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누구를, 어떻게, 무엇을 위하여 돌봐야 하는가?

돌봄의 의미에 대하여

 

필자는 본과 3학년 실습을 수행하면서 말기 암 환자를 일주일간 담당한 적이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환자의 통증 조절 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주치의가 호스피스 병원으로의 전원을 권고했지만 이에 대한 가족들의 합의가 지연되면서 환자는 사실상 “방치”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면서, 무어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환자를 누군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당위적으로 필요한 도움, 이것이 바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에서 정의하는 “돌봄(care)”이다.

 

돌봄은 존엄한 생의 말기를 위해서 필요하다. 기본적 돌봄(usual care)은 환자의 기본적인 생리 기능을 보장한다. 항상성을 유지하게 시키기 위한 영양 및 수분 공급, 위생 관리, 욕창 관리 등이 포함된다. 완화 돌봄은 신체적, 영적, 정신적 고통을 견딜 만한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해 준다. 극심한 통증의 조절은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종교적 돌봄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알려주며 환자에게 위로와 평안을 제공한다.

 

위와 같은 다양한 측면의 돌봄을 아울러 “다학제적 돌봄”이라고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다학제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료에는 완전 관해, 증상 완화 등의 목표가 있듯이, 돌봄에도 목표가 존재하고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생명 연장, (2) 고통 완화, (3) 기능의 최대화. 돌봄의 목표는 환자의 상태, 질병 진행 시기, 우선순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료진, 환자, 보호자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개인의 치료 선호도와 치료방향이 일치하는 돌봄을 제공하였을 때 환자의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삶의 질은 향상되며, 우울감이 감소한다고 한다(2018, 호스피스·완화의료).

 

[그림1. 돌봄의 목표는 환자의 상태, 질병 진행 시기, 우선순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돌봄 서비스를 위한 원활한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목표 설정을 위한 7단계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7단계 모델은 다음과 같다; (1) 대화를 위해 누가 언제 어디서 모일지 상의한다. (2) 환자와 가족들이 질병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확인한다. (3) 환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 (4) 공감하고 반응을 보인다. (5)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한다. (6) 향후 계획을 세운다. (7) 향후 돌봄 팀을 위해, 설정한 목표를 기록한다. 이 모델은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와 보호자가 얼마나 질병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적절한 돌봄의 목표에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추가로, 통증 평가에 대해 짧게나마 다루고자 한다. 아무리 진통제를 주어도 일주일째 통증으로 밥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환자가 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면 “그냥 다 아프지요”라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돌봐야 하는 걸까? 통증은 주관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통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NRS score가 있다. 그러나 동일한 NRS score라고 해서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당뇨 환자의 혈당, 고혈압 환자의 혈압이 건강한 사람에서의 혈당과 혈압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갖듯이 말이다. 따라서 NRS score에 더불어 ‘신체화’, ‘섬망’, ‘경도의 우울증’과 같이 통증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들을 더불어 통증을 평가해야 한다.

 

통증 평가에도 환자에 대한 다면적인 이해가 필요하듯이, 말기 암 환자를 위한 돌봄은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브라질의 완화의료 의사 아나 아란치스가 말했다, “완화의료는 고도의 복잡성과 수행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취(직업적, 인간적 성취)와 관련된 전문 기술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의사들이 “돌봄”을 배움으로써 환자와 보호자가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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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기자/연세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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