의 현황, 효용과 편익, 문제점 그리고 향후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비대면 진료의 현황
일차의료 비대면진료는 어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플들 대부분은 약배달 서비스까지제공하고 있고 현재 약 30개 이상의 어플들이 있다.
현행 일차 비대면 진료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환자가 어플에 진료를 신청하고, 병원이 진료신청을 받는다. 그다음 의사는 환자와 통화로 진료 한 후 처방전을 어플 업체에 보내며, 이후 플랫폼에 등록된 약국에 처방전이 전송된다. 그럼 약국은 택배로 환자에게 약을 보낸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시장은 현재 누적 3천만건 이상 발생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전에는 불법이었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100만, 200만건으로 건 수가 증가하였으며, 올해 초, 코로나 대유행이 오면서 순식간에 3개월 안에 1천만 건 이상 발생하였다.
비대면 진료를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코로나 환자였지만,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면서 다양한 환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환자 구성이 광고 키워드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코로나 환자가 줄면서 어플간 이용자수 격차 발생했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곳이 다수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종 어플들이 광고를 시작했고, 주로 사후피임약, 질염, 탈모 등을 위주로 광고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사후피임약만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가 되었던 이벤트들도 있다. 예를 들면, 환자가 먼저 약을 고르고, 의사한테 처방을 요구하는 것, 의사에 대한 별점 평가 등이다. 또, 현행법상 불법인 전문약 광고가 퍼포먼스 광고에 쓰이고 있다. 게다가 퍼포먼스 광고는 한번 실행되고 나면 캡쳐하지 않는 이상 다시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문제이다.
2. 비대면 진료의 효용과 편익
비대면 진료가 완전히 허용이 된다면 비대면 진료의 장점이 그 바탕이 될 것이다. 장점은 크게 세가지 범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환자편익이다. 이동이 힘든 장애인들이 사설 구급차를 불러서 이동하면 8-9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적 장애인의 경우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의료 소외지역 거주자들도 두 세시간 이동하지 않고 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군부대, 자가격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비대면 진료는 매우 편리하다.
둘째, 진료상의 효용이다. 병원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 교육과 병원 전 triage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산부인과는 환자들이 가기 싫어하는 곳이지만,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의사들이 환자에게 특정 질병의 경우엔 산부인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할 수 있었기에, 병원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환자를 교육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응급의료체계와 재난 의료체계의 기능을 분담할 수 있다. 감염 재난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난, 자연재난, 전시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도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 시에는 숨은 의료전문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부족한 의료자원을 보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이 아닌 곳에서 일을 하는 의사들, 육아나 질병으로 쉬고 있는 의사들 등 실제 진료 현장을 떠난 의사들이 재난 시에는 진료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야간, 혹은 주말에 어딜 가야할지 몰라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 병원을 찾기에는 증상이 미약한 환자들을 진료함으로써, 응급의료자원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3. 현행 비대면 진료의 한계와 문제점
환자들이 특정 의약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의사가 거부한다고 해도, 환자는 클릭 한 번으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긴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 미처방 사례라도 같은 증상으로 여러 차례 진료받는 것에 대해서는 진료 장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을 배송하다보니 약사의 복약지도 단계가 생략된다. 또한, 간호사와 약사 모두 처방전을 리뷰하는 과정이 상실되나 보니 환자 안전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약통, 복약 어플리케이션과 결합하여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치료 시점에 대한 문제도 있다. 약물의 투약 시간이 중요한 경우, 지역적 한계로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 응급환자에 대한 즉각 반응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드론 배송, 거점 배송 등의 체계를 마련하고, 구급 체계와의 연동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triage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또한 비언어적 진료과정이 모두 언어화된다는 점도 고려할 문제이다.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의 비언어적 진료과정이 모두 언어적 소통으로 대체되므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시진으로 바로 판단할 수 있는 걸, 비대면에서는 수십가지 질문으로 환자에게 물어야 한다. 환자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하여 만족도가 높아질지 몰라도, 짧은 순간이더라도 시진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하는 것일 수 있다. 고령이나 소아의 경우, 직접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청각 장애인의 경우 보호자를 통해 소통해야 했고, 보호자를 믿고 처방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체온계, 혈압계를 보유하지 않은 환자들도 많다. 언어적 소통을 보충할 수 있는 기기들을 가정용 비대면 진료키트로 보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 외에도 의사-환자 간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 문제, 아직은 부실한 법적인 체계 등의 여러 문제들이 있다.
4. 비대면 진료의 향후 방향
단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의사와 환자가 늘었고, 그 과정에서 장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대규모 비대면 진료의 경험, 장단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는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 삶에 정착할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적 수용 혹은 반대보다는 비대면 진료가 ‘잘’ 정착하기 위한 중장기적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처음에 잘못 정착되면 앞으로도 계속 문제를 일으킬 것이기에, 비대면 진료가 처음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한다. 지금은 플랫폼 위주지만, 병원 혹은 EMR 등 다른 체계의 비대면 진료시장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안전한 비대면 진료는 일차의료에 여러모로 기여할 수 있다. 독거노인, 의료소외지역 거주자, 장애인 등 모두에게 공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로 사회 전체의 건강한 삶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문제가 되는 것들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기 때문에, 정부, 플랫폼, 의료인, 환자 간의 소통 창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김현 기자/연세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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