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적은 상처와 보다 큰 만족감을 향해 나아가다, 로봇수술의 시대

과거에는 특정 부위를 절개하여 내부의 장기들이 외부공기에 많이 노출되는 개복 수술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복 수술은 수술 시 절개면이 커서 흉터를 남길 뿐만 아니라, 수술 도중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고, 외부 감염의 위험 또한 높았다.

날이 갈수록 눈부시게 진화하는 의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1980년대에 들어서서는, 다양한 위험요소를 지닌 개복수술 대신 복강경 기구를 이용한 수술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개복수술로 흉부 또는 복부를 수술하면 큰 절개창을 만들어야 하므로 환자에게 큰 고통과 상처가 남게 되지만 복강경 수술은 상처가 작아 고통이 적다는 점에서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2차원 화면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기구의 한계로 수술 시 조직을 잡거나 절단할 때 제약이 많다는 큰 단점이 있었기에 많은 경험과 학습을 거친 의사에게만 허락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제한적인 수술방식이었다.

상처를 남기기에 위험에 대한 부담이 있는 개복수술, 그리고 상처는 줄이지만 다양한 한계점이 존재하는 복강경 수술보다 더 나은 수술방식에 대한 염원은 마침내 ‘로봇 수술’이라는 기술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4차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우리가 마주한 21세기의 의학이 마침내 등장시킨 ‘로봇수술’이라는 최첨단 산물은, 복강경 수술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큰 기대와 함께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수술용 로봇이 집도의사를 도와서 수술과정의 전체 또는 일부분에 참여하는 수술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집도의사의 명령대로 수술을 보조하거나 영상 가이드를 하는 수술 보조로봇과 수술과정의 전체 또는 일부를 의사와 함께 작업하는 수술로봇을 주로 사용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다빈치(da Vinci) 로봇」은 시장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로봇수술의 성공사례로, 최소 침습 수술을 위해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사(Intuitive surgical, Inc. Menlo Park, CA. USA)에서 개발한 첨단 수술 장비이다.

(출처: 강남차병원)

로봇수술은 수술부위를 2차원 영상을 통해 보는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달리, 10배 이상의 고배율로 확대한 3차원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어, 세밀한 동작이 필요한 미세한 신경, 혈관수술 시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의 복강경 수술은 젓가락처럼 유연성이 없는 직선형 기구이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제한되어 몸의 깊은 곳을 수술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에, 로봇수술기구는 사람의 손과 팔처럼 관절이 있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떨림 현상이 전혀 없고,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몸 깊숙한 곳의 수술에도 용이하다. 여기에, 다른 수술기법들과 비교했을 때 수술절개부위가 현저히 작아 출혈, 감염, 통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까지. 환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수술방식임이 틀림없다.

현재 로봇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좁은 공간에서 정교하게 시행되어야 하는 비뇨기과 영역의 전립선 수술과 흉부외과 영역의 심장 수술이다. 하지만 최근엔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어, 대장암과 위암 수술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갑상선 수술에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로봇수술은 신경계 분야에서도 활용되는데, 특히 뇌종양을 제거하는 데 있어 정밀성을 부여한다.

수많은 이점이 존재하여 급부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로봇수술을 보편화하고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발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먼저, 자동화 과정을 중점으로 한 수술로봇의 진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로봇에 의료진의 의도를 탑재해 이에 맞게 수행하도록 하는 마스터-슬레이브 방식 또는 의료진의 수술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수술로봇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입력된 것을 출력하는 식의 수행 로봇과 의료진을 보조하는 데 그치는 보조 로봇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다 발전된 자동화와 딥러닝을 거친 로봇이 수술을 주도하거나 스스로 판단해 의료과정을 진행하도록 하는 수술이 가능해진다면, 좀 더 질 높은 로봇수술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에 맞게 스스로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 지능형 로봇 개발을 위한 향후 연구와 기술 보완 및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용 측면에 대한 고려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수술로봇은 일반 수술기구보다 훨씬 고가의 장비이며, 따라서 이를 이용한 로봇수술의 비용이 일반 수술에 비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로봇 수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대량 생산되거나, 국내 실정에 맞는 새로운 로봇 기계가 개발되어 비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로봇수술 보편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며,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해 한층 더 발전되고 진화된 로봇수술을 맞이한다면, 이제껏 본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눈부신 의학이 펼쳐질 것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다. 더 이상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통증도, 몸에 크게 남는 상처 자국도 없이, 밝게 웃으며 병원을 나올 수 있는 환자들의 얼굴을 그려본다.

 


 

이원정 기자/고신
<balloon74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