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는 아이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는 아이들

3년만에 30%가까이 급증한 성조숙증 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어린이 환자가 86,352명으로 2013년 67,250명 대비 29% 증가했음을 발표하였다.
요즘 소아과에 방문하면 성조숙증에 대해 자세히 설명된 팜플렛을 받아볼 수 있다.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성조숙증 환자 수 때문인지 아이들의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80년대부터 성조숙증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진 외국에 비해 최근에야 관심이 급증한 우리나라에서는 성조숙증에 대해 자세한 정보에 접근하기 힘들다. 일반적인 아이들은 여자아이의 경우 10세 경, 남자아이의 경우 12세 경에 2차 성징이 시작되는데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만 8세 이전, 남아에서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여아와 남아에서 그 원인의 비율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여아의 경우 80~90% 정도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인 반면 남아는 50% 정도에서 원인 질환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 원인 질환으로는 뇌종양, 선천성 뇌 기형, 수두증, 난소 및 고환이나 부신의 질환 등이 있고 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약물들 또한 성조숙증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EEDC이라는 물질인데, 이 물질은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내분비계 교란 물질 또는 환경호르몬이다.

유전자 이상, 생식기관 형성 이상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여기서 얘기하는 ‘환경 호르몬’이란 무엇일까? 흔히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인 환경 호르몬의 정식 이름은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며 인체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라 산업 활동을 통해 생성, 분비되는 화학 물질을 말한다. 생물체 내로 흡수된 환경호르몬은 생물체의 호르몬 합성, 방출, 수송 등 호르몬이 생성되어 흡수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각종 형태의 교란을 일으킨다.
‘환경 호르몬’이라는 용어는 90년대에 일본에서 처음 쓰였으며 WHO는 2012년에 환경 호르몬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며 환경 호르몬 리스트와 함께 환경 호르몬이 성인과 아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발표했다. WHO에서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으로 Mycotoxin, DDT, DDE, PCB,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경구피임약 같은 약물 등을 뽑았다. DDE, PBB는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이고 DDE의 경우 모유를 통해 전달되어 태아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외에도 플라스틱이나 약물에서 유래한 많은 환경호르몬은 여아 유방의 조기성숙을 유발하거나 남아의 정자의 상태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성 호르몬에 관련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출생 전 아직 모체에 있을 때 태반을 통해 환경 호르몬이 전달되거나 아직 대사 과정이 미성숙한 어린 시기에 환경호르몬이 노출됐을 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식 기관의 형태 자체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고 호르몬 관련 암의 증가나 신경행동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발생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유전자 이상이 발생해 후대에 유전되는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긴다.

성조숙증, 성호르몬 억제제로 치료할 수 있어

이러한 환경호르몬이나 여타 이유로 인해 많은 아동들이 성조숙증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아동의 경우 이차성징이 조기 발현되어 골성숙이 평균보다 빠르고 이에 따라 최종 성인 키가 감소하는 신체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아직 정신적으로 어린 상태에서 찾아오는 사춘기에 의해 심리사회적, 행동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발견 시 치료를 권장한다. 특정 원인 질환이 밝혀졌다면 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고 특정 질환이 없는 특발성이라면 3, 4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하여 성호르몬 억제제를 주사로 맞게 된다. 이 주사를 맞는 동안은 이차성징의 진행이 억제되어 여아는 유방 몽우리가 작아지고 남아는 고환 크기가 작아진다. 나머지 이차성징은 주사 치료가 끝난 후에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영양 공급의 발달과 여러 사회 환경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일찍 성숙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이 너무 이른 시기에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각별한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허재영 기자/인제
<blissbliss123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