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의료보험 민영화?

민간의료보험? 의료보험 민영화?

몇 년 전에 의료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엄청 불거진 적이 있다. 의료민영화와 같이 민간의료보험도 많이 언급되었는데 이 둘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의사가 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정도 있을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이 도대체 뭐 길래?
민간의료보험은 국가가 아닌 기관에서 의료보험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이라는 것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의료보험체계는 크게 가입자, 의료제공자, 보험자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가입자는 보험자에게 보험료를 지불하고 정부에 조세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의료보장체계에 재원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보험급여를 제공받는다. 의료제공자는 가입자에게 의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험자와 가입자로부터 진료비를 지불받는다. 보험자는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거두고 의료제공자가 청구한 진료비를 지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과 동일) 상 보험자는 비영리기관인 보험공단에 해당하고 가입자는 우리나라 국민, 의료제공자는 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위의 세 가지 요소에 속하지는 않지만 의료보장정책을 세우고 빈곤층에 대한 의료급여제도를 마련하고 진료비를 심사함으로써 직접적인 개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현황은 기본적으로 공공의료보험이 시행되고 있고 공공의료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을 민간의료보험이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 국민은 강제적으로 공공의료보험(이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이 되어있으며 개인의 선택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에 추가적으로 가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의료보험 가입 현황은 2009년에 77.79%의 가구가 하나 이상의 민간의료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구당 평균 민간의료보험 가입 개수는 2009년 기준 3.62개로 나타났다. 또한 보험 수입액은 2011년 기준으로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건강보험 수입의 45.1%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는 ‘불의의 질병 및 사고로 인한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가 46.31%, ‘공공의료보험의 서비스보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가 35.48%를 차지했다. 그 밖에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기위해’가 7.86%, ‘보험설계사의 권유에 못 이겨’가 7.38%를 차지하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치료비의 일부를 보험 공단에서 병원에 지불하고 나머지는 본인부담금이라고 하여 개인이 병원에 지불한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급여에 포함된 의료서비스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높고, 보험급여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서비스가 여전히 많은 저 보험료-저급여 구조로 보장성이 취약한 편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현황 상 특히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국민의료보험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충분히 주지 못하고 의료급여의 범위가 좁다는 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민간의료보험은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계속 논란이 되는가? 몇 가지 쟁점을 꼽아보면 첫 번째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에 걸렸을 경우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받는다는 점에서 좋다. 하지만 한 전문가가 국가 암 발생률 통계자료와 민간보험회사들의 보험금 지급 조건을 분석한 결과 선전 문구에서 홍보하는 것에 비해 실제 지급률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나타났다. 또 민간보험회사에 가입을 하면 일정 기간 후에 갱신을 해야 하는데 그 때마다 보험료가 상승하는 곳이 다수이다. 대부분의 암이 고령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보험금을 받으려면 그만큼 보험료를 많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고 민간의료보험으로 비효율적인 재정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민간의료보험의 비중이 현재처럼 계속 확대되다보면 개인이 가입한 민간의료보험에 따라 받는 의료 서비스가 차별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전망하는 시선에 따르면 상류층일수록 더 많고 비싼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것이므로 더 싸고 적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서민층과 비교해, 받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방법이 달라져 상류층과 서민 간의 의료 양극화를 초래할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의견으로 현재 경제력수준이 높은 계층의 민간의료보험가입률이 더 크지 않아 민간의료보험으로 인한 혜택이 상위계층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는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산 규모에 따른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이 크게 차이나지 않으며, 재산이 없거나 1천만 원 이하인 경우의 가입률이 65%로 가장 높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 가입여부에 따른 평균적인 경제력 차이 역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의료양극화는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주요의료보험의 민영화가 초래될 것에 대한 논란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국민건강보험과 (가입하였다면)민간의료보험에 모두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민간의료보험의 비중이 커진다면 의료보험이 민영화되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료보험의 민영화는 민간의료보험과 다른 개념으로 보험공단이 하던 일을 민간의료보험회사가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상당히 많은데 예시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미국의 의료현실이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국민건강보험에 우선적으로 꼭 가입해야 하는 것에 반해 미국에서는 꼭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 없으므로 미국 국민의 16%는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또 미국의 비싼 의료비와 약값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본인이 받는 의료서비스에 만족을 하느냐? 미국의 병원은 거의 모든 치료비를 민간의료보험회사로부터 받게 된다.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인 민간보험회사에서는 가능한 병원에서 적게 치료하여 회사에서 병원에 줘야 하는 치료비를 줄이고 싶어 한다. 따라서 병원에서 치료를 적게 하여 이윤을 남긴 액수의 몇 퍼센트를 병원에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인센티브가 적지 않을수록 의사는 회사와 환자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현재 미국에서는 이러한 의사를 가리켜 돈만 밝힌다고 비판을 한다. 이렇게 의료보험 민영화로 인해 벌어질 상황은 부정적이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 기본에 민간의료보험이 보조를 하는 것을 유지하되 민간의료보험의 비중은 줄이고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급여 부분을 늘임으로써 공공의료보험의 비중을 높여야 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건강의료보험료가 상승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민간의료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의료보험료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의료보험제도는 국가 별로 공공의료보험 체계의 범위와 크기 및 특성, 더 파고들면 국가의 역사나 국민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혜택이 되는 의료보험 체제 설립을 위해서는 특정 국가의 사례를 무작정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이 아닌 참고를 해야 하며 적용을 하기 전에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의료보험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의료인으로서 질병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병원 밖 지식도 갖추어야 할 책임감도 요구되는 때이다.

이유정 기자/영남
<lyjeong8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