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19 팬데믹은 여전히 모두의 일상을 침범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 19로 인해 야기된 비대면 생활양식과 관련된 과학 기술의 전면적 도입과 발전 등,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염병은 한동안 사회를 얼어붙게 만들면서 산업, 경제, 교육 등 사회의 중추적인 부분에 거대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팬데믹이 일으킨 수많은 부정적 영향 중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단연 “환경”이다. 마스크, 백신 주사, 의료 처치를 위한 각종 가운, 보안경, 장갑, 그리고 손 소독제까지. 방역을 위해 필요한 일회용품들에서 비롯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팬데믹이 성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상향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환경오염의 실태는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그러나 먼 미래를 위한 대비보다는 현재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적 처치와 예방적 조치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 사회적인 통념이기도 했다. 급작스럽게 수많은 사상자가 속출하던 상황에서는 더더욱 환경보호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환경적인 사안은 의료폐기물이다. 코로나 19 방역 및 의료 처치 때문에 2019년 이후로 세계적인 의료폐기물의 배출량이 급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20년 한국의 의료폐기물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했다. 2020년 2월,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전년 동월 대비 1,898톤(11.1%) 감소한 15,135톤으로 조사되었다. (출처: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그 이유는 2019년 10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감염 우려가 없는 일회용 기저귀가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비롯되는 의료폐기물 처리의 부담이 줄기도 했다.
실제로 전염의 원천이 되거나 방사능이나 독성이 있어서 “위험 폐기물”로 분류되는 것은 전체 의료폐기물 중 15%뿐이다. 코로나 19처럼 전염력이 강한 질병에 사용된 장비는 안전하게 처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머지 85%는 음식 용기, 포장재, 전염성이 없는 환자를 검사하기 위해 사용된 장갑 등이다. 이러한 종류의 의료폐기물 중에서는 일회용 기저귀처럼 일반폐기물로 분류하여 처리할 수 있는 품목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용기나 포장재 혹은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에 남용하는 장갑 등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일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현재 HCWH의 국제기후정책 책임자인 로슈닉은 “산업계가 감염 가능성이 없는 폐기물을 분리하고 일부 품목을 재사용하려고 함께 노력한다면, 조금 더 환경친화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들을 필두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경영이 확산하는 등, 의료계에서도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병원 차원에서의 노력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료인들이 할 수 있는 일회용품 남용 방지 및 재활용 등 개인 차원의 노력부터, 정책적인 의료폐기물 품목 분류 및 일회용 의료기기 제재 등의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2022년, 코로나 19 팬데믹이 곧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될 것을 기대하는 지금, 코로나 전의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 “뉴노멀(New-Normal)”, 즉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환경보호의 문제에 대해서도 그저 뒤로만 미루어둘 것이 아니라, 코로나 19 방역이나 시급한 의료적 조치에 상충하지 않는 환경보호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 19가 화두에 올린 환경 관련 사안들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효찬 기자/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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