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위기의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과의 현실은?

2023년 전국 수련병원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는 총 201명의 전공의를 모집했고 총 33명이 지원했다. 지원율은 15.9%였다. 소위 인기과라 불리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재영(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은 여전히 지원율 100%를 훨씬 웃도는 반면, 그에 비해 소청과는 해가 지날수록 낮은 지원율을 보이고 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필자이기에 이러한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을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실습을 돌다 힘들고 지칠 때,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힐링했던 적이 많았기에 한때는 소청과를 미래의 진로로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현실을 보며 쉽게 지원할 용기를 가지긴 어려웠다. 결국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사 의사회)는 3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소아청소년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처 : 2022.12.16 연합뉴스)

 

2019년의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80%인 반면 불과 4년만에 15.9%로 하락하면서 소청과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 진료를 하지 못하고 외래 진료만 하거나 아예 진료를 중단하는 종합병원이 늘고 있다. 특히 지방의 대학병원은 전공의 없이 전문의만으로 소청과를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또한 수도권도 소청과 진료를 잠정 중단하는 곳이 늘고 있고 지난해 12월 상급종합병원인 가천길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소청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청과 전공의와 전문의들의 업무 강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더이상 사명감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해답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정부는 줄곧 답으로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주장해왔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인구 대비 의사 수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의사 수는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인 3.4명보다 적다. 하지만 이는 나라별 의사의 근무 조건이나 생산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인구 대비 의사 수라는 단순 비교보다는 한 명의 의사가 얼마나 많은 지역의 환자를 진료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10 당 의사 수는 한국이 12.1명으로 네덜란드(14.8명)와 이스라엘(13.2명)에 이어 전 세계로 세 번째로 많다. 또한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등을 고려해볼 때 의료접근성도 뛰어난 한국이 의사 수가 모자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한국의 소청과 문제와 같은 문제를 겪은 나라로 일본이 있다. 일본도 17년 전 소청과를 비슷한 필수 의료의 저조한 지원율을 개선하고자 의사 수를 증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일본은 소위 ‘신(新) 의사확보 종합대책’에 따라 2008년에서 2017년까지 의대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또한 지역정원제도를 마련해 의사 면허 취득 후 9년은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조건을 내세워 의료의 지역 편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 결과 2019년 일본의 의대 입학 정원은 942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필수 진료과 기피 현상을 해소되지 않았다. 면허 취득 후 9년 동안 해당 지역 근무 후 의료 취약지가 아닌 곳에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해결책은?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은 역시나 ‘수가 인상’이다. 어린이 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획기적인 재원 지원을 통해 만성화된 낮은 진료비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 소청과 진료비는 모든 진료과 중 가장 낮은 비용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소청과엔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환자가 어린이이기에 진찰 외에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이 마땅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의원급 의료기관(동내 병,의원)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만 7611원으로 전체 15개 진료과 중 가장 낮다. 의사회의 임현택 회장은 “지난 10년 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5%가 줄었고 그나마 지탱해주던 예방접종은 100% 국가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됐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시행비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려서 예방접종은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가 재정을 투입해 적어도 대만수준(6만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의사회의 주장이다.

 

(출처 : pixabay)

 

의사의 사명감에 대하여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를 살리는 직업인 만큼 다른 직업보다 확실히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무조건 희생을 강요받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의사도 한 사람이기에 개개인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있고 신념이 있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명예가 될 수도 있고, 봉사가 될 수도 있으며, 돈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단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쫓으며 일을 한다고 비난할 권리는 없으며 희생하지 않는다고 비난받을 권리 또한 없다. 그럼에도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하며 열심히 환자를 살리려는 마음을 가진 의사들은 분명히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그런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유진 기자/순천향

park.yj09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