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러들지 않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논란
가열되는 의사-한의사 간 공방
지난 1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골밀도 측정을 공개 시연해 의사단체로부터 의료기기 불법 사용으로 고소를 당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2월 16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하여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의사와 한의사간의 분쟁에 불씨를 지폈다. 특히 김필건 회장은 자신의 골밀도 측정 시연에 대해 비방을 가한 의사 대다수를 향후에 고소할 방침이어서 의학계와 한의학계의 대규모 고소 고발 사태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이같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20여년 전인 1995년, 의협에서 일부 한의원에서 X-ray 및 CT(컴퓨터단층촬영기법)을 들여와 부당 불법 진료를 하고 있다며 정부에 이같은 행위의 단속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1년 한의사 출신의 새누리당 윤석용 국회의원이 한의약 육성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당시 윤 의원은 한의학의 정의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하거나 이를 현대적으로 응용·개발한 의료행위’로 수정하여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의사들만 이용 가능한 의료기기를 한의사도 써도 무방하다는 암묵적 합의안에 한의사들은 반겼고, 의사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12월, 국무조정실에서 규제완화 정책 (규제기요틴) 114건을 발표하는데 여기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건강보험 적용을 허가한다는 내용을 공포한다. 2015년 1월에는 보건복지부에서 “2015년 상반기 내에 한의사에게 허용할 수 있는 현대 의료기기 범위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의사들이 외과 수술 거부와 의사면허증 반납과 같은 강공으로 맞받아쳤고, 그 과정에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이 논쟁은 국회에 상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이 논쟁이 수그러들었고, 이 논란은 해를 넘겨 올해 초부터 다시 재점화 될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 김 회장이 의료기기 시연을 공식적으로 보임으로써 곪았던 상처가 터져버린 것이다.
이에 대한 법조계의 판례들은 어떨까? 지난 2006년에는 CT를 사용한 한방병원 한의사에게 서울고등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내 의료체계는 이원적으로 구분돼 있고, CT와 관련된 규정들은 한의사가 CT를 이용하거나 한방병원에 CT를 설치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한의사가 CT를 사용해 방사선 진단행위를 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근에는 서울지방법원에서 초음파진단과 카복시시술을 행한 한의사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각각 벌금 80만원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같은 의료 행위를 하는 직업군일지라도 각기 허가된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은 허용할 수 없다는 저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규제완화 정책이 진행된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만큼, 이 논쟁은 현재진행형에 있다.
한의협 측에서는 의료기기 허용 가능 이유가 의대와 한의대의 교육과정이 70%정도 일치하여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최소한의 교육을 받았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결했다. 단순히 교육뿐만 아니라 임상적 경험 및 연구 또한 바탕이 되어야 올바른 평가 및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적 부분에서는 전문적으로 영상의학을 배우는 의대생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상황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이해 당사자들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해당 논란은 당분간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이영민 기자/한림
<leeyeongm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