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

문재인 케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

메디푸어케어를 위한 올바르고 적합한 방향성
토의 없는 일방적 도입, 의료계 인력 착취, 재원조달가능성 희박, 특정과 쏠림문제 가능성

 

문재인 케어 발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지난 9일,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재인 케어’를 두고 의료계에서 강력한 반발여론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향후 5개년 계획은 ▲ 건강보험 수가구조 개편 ▲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 ▲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선별급여 적용항목 확대, 신포괄수가 확대 ▲ 선택진료 폐지, 상급병실 단계적 급여화,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를 포함한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세 번째 항목인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다. 30조 6천억 원을 투입하여 미용, 성형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한 3800개의 비급여를 급여항목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발표가 있었던 바로 다음 날인 10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선별급여 적용항목 확대 관련 9월 정기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및 재난적의료비지원법 제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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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와 급여, 예비급여란 무엇이며 문재인 케어가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면허를 획득한 의사는 진료비의 일부를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의 형태로 받고, 나머지를 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의 형태로 받는다. 공단에서 향후에 의사에게 지급할 의료서비스들이 ‘항목’의 형태로 정리되어 있으며 받을 수 있는 금액 역시 정해져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의 수가가 원가의 70%에 불과한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한국의 전체 의료수가는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의료진의 퀄리티와 서비스의 수준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한국은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갖췄다는 찬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건강보험시스템이 이처럼 의사들이 일정부분 감당하는 손해를 전제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의료진은 이 손실을 ‘비급여’라는 항목으로 메워왔다. 만일 환자가 ‘급여’에 속하지 않은 검사를 받았다든지, 항목에 들어있더라도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모든 비용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으로 돌아가며 이를 ‘비급여’라고하고 병원별로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초음파검사나 MRI 검사의 시행 및 판독 비용, 일반 개인 병원에서 운영하는 건강검진 비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이러한 항목들을 건강보험의 급여체계 안에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은 예방적인 처치(건강검진, 예방접종)들은 제외하고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급여 항목으로 전환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와의 상의 없이 졸속적인 정책을 5년 안에 급하게 시행해서 끝내려 한다’는 반발이 일자 정부는 어떤 것이 급여의 가치가 있고, 없는지 판단할 여력이 없는 상태로 일방적인 의료인 죽이기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답하며 순차적인 도입이 없는 대신 ‘예비급여’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예비급여란 안전성, 유효성, 비용효과성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비급여항목을 본인부담을 50%, 70%, 90%로 차등화 하여 지급하는 항목을 말한다. 보장성 강화 대책은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 국민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선택진료, 상급병실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실질적 해소,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 대폭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문재인 케어를 이끌게 된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케어로 1인당 연간 의료비부담액이 평균 50만4000원에서 41만6000원으로 1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건강보험 하나만 있으면 아픈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가족 중 누군가 큰 병에 걸리면 가정경제가 파탄 나는 메디푸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했다. 또한 “적정수가보장,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간호 인력 수급 대책 등도 함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를 바라보는 양립된 시선

8·9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국민여론은 어떨까. 14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 응답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문재인 케어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그동안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로 복지 혜택 확장의 필요성이 절실했었지만 기존 정부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던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보다 많은 의료 서비스를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케어’는 근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 서비스 보장범위가 선진국에 비해 (80% 수준) 너무 오랫동안 낮은 상태 (10년 동안 60%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갑작스러운 중병 진단에 따른 재난적 의료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이는 합당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 계획의 실효성과 세부 계획에 대해 논의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건강보험 강화대책, 국민들조차 2명 중 1명은 재원조달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당장 이번 전면 급여화 정책이 시행되려면 의료보험료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 지금의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2015년, 기획재정부는 2022년 건강보험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언급했었다. 2016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재정수지 전망 자료를 내놓으며 2019년부터 적자가 시작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3월, 정부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의 적자가 시작되어 2023년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두 문재인 케어 발표 전임을 고려해볼 때 현재 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전부터 빨간불이 켜져 있었던 셈이다. 9일 신정책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정부는 36조의 외부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 등의 복지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증세 없이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증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세출 구조를 구조조정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다”라면서 “과세 강화, 자연 증가분 등으로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산타클로스같은 정책’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 대책을 검토해 설계한 것”이라면서 “조만간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데 그걸 보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방침인지 확인할 수 있다”며 퍼 주기식 복지정책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같은 날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보장성강화 대책에 대해 국민들은 기대도 하지만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에 구체적인 예산 계획 등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고, 업무보고 자료가 보도 자료만도 못하다”며 세부 실행계획이 부실하다고 질책했다. 예산안 확보가 안정적임을 증명할 수 있는 ‘수치화 된’ 증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추가 Q&A’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20조원의 누적적립금 일부를 활용할 계획이지만 2022년까지 최소 10조원을 남길 수 있도록 재정을 관리하고, 국고 지원 확충 등을 통해 국민의 보험료 부담급증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우선 20조원의 건강보험 준비금을 다 소진하고 다음 정부에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전가해 보험료율이 급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건강보험 수입의 14%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한 ‘건강보험법 규정’조차 준수하지 못해 14조원이나 미납한 정부가 어떻게 국고 지원을 확충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재정 파탄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낮아진 병원비와 함께 낮아진 병원문턱
3차병원으로 전부 몰려 1,2차 병원 기능소실 가능성도

문재인케어가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는 현재도 큰 문제인 대학병원의 과밀화 문제다.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 이용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모두 ‘대형병원 이용’과 관련한 항목이다. 정책의 의도는 가장 시급한 중증상태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을 먼저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3차병원 서비스의 전체 가격 장벽을 낮추게 되어 중하지 않은 환자들의 대형병원 선호까지 심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학병원은 중증의 환자들에게 최신의 의학기술을 적용하면서도 환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의학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동시에 양질의 의료 인력을 훈련시켜야 하는 곳이다. 환자의 입원 동의서에 교육목적 관련 항목이 포함되어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진료비도 낮아졌는데 ‘이왕이면 내 감기도 3차병원에 가서 진료 받겠다.’ 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인력의 부족과 서비스제공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망각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꼭 필요한 긴급환자에 진료에 적정의 인력이 투입되기 어렵고 연구와 교육에도 충분한 시간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형병원의 인력 수급 부족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였다. 전공의들은 필수 진료과의 수련을 기피하고, 3교대로 고된 노동을 감당할 간호사들 역시 부족했다. 의료계 직업군이 소위 말하는 신종 ‘3D 업종’에 꼽히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3차병원에 환자가 몰리게 되면 1,2차 병원의 수요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보장성강화대책으로 진료비 가격차이가 줄어들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동네의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상반된 입장이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과장은 “1차 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역할 정립을 유도할 수 있는 수가 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적절한 자원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뢰회송 활성화, 진료정보 교류 등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발표하여 동네의원은 만성질환 관리 중심으로, 대형병원은 중증질환 및 입원진료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복지부 의도대로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적정수가 보장,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공언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고, 보장성강화대책과 동시에 시행하지 않아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1차 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역할 정립을 위한 수가구조 개편 시한은 2020년이다.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은 심평원이 이제 막 연구용역에 들어간 상태이며, 시행에 들어가려면 아직 멀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4년간 2차 상대가치 개편을 단계적으로 실행한다. 골자는 4년간 총 8500억 원을 투입해 수술, 처치, 기능검사를 원가의 90%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되, 원가의 100% 이상인 검체검사, 영상검사 수가를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3차 상대가치개편 시행 시기는 아무리 빨라야 2021년부터라는 계산이 나온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일차의료가 고사될 위기에 처한 이후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경쟁하지 않고 고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 개선 등을 통한 기능 재정립을 추진하겠다.”고 대답했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책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2020년까지 1차 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역할 정립을 유도할 수 있는 건강보험 수가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현재 내놓은 정책은 보장성강화대책 따로, 의료전달체계 따로인 상황이라 여론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인의료비 증폭으로 건보재정 파탄 우려

올해 2017년 처음으로 노인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넘어서는 인구역전현상이 일어났다. 동시에 내년 2018년으로 예상되었던 고령사회로 진입하였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예정이다. 반면 유소년 인구와 생산가능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어 ‘인구절벽’에 봉착했다. 노인은 크게 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노인복지비용 수급 문제가 크게 불거지게 되었다. 7년 전인 2010년, 젊은 인구 7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했다면 2030년에는 3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며, 2050년에는 청년 1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인이 쓰는 의료비를 젊은 세대의 몫이기 때문에 인구문제는 심각한 사항으로 여겨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향후 급증하는 노인의료비에 의해 2020년에만 19조 적자, 2025년에 55억 적자, 2030년에는 한 해에 108조의 적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연구결과도 내용이 유사하다. 의료비가 급증하는 이유는 나이의 증가에 따라 병이 증가하는데 그 노인의 숫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케어가 앞으로 5년 내에 개인의 의료비를 대폭 줄이겠다는 일방적이고 선언적인 발표를 한 것은 맞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방향이 올바른 것은 확실하다. 요지는 재정을 감당할 방법, 지출을 줄이는 방법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민의 동의와 충분한 토론과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모두 생략하고 서둘러 선언해버린 것이 문제인 것이다. 보장성 강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인이고 이를 책임질 이들은 현역에서 일을 하는 근로자인데 늘어나는 재정을 이 적은 인구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과 쏠림현상의 심화가능성도

이미 심각한 ‘특정진료과 인력 쏠림문제’도 다시금 들고 일어났다. 정부의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외과계는 특히 수가 역전 현상 등으로 인한 우려가 더욱 크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충수돌기절제술(단순)의 경우 2015년 27만 9,871원대에서 포괄수가 적용 이후 2017년 27만 8,380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문재인 캐어 계획에 예상된 신포괄 수가제가 확대된다면 외과 수술에서 수가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의 급여화 항목에서 미용과 성형만 제외된다는 발표에 예비 의료인들이 인력수급이 절실한 외과/내과 등을 기피하고 성형외과/피부과 등으로 더욱 쏠리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의료쇼핑으로 건보재정 파탄 우려

소위 말하는 ‘의료쇼핑 위험성’ 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의료서비스를 모두 급여화하면 의료 소비심리를 부추겨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너도나도 청구해 건강보험 재정이 부실해질 것이고, 결국은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과 양이 모두 나빠질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2006년 건보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입원 본인부담금을 면제했다가 재정부담이 커지자 2008년에 폐지한 전력이 있다.

의협·의대협·보건복지부의 현재 상황

현재 의사협회 내부에서는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문재인 케어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집행부는 신중한 입장인 반면 대의원회는 ‘투쟁’까지 언급하며 강력 반발했다. 실제로 의사협회는 26일에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는 의료인 집회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그 대신 다음달 16일에 대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정부 발표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방향성 측면에서는 타당하기 때문에 문재인 케어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속도가 문제일 뿐, 이번 정책의 전체 방향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정수가를 책정해 손해를 보전해준다면 의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의료 쇼핑같은 문제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아닌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이니 별도로 다뤄야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을 발표한 지난 9일 “국민 의료비 부담을 없애려는 노력에 공감한다”면서 “누적된 저수가로 인한 진료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으므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판하기 보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발표된 의협 대의원회 성명은 달랐다. 대의원회는 “정부가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면 급여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13만 회원들의 생존권과 국민 건강권을 사수하기 위해 모든 역량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회장 류환) 41개 대학 대의원들은 지난 20일 유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여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TFT’ 설립 인준을 통과시켰다. TFT는 집행부 및 외부 참여자와 대의원 41명이 모두 포함된 약 60명 단위로 운영되며 ‘대 학생전략’으로 △카드뉴스 제작 △온오프 강연 △칼럼 기고, ‘대 국민전략’으로 △성명서 발표 △설문조사 실시, ‘대 정당전략’으로 △청와대 및 각 정당에 질의문 발송 △선배 의료단체 질의문 발송 △타 보건의료단체 질의문 발송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같은 의료계의 움직임에 대해 10일 이후 발표에서 “의료계의 우려와 걱정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기존까지 비급여가 수익 보전으로 활용됐던 현실을 감안해 의료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적정 수가 보장을 약속했다. 지난 18일에는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의사협회를 찾아가 “의료계와 함께 차관주재 공동협의체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주현 의사협회 대변인은 “2000년 의약분업 때에도 정부가 수가 인상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강조하고 나선 적정수가
보장성 강화책 성공하려면 적정수가 동반돼야” 강조

의료계의 이러한 방향성을 의식한 문 대통령은 8월 31일 진행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건보 보장성 강화 추진 정책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적정수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언급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이날 브리핑에서 ‘기기나 시설’ 중심에서 ‘사람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수가체계 변경도 아울러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수도권 의료기관 환자 쏠림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람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수가체계 개편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의료인의 공급 불균형에 대한 문제도 인식하고 있음을 알렸다. 업무보고의 주요 내용 중 하나였던 보건의료분야 10만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몇 가지 추가 분석도 진행할 예정이고 의료계와 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분야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으로는 ▲동네의원 통한 만성질환 관리 모형 도입 ▲호스피스 대상 확대(말기암에서 에이즈,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가정형 자문형 호스피스 도입 ▲보건산업 적극 육성 등을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신윤경 기자/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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