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약류의 게이트 키퍼, 의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뉴스에서 유명 작곡가, 아이돌 등의 마약 투약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우리 사회의 마약 확산 실태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마약 중독은 연예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20대, 30대 심지어 10대들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다. 텔레그램, 다크웹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약류 사범이 늘고 있다. 경찰청이 제출한 통계를 보면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30대 이하 비율은 2019년 48.8%(5085명), 2020년 51.2%(6255명), 2021년 58.8%(6253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미지1 출처: 2022.10.27 머니투데이 韓 마약인구 100만명”…유행처럼 번지는 MZ세대 ‘SNS 밀거래)

 

1. 마약의 작용 기전은 어떻게 될까?

마약 중독은 우리의 뇌에서 다음의 보상 행동을 담당하는 보상회로와 연관 되어있다. 보상기전은 복부 피개 영역, 중격측좌핵, 전두엽 피질의 연결구조로 구성되며 보상자극을 받으면 활성화되어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마약을 주사하면 마약 성분은 혈류를 타고 뇌에 전달되어 자연 보상 때 분비되는 것보다 2~10배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극단적인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뇌는 너무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면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거나 신호를 받는 도파민 수용체의 수를 줄임으로써 도파민을 조절한다. 그 결과, 약물을 남용하는 사람의 뇌의 보상회로에 대한 도파민 영향은 비정상적으로 낮아져 일반적인 상태에서 쾌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 단 한 번이라도 약물을 복용했던 사람은 이전의 자연보상에서 느끼던 즐거움을 느낄 수 없기에 쉽게 우울함을 느끼고 더 많은 약물을 자주 사용하게 되므로 악순환에 빠져 결국 중독이 된다. 이제부터 현재 마약 관련 의료의 실태와 마약 중독 문제에서 의사는 역할과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미지2 출처: 2018-02-23, MK 증권, 빠지긴 쉬워도 빠져나오긴 어렵다…뇌부터 망가뜨리는 마약)

 

2. 의료용 마약의 위험성과 미비한 중독 치료 실태

통상 마약류 중독이라고 하면 불법 마약류를 떠올리지만, 의료용 마약류 남용 또한 불법 마약류만큼 위험할 수 있다. 현재 마약과의 전쟁을 일으키고 미국에서 마약이 퍼질 수 있도록 한 시작점에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가 있었다. 1990년대부터 보급이 본격화된 오피오이드는 미국 보건부가 2017년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제약 업체들은 초기에 오피오이드가 중독성이 없다고 홍보하였고 의사들은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며 마약성 진통제가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작용기전에서 다뤘듯이 마약은 보상 기전 자체를 바꿔 놓기 때문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개인의 의지만으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그 결과 미국은 오피오이드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10만 명이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할 때에는 이미 도파민 회로가 변형되었기때문에 약물 복용을 연상시키는 익숙한 장면만 봐도 도파민이 급증하며 갈망을 초래한다. 그래서 스스로의 힘으로 마약에 손을 대지 않고 버티기가 매우 힘들다. 이럴 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마약 중독 치료이다. 마약 중독은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재발하기 쉬운 질병이다. 마약 중독자들은 병원의 도움을 받아 약물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뇌 기능의 복구 및 갈망 감소를 위한 행동치료를 통해 약물남용과 관련된 행동들을 고쳐 나가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2017~2021년) 전국 21곳의 중독자 치료 전문병원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치료보호 건수 330건에서 280건으로 줄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 역시 170명에서 132명으로 감소해 재발 방지 인프라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21개의 지정병원 중 상당수가 사실상 마약류 중독 환자에 대한 치료를 멈춘 상태이고 인천의 참사랑병원, 경남의 국립 부곡 병원 단 두 곳만 1년간 100명 넘는 마약류 중독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이미지3: 2022.07.08, 중앙일보, [단독] 중독자 치료지정병원 90%가 “마약환자 안 받아요” 왜?)

 

지정 병원조차 중독자를 외면하는 상황이 펼쳐진 이유에는 마약 중독자의 치료 강도와 빈약한 예산지원이 있다. 특히 치료비가 정부 지원 예산을 초과하는 환자는 값비싼 마약 치료비를 오로지 병원이 부담해야 하므로 병원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받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현재 20•30세대의 마약 복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 문제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마약 중독자를 위한 국가 차원의 치료, 재활 지원에 대해 의사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3 의사는 마약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서 마약성 진통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할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제시한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안전 사용 기준이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를 준수하며 처방하지만 청소년이나 마약류 진통제를 처방할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는 일부 의사들도 존재한다. 의사들은 장기간 환자를 보며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거나 처방하다 보니 마약의 중독성이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의사는 마약류 의약품의 게이트 키퍼임을 인지하고 책임감 있게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식품의약품 안정처에서 의사가 진료 시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 쇼핑 방지 정보망’을 작년에 도입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의사는 지난해 2038명에 불과하였고 이용 횟수 또한 3만 1493회에 그쳤다고 한다. 아직 이를 사용하는 의사들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할 때는 경각심을 갖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약물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

 

(이미지4 출처: 2021-03-22 데일리팜,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가동…투약 이력 조회)

 

의사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 따라서 의사는 마약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의사들의 약물 남용을 다룬 보고가 있는데, 미국의 약물 오남용과 관련된 연구에 의하면 의사들의 약물 오남용 빈도 또한 일반인과 차이가 없거나 약간 높은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의사들의 마약이나 벤조다이아제핀과 같은 약제의 사용 빈도는 일반인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밝혀지지 않은 약제 남용의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비율일 수 있다.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만성적인 수면 부족, 고위험 환자 관리의 어려움,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의학 지식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허탈 증상을 겪곤 하는데 이는 술이나 약물에 대한 의존성을 높일 수 있다.

 

의사들의 약물 오남용은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자신이 치료하고 있는 환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예방과 조기 발견, 처치 및 재발 치료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약물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뿐 아니라 의사들의 근무환경 변화나 의료전달체계의 변화를 통해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의사는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해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느 때에는 중독자들의 마약 공급책이 되기도 한다. 심각해지는 마약 중독 문제 안에서 예비 의료인으로서 경각심을 가지고 의료용 마약류의 게이트 키퍼인 의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남효정 기자 / 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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