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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시민권을 가진 노동자들에 비해 제도적/사회적 측면에서 건강권을 위협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을 면밀히 살피는 일은 건강권 보장 측면에서 중요하다. 보건복지포럼의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실태 및 정책과제(2021, 주유선)에 따르면 비전문취업(E9) 체류 집단의 미충족 의료 비율은 24.9%로 전체 집단(17.9%)와 재외동포(H2) 및 방문취업(F4) 집단(11.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미충족 의료란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한 가지 지표에서만 보더라도 이주노동자들 중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 있는 집단이 건강에 대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을 향한 낙인들도 이주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강화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인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조사의 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가 이웃이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약 30%로 스웨덴의 10배, 미국과 호주의 3배 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주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겪는 차별적 표현 사례 또한 상당히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인의 타 문화에 대한 배타성은 오랫동안 단일민족 국가였던 역사적 요인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처럼 건강은 차별이나 낙인 등 인권에 관한 문제와 필연적으로 직결된다.
외국인 보호소 또한 한국 이주민 인권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한국의 외국인 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들이 구금되는 공간으로 수많은 인권 침해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실제로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었던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고문과 구타가 자행되었으며,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 기회 또한 박탈되었다고 한다. 비국민의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국제사회에 읽힐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국제사회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시민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최근 5년간 1% 미만으로, G20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낮은 수치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경제적/문화적 역할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시민들과 정부가 스스로 되물어야 하는 지점이다. 난민 수용은 고통에 대한 응답의 의무에 기초하여 도덕적으로 정당화된다. 난민 수용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다양한 이유로 박해받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은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지적될 수 있다.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이 이제 한국이 당면한 인구 감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하며,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민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한국인들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이주민들을 차별하며, 한국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을 구금하고 보호소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를 묵과하며, 탄압과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이주민들을 난민으로 잘 인정하지도 않는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그런 나라다.
오준서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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