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감염내과 실습시 Case 발표 환자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C. difficile)환자를 맡았다. C. difficile는 대장내에 존재하는 균으로 주로 항생제 사용시 대장내 정상미생물총의 균형이 무너짐으로 CDI를 유발할 수 있다. CDI는 C. difficile가 과잉 증식해 설사, 복통, 염증성 장질환 증상을 보이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다. 감염력으로 인해 격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CDI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1만5000명에서 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증 또는 중등도의 C. difficile  감염시 경구 metronidazole 500mg을 하루3회 10~14일간 복용하는 것이 권장 치료법이다. Fidaxomicin의 경우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은 질환이다.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2년  11월 30일 스위스 페링 파마슈티컬스(Ferring Pharmaceuticals)의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치료제 리바이오타(Rebyota)에 대한 승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승인되었다.
FDA 첫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인 리바이오타는 경구제가 아닌 직장 투여 방식이다. 건강한 일반인의 분변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정제한 현탁액 150㎖를 직장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 대변이식술과 유사한 치료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올해 4월 FDA승인을 받은 세레스 테라퓨틱스(Seres Therapeutics)의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CDI)치료제인 보우스트(SER-109)는 경구제이기 때문에 리바이오타보다 복약 편의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우스트는 대변에서 채취한 미생물로 제조하지만 정제 과정을 거쳐 먹을 수 있는 알약 형태로 개발됐다. 복용의 편의성은 물론 복용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낮췄다.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은 ‘제2의 게놈’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미래 의학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자가면역질환, 역류성 식도염, 대장염, 비만, 심혈관계 질환 등 대부분의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자들, 즉 미생물총(미생물 집단)을 의미한다..
이 마이크로바이옴의 약 95%는 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인간의 분변을 연구하는 데서 시작됐다. 건강한 일반인의 대변을 활용한 대변이식술을 넘어 최근 김치·된장·젓갈과 같은 발효음식이나 피부·질 등에서 유래한 유산균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확보한 뒤 유전자조합 기술을 결합한 방식의 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K-바이오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현황

국내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항암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놈앤컴퍼니와 CJ바이오사이언스 등은 면역항암제와 병용요법을 통한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건강한 일반인의 장에서 채취한 단일 유산균(락토코커스 락티스)을 활용해 경구제형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 GEN-001을 항암제로 개발 중이다. 지놈앤컴퍼니에 따르면 GEN-001은 종양 미세환경 내 면역세포들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항종양 기능을 가진 면역세포들의 반응을 활성화해 병용하는 면역항암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밖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적응증으로 하는 SB-121, 난임을 적응증으로 하는 GEN-004, 아토피피부염·항암발진을 적응증으로 하는 GEN-501 등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로 보유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 CJRB-101를 고형암(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흑색종)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CJRB-101은 사람의 장에서 채취하지 않고 유럽식품안전청(EFSA)에 등재된 김치 유래 유산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인체 투여에 대한 안전성이 높고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하는 것보다 의약품 대량생산이 용이해 장기간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암 환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암 조직 성장을 억제하는 대식세포(암세포나 비정상적인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면역세포) M1의 반응을 활성화하고 암 조직 성장을 촉진하는 대식세포 M2를 M1이 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면역활성을 증가시킨다. 이밖에 염증성 장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 CLP105를 보유하고 있다.

 


 

오예지 기자/차의전
<yjsky20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