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과 대기오염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되면서 중국의 수많은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고, 한국은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이 맑은 하늘의 봄을 맞이했다. 코로나19는 의료폐기물의 폭증을 야기하여 환경오염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맑은 대기를 불러오기도 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Zander S. Venter, COVID-19 lockdowns cause global air pollution declines, July 28, 2020),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시행된 봉쇄령, 국가 간 이동 및 운송 제한, 산업 미운영 등으로 인해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인 산업, 교통, 에너지 발전 등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기 중 대기오염물질인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NO2)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바가 관측되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기오염이 전염병의 유행을 심화시킨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도 대기 중에 고농도 미세입자가 많을 때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은 역학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19 또한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스위스 제네바대학교(UNIGE)와 메테오다트(Meteodat)의 연구팀이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2019년 말부터 이미 유럽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사하라 사막의 미세먼지가 급격하게 유입되는 2020년 봄에서야 파리와 런던에서 유병률과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스위스 티치노 주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2020년 2월 말 옅은 안개가 끼어있는 기간 동안에 미세입자 오염이 급격히 증가했다. 로러 박사는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티치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입원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기록됐다”며, “같은 시기에 15만 명의 방문객이 운집한 대규모 카니발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는 사실도 바이러스 확산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연구에서는 미세가 호흡기와 폐, 심혈관계에 염증을 유발하여 호흡기질환에 악영향을 기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로러 박사는 “바이러스 감염과 함께 이런 염증 요인은 병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고, 바이러스가 세포에 부착하는 것을 촉진한다.”라고 말했다. (M. Rohrer, Peaks of Fine Particulate Matter May Modulate the Spreading and Virulence of COVID-19, November 2020, Earth Systems and Environment)

 

코로나19는 예기치 않게 대기오염을 잠시나마 막는 역할을 해주었다. 한편으로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코로나19의 전염과 발병이 심화되었을 수 있다는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전례 없을 만큼 거대하게 확산된 이 전염병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영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환경오염이 의료보건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부분이다. 환경오염은 의료행위에 의한 결과이지만은 않다.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 호흡하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 그 모든 것들이 건강과 의료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파괴로 인해 야생동물들과의 접촉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인간에게도 확산되는 상황은, 환경오염과 의료보건의 인과관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HCWH의 의장이자 공동 설립자인 게리 코헨은 “화석연료 연소가 주원인인 대기오염은 해마다 세계에서 4백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다.”라며 “결핵보다도 많고, 말라리아보다도 많고, 에이즈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환경오염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거대한 지구적인 이야기만도 아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보다 지속가능한 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효찬 기자/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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