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서일어난 압사 참사로 307명 가량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월 1일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로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51명으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압사사고는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압사사고는 다수의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생기는 사고로, 이러한 상황에서 즉시 눌림, 깔림 등으로 인해 외상성 질식이 일어나는 것이 전형적인 사망 기전이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류현호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부분 질식으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심정지 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이 심하게 눌리면서 가슴이 직접 압박되고 기도가 막힌 것이 사망까지 이르게 한 주요한 원인인 것이다. 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기도 확보와 인공호흡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응급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상성 질식은 겉으로 볼 땐 외상의 흔적이 전혀 없지만 내부에선 흉곽 운동을 하지 못해 숨을 못 쉬게 되어 결국 질식 상태에 빠지고 심정지에 이르는 과정을 말한다. 호흡 정지에 의한 심정지로 4-5분 이내 뇌로 피가 가지 않을 경우 저산소성 허혈성 손상이 일어나고 결국 뇌에 비가역적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심폐소생술로 소생이 되어도 상당한 뇌손상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출처 : 2022.10.30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 모습)
이전의 압사사고와 이번 압사사고의 차이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9년 7월 17일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시민 위안잔치에 참석한 관중 3만명이 소나기를 피하려 좁은 출입구로 몰려 67명이 압사했고 2005년에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는 관중이 한꺼번에 출입문 한 곳으로 입장하려다 압사사고가 발생해 159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그 이후로도 대규모 인파가 몰린 공연장이나 서울역 등에서 수차례 압사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규모가 큰 사례는 없었다. 사고 조사위원회와 전문가들은 ‘예측’의 실패를 사고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주최 쪽은 기존의 경험에 의존해 2만 5천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방문객은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찍부터 육교 일방통행 실시, 우회도로 설정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군중을 통제하는 경찰이 부족해 사고가 커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몰린 직후에 대처 시간이 길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이번 사고도 사고 발생 직후부터 사고 접근, 피해자 구조 및 심페소생술까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다. 압사사고에서 사고의 지속 시간이 중요한 만큼 구조대의 도착 시간과 대처 시간이 향후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현장의 많은 인파와 교통 혼잡으로 인해 신속한 대처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외국에서 발생했던 압사사고와 대처 방법은?
외국에서도 이러한 압사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2001년 7월 21일 발생한 ‘아카시 불꽃놀이 보도교 사고’는 일본의 해안가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 온 수많은 관중이 좁은 보도교를 지나가다 마치 도미노처럼 겹쳐 쓰러져 발생한 사고다. 11명이 전신압박에 의한 호흡 곤란 증후군으로 의해 사망하고 24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아카시 사고 후 효고현 경찰의 대응과 경비 계획의 문제점이 보도되었다. 당시 효고현 경찰은 폭주족 대책을 중시해 폭주족 경비 요원은 292명이나 배치했으나 혼잡 경비 대책에는 겨우 36명만 투입한 것이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경비업법과 국가공안위원회 규칙을 개정하고 경비 업무 검정 시험에 종래의 ‘상주 경비’, ‘교통 유도 경비’에 더해 ‘혼잡 경비’를 신설하는 등 경비 체계를 바꾸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4년 상하이 와이탄 천이공장에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를 하는 도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36명이 숨졌고, 47명이 다쳤다. 당시 경비계획 및 예방 준비, 배치 인력 등이 부족했고 당국도 관광객 수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상하이시는 관광지 및 공원 등 공공 장소군집 안전관리방법에 대한 조례를 만들었다. 관계 기관과 유기적인 정보공유, 다수 군중이 모였을 경우 현장 관측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앞으로 압사사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부 상주 압사사고에 대해 연구한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압사사고는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며 “군중이 밀집하는 행사들이 있을 때 반드시 사전에 충분한 계획을 세우고 인원을 통제하는 등 병목현상을 방지하고 여러 조치를 사전에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벌어진 사고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보다는 이 사고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분석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군중이 밀집할 상황이 있다면 철저한 사전 계획과 충분한 인력 보충을 통해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고 예기치 못할 응급 상황을 대비하여 의료 자원도 충분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혼잡스러운 상황에 서로 침착하게 질서를 지키며 안전하게 활동을 마치려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사고를 통해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출처 : 2022.10.30 세계일보)
박유진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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