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주사기 및 수액세트 특별 품질검사 실시
검사 및 단속의 강화 뿐만 아니라 품질 저하의 원인 찾아야
잇따른 ‘벌레 수액’ 신고로 불안 증가
지난 9월 이대 목동 병원에서 수액세트(수액백의 연결관)에 날벌레가 유입됐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인하대 병원과 아주대 의료원에 납품된 수액세트에서도 매미 성충 등의 벌레가 발견되어 ‘벌레 수액’ 사건이 재 점화되었다. 감염 증상은 없었지만 제조 과정과 위생관리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나 병원과 제조사 또한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사건 발생후 제조사 및 공장 조사에 들어갔고, 의료기기법 시행 규칙에 따라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전 제품 제조 중지 30일’ 처분을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식약처는 10월 13일까지 신고가 접수된 24개 제조사에 대해 우선 점검을 실시하고 올해 말까지 수액세트와 더불어 주사기에 대한 품질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물질 신고 매년 증가추세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접수된 수액세트 이물질 신고는 2013년 19건, 2014년 23건, 2015년 27건, 2016년 27건, 2017년 9월 14건 이었다. 더불어 주사기 이물질 신고 또한 2013년 14건, 2014년 32건, 2015년 37건, 2016년 39건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며, 머리카락, 파편, 벌레 등의 많은 이물질들이 의료기기 안전성 정보 모니터링센터에 신고되었다.
수액세트와 주사기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유통되는 의료기기로서 직접 혈액과 접촉하기 때문에 오염 시 부작용 우려가 크다. 그러나 문제가 된 수액세트의 제조가 국내 10위권에 드는 의료기기 제조사들에서 이루어진 만큼 이번 사건은 일부 영세 업체들에 국한된 것이 아닌 업계 전반의 문제임이 지적된다.
수액세트는 수가 불포함, 의료기기 품질저하에 대한 계속되는 고민
2017년 7월 개정된 건강 보험 요양 급여 비용(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 5장 주사료] 에 따르면, 현행 건강보험제도에는 주사 시 사용된 1회용 주사기와 침, 수액세트, 혈액 Bag 등의 주사재료대와 수혈에 소요된 약제 및 재료대에 대해서는 따로 수가를 매기지 않는다. 또한 이를 ‘정맥주사’라는 의료급여행위나 특수 수술에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병원들은 수액세트를 입찰로 대량 구매하게 되었고, 제조업체들 간에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액 세트는 개당 약 230원 선에서 거래되는데, 개 당 이익이 ‘원’ 단위 밑으로 떨어져 주로 필리핀 등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주사재료대 검사는 전수조사가 아닌 샘플 검사로 이루어지고 있고 정밀기기가 아닌 육안검사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품질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해외 수입의 경우 해외 위탁 공장에 대한 검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품질 관리자의 수가 현저히 부족해 충분한 확인과 유통관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식약처가 작년 발표한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 라인’에서 수액백과 관련된 확인 내용만 명시되어 있을 뿐 수액 세트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허점이 발견되었다. 수액세트나 주사기 뿐만 아니라 주사침, 호스 등의 의료기기 또한 위생 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위생 관리로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수가 구조에 대한 추가적 논의 필요
현재 식약처는 업체 이물 혼입 사건 및 시정 및 예방조치 계획 보고 의무화, 사건발생시 구체적인 처리절차 및 방법 마련, 예방 관리를 위한 사례별 가이드라인 제작 배포, 품질 책임자에 대한 이물관리 전문교육 강화, 심사 시 제조공정 및 환경관리부분 심사 강화 등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의 소홀한 관리에 책임을 묻는 비난 여론 또한 쉽게 잠재워지지 않고 있고, 국내 제조 시설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수액세트를 수가에 포함하게 되면 불필요한 사용 및 비용의 급격한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액 세트의 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기본 품질 규격 강화 강제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예방 차원에서의 관리와 동반하여 수액세트 제조와 관리에 대한 이익 보장을 위해 수가 구조의 개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오윤서 기자/ 순천향 <justinechooh@naver.com>