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뛰어난 건축가이자 조각가였던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는 미궁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든다. 큰 날개를 붙이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다이달로스는 태양열에 날개가 녹지 않도록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말고, 동시에 바닷물에 날개가 젖지 않도록 바다 가까이 너무 내려가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카로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신기했던 나머지 드높이 날아오르는 바람에, 결국 날개를 붙인 밀랍이 태양열로 인해 녹으면서 날개가 망가져 추락사한다. 이 신화에서 비롯된 ‘이카로스의 날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 그리고 동시에 한계를 상징한다.
여기에 또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이카로스의 날개’가 있다.
극저온의 냉매로 생물을 얼려 보관하는 Cryonics, 냉동 수면이다.
냉동 수면의 개념은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티 에틴거에 의하여 1962년, 그의 저서 [불멸의 가능성]에서 제안되었다. 여기서 에틴거는 극단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화학적 반응이 멈춘다는 것을 근거로 냉동인간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30년 후를 예상하고 최초의 냉동 인간 중에 한 명이 되는 것을 자처했다. 1991년 기술자들이 잠시 캡슐을 개봉하여 확인하였을 때 시신의 색이 변색 되어 있고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온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추후에 기술이 개발되어도 소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냉동인간 해동 기술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냉동인간의 원리는 무엇이고 이것이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냉동인간의 원리는 극저온의 상태에서 분자의 움직임을 억제해 보존성을 높이는 것이다. 즉, 온도를 극한으로 떨어뜨려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의 활동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물이 얼었을 때 부피가 증가한다는 특성 때문에 냉동 과정에서 세포 수준의 손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냉동 인간을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신체에서 큰 부피를 차지하는 물을 제거하고 다른 액체로 대체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 액체는 물이 포함된 혈액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생할 시에는 인체에 독성 물질이 된다.
이게 바로 냉동 인간의 생성 과정에서의 딜레마이다. 현재 방식의 냉동 인간을 해동하려면
인체 조직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액체를 모두 제거하고 물을 채워 넣어 해동시키는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 때문에 현재까지 냉동인간의 해동은 꿈의 영역이라 여겨지며, 냉동 인간에 호의적인 일부 기술자들도 아무리 빨라야 2050년을 예상하고 있다.
분명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의 4개의 국가에서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전신 또는 뇌만을 냉동 보존하며, 가장 유명한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은 2억 6천만 원 정도에 전신 보존을 제공하고 있다.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의 회원들은 사망 즉시 체계화된 냉동 과정을 거친다. 혈액을 완전히 제거하고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한 16가지 약물을 주입하여 심장을 통해 인체 전체로 순환시킨다. 그 후 일주일에 거쳐 액화 질소를 사용하여 천천히 냉각하고 -196도의 캡슐 안에서 눈을 뜨는 그날을 기다린다.
분명 해당 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금액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냉동 보존 서비스 기업들은 냉동 자체에 대한 서비스만 제공할 뿐 해동 기술에 대해서는 어떤 투자도 하고 있지 않다. 즉, 냉동인간 기술은 그저 미래의 기술력에 대한 기대에 의존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속인다는 것이다. 여러 방면에서 냉동인간의 한계는 아직까지 명확하기에, 이러한 비판들 또한 일리가 있다.
냉동인간 기술은 해동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에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아직까지 그 한계는 명확하지만, 지금도 약 6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미래의 그날을 꿈꾸며 냉동 인간으로 잠들어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가 추락하는 이카로스가 될지 아닐지는 시간이 밝혀주기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안희상/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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