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4분, 심폐소생술

의학을 전공하는, 또는 전공하지 않는 당신에게

심폐소생술이란?

심폐소생술은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한 모든 치료방법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정지에 대한 구조요청부터 전문 의료인 도착까지의 단계를 의미하는 ‘기본소생술’, 전문치료 시작에서부터 자발순환회복까지의 단계를 가리키는 ‘전문소생술’, 이후부터 생존 퇴원까지의 ‘소생 후 치료’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본 기사에서 주로 다룰 주제는 학생과 시민 모두가 익히고 시행할 수 있는 ‘기본소생술’(이하 ‘심폐소생술’로 표현)이다.

 

심폐소생술의 기본 골격은 현장 안전 확인→환자 반응 확인→119 구조요청 및 자동제세동기 요청→호흡과 움직임 확인→가슴압박소생술 또는 심폐소생술 시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폐소생술은 무호흡 환자에게만 시행될까?

심정지 환자는 일반적으로 의식이 없고, 자극에 반응이 없으며, 호흡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 심정지 환자의 30~50%에서는 심정지가 발생한 첫 수 분 내에 심정지 호흡이 나타날 수 있다. 심정지 호흡, 또는 비정상적인 호흡(agonal gasps)은 환기 효과는 없으면서 느리고 불규칙하다. 코골이, 헐떡임, 드물게 나타는 호흡, 꺽꺽거리는 소리로 표현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7~8분간 지속되기도 한다. 이를 정상 호흡으로 착각하여 심폐소생술이 지연될 경우, 자칫 골든 타임(심정지 발생 후 첫 4~5분)을 놓쳐 환자가 비가역적인 뇌손상을 입게 된다.

 

인공호흡, 꼭 해야 할까?

정상인의 호기가 인공호흡에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후, 구조자가 환자의 입을 통하여 인공호흡 하는 mouth-to-mouth ventilation은 응급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호흡 보조방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심정지가 발생한 직후부터 초기 몇 분까지는 인공호흡보다는 가능한 가슴압박을 충분히 하여 조직으로의 산소 공급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소생률에 있어 더 중요하다. 또한 입-입 인공호흡 시행을 꺼리거나 인공호흡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일반인에게는 구급차 도착 전까지 가슴압박소생술을 주로 권고하기도 한다.

 

심폐소생술만 제대로 시행하면 환자가 살아날 수 있을까?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시행하는 심폐소생술(Basic Life Support)은 어디까지나 뇌손상 발생을 지연시키는 목적으로, 심정지 환자의 심박동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이외의 응급의료처치가 필요하다. 심실세동(심실이 매우 빠르게,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이 발생한 환자에서 제세동(심장에 강한 전류를 순간적으로 보내어 심방세동, 심실세동을 억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으로, 심실세동 발생으로부터 1분이 지날 때마다 제세동 성공률은 7~10%씩 감소한다.

 

자동제세동기는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자동제세동기는 심전도 분석 시스템과 제세동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갖춘 제세동기로, 강한 전류를 흘려보내 심장을 완전히 멈추게 한 후 다시 정상박동을 찾게 하는 기계다. 공항, 철도역사 등의 대중교통 시설과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반드시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제세동기를 등록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위치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나 앱, 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자동제세동기는 환자의 몸이 젖어 있다면 수건 등으로 가슴을 닦아낸 후 패드를 부착해야 하며, 체내형 제세동기나 심박조율기를 가진 환자에게 패드를 부착할 때는 가능한 삽입 부위를 피해서 부착한다. 패드는 오른쪽 빗장뼈 중간의 아래와 좌측 유두의 외측에 부착한다. 패드를 붙이면 자동으로 심전도가 분석된다는 안내 음성이 나오며, 심전도가 분석되는 동안에는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모든 조작을 중단한다. 심전도 분석 결과에 따라 충격필요리듬이 계속되는 경우 다시 제세동하라고 음성 지시를 내린다. 또는, 충격불필요리듬(무수축 또는 무맥성 전기활동)이나 비교적 정상 파형의 심전도로 돌아올 때는 제세동할 필요가 없다고 표시한다.

 

선의로 행한 응급의료, 결과에 따른 법적인 책임은 없을까?

이타적인 마음에서 소생술을 시행했는데, 혹시라도 잘못된 결과에 의한 법적 책임이 기다리고 있다면 아직 의료인이 아닌 학생과 일반 시민에게 고민은 불가피할 것이다. 우선 합병증 발생률을 보면, 의식을 잃었지만 심정지가 아닌 환자에게 가슴압박을 시행하면 통증이나 골절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나(각각 전체 환자의 8.7%, 1.7%), 장기 손상 등 중대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고 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제5조의2는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를 장려하기 위해 개정된,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이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즉, 모두가 알고 있는 심폐소생술의 순서대로 진행했다면 환자가 다치거나 불미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더라도 구조자는 그 선의를 인정받아 보호받을 수 있다.

피의자가 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해야 성립하는 죄인 강제추행 역시 2022년 10월 6일 기준으로 지금까지 인정된 판례가 없다. 생명의 위협이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기에 그 상황의 급박함이 반영되어, 추행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 또는 아직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학생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도 될까?

응급의료법 제5조의2에서 행위의 대상자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로, 행위의 내용은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로 규정되며, 행위의 주체는 일반 시민을 포함한 누구든 가능하다. 이때 응급의료 종사자나 다른 법령에 의해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는 제외되지만, 업무 외 시간에는 면책이 가능하다.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의료법 제 27조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 받았지만, 응급의료 종사자는 아니기에 응급의료를 시행해야 하는 법적인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셈이다. 그러나 지난 10월의 비극처럼, 응급사건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법이다. 의대생신문을 읽는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의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 시민에게도 사건은 동등하게, 동일한 확률로 일어난다.

응급의료법 제 4조는 모든 국민에게 응급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음을 명시해 놓고 있다. 요컨대 심폐소생술은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의 도의적인 의무이면서도, 동시에 한 명의 시민으로서 갖는 권리이기도 하다. 언젠가의 그때에, 당신에게 주어진 골든 타임을 독자 여러분께서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사를 마친다.

 


 

박수연 기자/연세원주
lhktndus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